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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점점 미국화 되는 영국인의 입맛, 도넛에 중독

by 영국품절녀 2012. 3. 25.



                           크리스피 크림 (Krispy Kreme) 도넛 좋아하시나요?



                        보기만 해도 손이 가요~ 손이 가~~  (출처: 구글 이미지)


미국 1937년, 크리스피 크림의 설립자인 버논 루돌푸가 도넛의 바삭한 겉부분과 말랑한 속을 뜻하는 이름으로 크리스피 크림(crispy cream) 이라고 지었다고 해요. 그런데,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일부러 스펠링을 틀리게 표기해서 만든 도너츠 브랜드 명이 우리가 알고 있는 Krispy Kreme 입니다


크리스피 크림을 제가 먹어본 게 2004년 신촌 1호점에서 였습니다. 그 당시 크리스피 크림 매장에서는 매장을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누구든지 도넛 하나를 공짜로 주었어요. 줄을 서면 방금 구운 오리지널 글레이즈 도넛을 하나씩 나눠 주지요. 입 안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는 그 맛에 푹~ 빠지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신촌에 갈때마다 꼭 이 곳에 들러 도넛 하나를 공짜로 먹고 나오기도 했고요. 어떤 때에는 박스 채 사가지고 가는 날도 있었고요. 몇 년 지나서는 도넛 및 커피를 구매하는 사람에 한해서 도넛 한 개를 공짜로 주더군요. 최근 2년 동안은 한국에서 크리스피 크림 매장을 간 일이 없어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영국에 오니, 크리스피 크림이 여기에도 있더군요. 비록 제가 사는 곳에는 없지만요. 가디언 신문을 보다가, "영국인들이 미국 도넛인 크리스피 크림과 사랑에 빠졌다"는 기사를 보았어요. 경제가 어려울수록 저렴한 간식거리가 인기있다는 말이 사실인지, 영국인들은 크리스피 크림에 중독된 것이 아닌 가 싶어요. 작년과 비교해 영국에서 크리스피 크림이 26%나 성장률을 나타냈으며, 매 년 고객이 증가 추세라고 하니 말이에요.



                  How Britain fell in love with Krispy Kreme doughnuts   (출처: Guardian.co.uk )


현재 영국에는 46개의 크리스피 크림 체인점이 있습니다. 이외에 영국 주요 역 및 Tesco에도 크리스피 크림이 팔고 있고요. 거기다가 영국의 도시 지역 곳곳에는 크리스피 크림 아울렛마저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참, 영국의 대표 백화점인 해롯과 셀프리지 및 영국 대형 쇼핑센터 등에도 입점되어 있고요. 2015년까지 영국 전 역에 100개의 매장이 더 생긴다고 하니, 이제 영국 어디서든지 크리스피 크림을 먹을 수 있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출처: Revenues bulk up at doughnut chain, Guardian)


정말 깜짝 놀랐던 것작년 4월에 카디프에 크리스피 크림 아울렛이 문을 열었는데, 오픈 당일 날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 고작 도넛을 먹기 위해 2시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고 하네요. 더 황당한 것은 어떤 커플은 맨 앞을 선점하기 위해 자정부터 매장 앞에서 진을 쳤다고 했고요. 또한 크리스피 크림을 먹기 위해 카디프까지 온 어떤 32살 런던너가 있어요. 웨일즈 신문 기사는 그에게 런던에도 크리스피 크림 매장이 많은데, 왜 굳이 카디프까지 왔는지 물어봤대요. 그의 대답은 " 내 취미는 문을 여는 새 크리스피 크림 매장을 찾아 다니는 일이며, 앞으로 5년간은 바빠질 것이다" 라고 했답니다. (2015년까지 100개의 매장이 더 오픈할 예정한다고 하니, 다 가볼 생각인가 봅니다.)


미국도 그렇지만, 영국인들의 비만률도 상당합니다. 영국에서는 비만으로 사망하는 비율도 높고, 점점 늘어나는 비만인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에 부담을 느낀 영국 정부는 영국인들의 비만 경고 및 저 칼로리 식단 바꾸기에 무척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인들의 고칼로리의 대명사인 도넛 사랑은 쉽게 꺾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도 보면, 교복입은 중 고등학생들이 테스코에서 파는 1파운드짜리 도넛팩(쨈 들어간 도넛 4개)을 먹고 거리를 다닙니다. (싼 값에 허기를 때울 수 있거든요.)


                                               리버풀에 있는 크리스피 크림 (출처: 구글 이미지) 

저렴한 가격에 쉽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정크 푸드인 도넛은 칼로리가 무척 높고, 트랜스 지방이 많이 함유되어 몸에 좋지 않지요. 특히 아동 비만이 갈수록 늘어나는 영국에서는 부모들이 별 생각없이 아이들에게 정크 푸드를 먹이는 경향이 있어 큰일입니다.

크리스피 크림은 보기에도 달게 느껴지지만, 칼로리도 엄청 높습니다. 




                     217 칼로리와 13g 지방   &   308 칼로리와 17g 지방   (출처: krispykreme.co.uk)


영국과 달리, 아직 한국에서는 크리스피 크림 매장이 수도권에만  집중되어 있다고 해요. 현재 한국에서는 라이벌 도너츠인 던킨의 판매량이 더 높다고는 하는데, 던킨의 저렴한 가격과 많은 매장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도 전 크리스피 크림에 한 표 던집니다. ^^ 제가 런던가서 오리지널 글레이즈 도넛 12개를 사왔는데, 울 신랑은 맛있다면서 한번에 다 먹어버리더군요.

영국인들의 지나친 도넛 사랑은 한편으론 걱정이 됩니다. 점점 비만 환자가 늘고 있으며, 고 칼로리로 인해 영국인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으니까요. 한국도 마찬가지로 점점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아동 비만이 늘고, 이런 정크 푸드에 너무 관대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 가 싶어요. 그래도 가끔 기분이 울적한 날에 달콤한 크리스피 크림 도넛 몇 개 정도는 괜찮겠지요?

영국인들처럼 도넛과의 찐한 사랑, 안 되는 거 아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