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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정치학도가 본 정치 쇄신, 정당 정치만이 정답일까?

by 영국품절녀 2012. 10. 13.



 

안녕하세요? 영국 품절남입니다.

오늘은 한국 대선 주자들의 정치쇄신에 대해 제가 느낀 점을 조금 적어보려고 합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외국에 있더라도 한국 뉴스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장감은 떨어지지요. 한국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 인터넷 등을 통해 꾸준히 접하고는 있었지만 지난 여름에 한국에 있다 보니 역시 현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는 헛다리 짚는 글로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 부분은 감안하고 읽어 주세요.

 

최근까지 대선주자들의 가장 큰 화두는 경제민주화였습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자체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 지 조금 어렵게 느껴집니다. 영어권 자료를 보아도 경제민주화라는 용어의 합의된 정의는 없습니다. 다만 대체로 경제정책 혹은 경영정책의 결정과정의 주도권을 소수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 옮긴다는 뜻으로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대선주자들의 중점 어젠다가 경제민주화에서 정치쇄신으로 옮겨간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는 방법론에서 조금 다를 뿐, 여야 주자 할 것 없이 그들이 이야기하는 정치쇄신의 큰 틀은 딱히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한국 정치는 쇄신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이긴 합니다. 실제 공약대로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러한 여러 정치쇄신 방안 중 눈에 띄는 것이 정당 정치의 쇄신이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두 야권의 두 후보인 문재인, 안철수 후보의 의견이 갈리고 있네요.

 

 

제가 작년에 일본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정치학을 가르칠 때였습니다. 학생들과 정당정치의 존속에 관해서 토론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일본 학생들은 일본 정당 정치 – 특히 파벌정치 - 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갖고 있더군요. 저는 토론의 말미에 "그럴수록 일반 대중이 더욱 정신차리고 정당의 공약과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 정도로 결론을 내리고 수업을 마쳤습니다만, 이번 야권 두 후보의 정당 정치에 대한 인식차이를 보면서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옛 고대 아테네처럼 모든 시민이 아고라에 모여 정치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민의 정치참여일 수 있겠지만 인구도 많고 사회도 복잡해진 요즘 그런 정치 시스템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겠지요. 그래서 요새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거의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즉 대표를 뽑아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정치적 권리를 행사하게 하므로 간접민주주의라고도 합니다. 이 때 대부분의 후보는 일반적으로 특정 정당에 소속되어 선거에 출마해 국민으로부터 표를 얻고 최종적으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국민대표, 즉 국회의원이 됩니다. 그런데 종종 어떤 후보들은 정당의 지원 없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기도 합니다. 소속 정당이 있든 없든 지역구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면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은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에서까지 정당은 – 만약 쇄신이 필요할 정도로 망가져 있다면 – 불필요한 정치 유닛일까요? 바로 이 부분이 두 야권 후보의 정당정치를 보는 입장이 갈리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후보는 정당으로 들어와서 대선에 도전해야 한다고 보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이미 쇄신이 필요한 기존의 정당정치 체제에서는 해답이 없다고 합니다. 사실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사실 정당은 궁극적으로 정권획득을 위해 모인 정치인들의 집합체입니다. 정책적 스펙트럼이 다른 여러 정치인들은 정당의 정책 결정을 통해서 대체로 한 방향으로 정책 목표를 설정합니다. 총선공약이야 각 지역구의 희망이 많이 반영될 수 밖에 없지만 대선의 경우에는 정당에서 최종적으로 조율된 정책이 대선 공약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따라서 원리적으로 민의를 어느 정도 반영될 수 밖에 없지요. 물론 대권주자의 의지 및 철학이 이 과정에 깊숙하게 개입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대선에 승리하면 한 국가의 최종 정책 결정자가 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할지라도 이들 역시 민의를 완벽하게 거스르는 정책을 펼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상적인 자유 민주국가라면요.

 

이에 대한 제 생각은 대선주자라면 정당이라는 테두리에 들어와서 대선은 치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현정당정치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할 정도로 보이긴 합니다만, 1987년 민주화 이후로 한국의 정당정치는 늦었지만 그래도 발전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여야의 두 정당 후보는 국민경선이라는 시스템을 통해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습니다. 물론 요식행위로 보인 부분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이 자체가 정당 시스템에 그래도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나 합니다. 또한 행정부의 국정운영자인 대통령은 국정수행에 있어서 입법부와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입법부는 각 정당의 국민대표들이 모인 기관입니다. 상호 견제와 협조 속에서 보다 나은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훨씬 높기 마련이지요.

 

한 야권 후보가 현재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바로 현재 정당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재의 한국정치의 현실, 그리고 참신한 새 인물이 한국을 전반적으로 개혁하기를 바라는 민심이 반영되어 있는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모든 대선후보들이 정당정치의 시스템에 들어와 대선을 치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 최고 국정운영자가 되더라도 모든 부분에 대해서 잘 알 수는 없을뿐더러, 그 스스로가 어떤 일이든 완벽하게 결정할 수도 없을 겁니다. 비록 그 주변에 각 부분의 전문가는 모일 수는 있겠으나 정당의 기반 없이는 민심을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정당의 주요정책은 조금씩은 변화할 수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일관된 정치방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 국민들은 인물뿐만 아닌 정당의 방향성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대북문제에 있어서 한국의 여당과 야당은 뚜렷한 차이를 가지고 있고 그 큰 틀은 지금껏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지금 이 글이 교과서적이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현재 한국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부분도 있겠지요. 사실 저도 정당 기반이 있건 없건 훌륭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도약시킨다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또 다른 정치적 실험이자 일종의 혁명입니다. 현재 국제 정세는 한국이 새로운 정치적 혁명을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큰 듯 합니다. 아울러 그에 못지 않게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정당정치 속에서 한국 정치가 운영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봅니다. 바로 이런 구조 속에서 경제민주화, 복지, 국방 문제 등이 – 비록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할 지는 모르겠지만 - 제대로 풀리지 않을까 합니다.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공부하는 저로서는 현재 일본이 겪고 있는 경제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일본 정당정치의 문제라고 봅니다. 세계 최고의 경제와 산업구조를 만들어 놓았어도 정치가 정상적이지 않고 민의를 저버린 결과가 현재의 일본이라고 봅니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팀 감독으로 부임하여 역대 최고의 성적은 올렸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한국축구의 체질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지요. 급할 수록 한 호흡 가다듬고 보다 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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