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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정체 모를 영국인의 독촉 편지, 난처한 한국인 부부

by 영국품절녀 2012. 4. 26.



영국에 사는 저희는 이사 한 번 하지 않고 2년 넘게 계속 같은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 이사를 오면 전에 살던 거주자의 (세금과 관련한) 편지들을 종종 받곤 하지요. 저희 역시 한 달에 약 2~3 개 정도의 전 거주자들의 편지들이 계속 배달되었던 것 같아요. 저희의 경우에는, 매 달 집 주인 아줌마가 집세를 받으러 오셨으므로, 편지들을 바로 전달할 수가 있었어요. 그런데, 2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저희 집으로 어떤 정체 모를 영국인 "브라운"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 배달되는 편지가 있었습니다. 편지 봉투를 보면 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무언가를 촉구하는 듯한 편지"로 보였어요.

 

언젠가, 브라운에게 온 편지들을 아줌마에게 건네면서 은근 슬쩍 브라운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어요.

울 신랑: 브라운 앞으로 유독 편지가 자주 와요.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집 주인 아줌마: 브라운이라는 사람에 대해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그저 우리 집에 살았던 한 사람으로 기억하는데, 행동과 인상 착의가 조금 수상했던 것 같아. 그래서 나도 그가 우리 집에서 사는 것이 좀 못마땅했었거든...

 

이처럼 집 주인 아줌마도 브라운이라는 사람에 대해 별로 기억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그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는 것 같았어요.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브라운이라는 사람 앞으로 편지가 날라왔고, 항상 겉 봉투에는 "urgent" ,"confidential" 이라는 도장이 꽝~ 찍혀 있었답니다. 보내는 주소를 보니 체납에 대한 편지인것 같았어요. 저희는 그 편지들을 항상 집 주인에게 전달했고요, 그럴 때마다 아줌마는 아주 언찮은 표정을 하셨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그런데, 드디어 뭔가 일이 생겼지요.

몇 주 전 오후, 누군가 우리 집 문을 꽝 꽝~ 두드리는 게 아니겠어요.

마침 감기에 걸려 집에서 쉬고 있던 신랑이 문을 열었는데, 어떤 영국인 남자가 신랑을 보더니 하는 말~

영국인 남자: 여기 "브라운씨" 집 맞지요?

울 신랑: 아닌데요. 이전에 살던 사람이 브라운인 것 같네요.

           가끔 브라운 앞으로 편지를 받았거든요.  

영국인 남자: (한참 생각하다가당신 여기서 혼자 사나요?

울 신랑: 아니요. 와이프랑 둘이 사는데요....

           "내가 미스터 브라운으로 보이진 않잖아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그 영국인은 웃으면서 여기에 얼마나 살았냐고 물었고, 2년 좀 넘었다고 대답했지요. 그 사람은 집 주인에게 한 편지 (보나마나 독촉장인 듯)를 전해달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헤어지면서 울 신랑에게 했던 말은 "잘 있어요 미스터 브라운"~ (영국식 농담일까요? ^^)

 

신랑이 때 마침 있어서 다행이었지, 저만 혼자 있었으면 그 영국인으로부터 "브라운이 너의 남편 혹은 파트너가 아니냐?"는 등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실 현재 비자 연장 중이라 여권도 없으니, 저의 동거인이 브라운이 아니라는 것을 그 자리에서 바로 증명할 방법도 없었을 것 같거든요.

 

찰리 브라운은 우리에게 웃음을 주었는데 말이지요. ㅎㅎ (출처: 구글 이미지)

 

아무튼, 정체 모를 낯선 영국인 브라운으로 인해 잠시나마 우리 부부는 난처한 상황을 경험했답니다. 하루 빨리 브라운 문제가 해결해서, 더 이상 집으로 편지가 배달되지 않았으면 하네요. 울 주인 아줌마 처지 곤란일 것 같거든요. 이런 사건을 계기로 브라운이라는 이름이 괜히 싫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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