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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출산 문화로 자리잡은 산후조리원, 반감 큰 까닭

by 영국품절녀 2015. 5. 9.

얼마 전 영국 왕세자비가 딸을 순산한 후 10시간 만에 공주를 안은 채 정돈된 헤어 스타일과 봄기운이 풀풀~ 풍기는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거기다가 하이힐까지 신고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사실 저는 영국에서 출산한지 얼마 안된 아기를 유모차에 싣고 외출하는 여자들을 꽤 봐왔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너무나 놀랐던 모습은 출산 후 단 10시간만에 그것도 하이힐을 신은 그녀... 전혀 갓 출산한 사람의 모습이 아니에요.

 

 

산후조리가 크게 필요치 않아 보이는 그녀와 비교해 보면 저는 순산 후에 허리를 펴지도 못할 정도로 아파서 하루종일 누워있었거든요. 그럼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지고 오는 걸까요?

보통 동서양 산후 조리의 차이를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출처: News 1)

 

위의 요인들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이웃 나라인 일본은 이런 산후조리 개념이 없다고 해요. 무조건 아시아권이라고 해서 산후조리 문화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동 서양 신체 특징의 차이보다는 풍습이 우리나라의 산후조리 문화를 만든 것이 아닌가 싶어요. 실제로 세종대왕 시기에 이미 남자 노비에게조차 출산휴가를 주어 산후조리를 하도록 했다는 기록을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을 수가 있답니다. 또한 전통적으로 삼칠일이라고 해서 21일 동안 산모와 아이를 보호했던 전통이 있지요. 이 때에는 미역국 먹기와 (따뜻하게) 체온 유지 및 외출삼가를 들 수 있답니다. 그 만큼 산모와 아이를 보호하고 회복을 도우려는 우리의 조상님들의 지혜가 반영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온라인에서 "산후조리"를 두고 각축전이 일어나는 것을 꽤 자주 볼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산후 조리원에 대한 반감을 갖는 비율이 꽤 높은 것 같은데요, 과거에는 산후 조리를 가정에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가족구조의 변화 및 친정 및 시댁 부모님들의 기피(?)로 산후조리원행이 늘고 있는 실정인데 말이지요. 종종 해외 블로거들이 산후조리 개념이 없는 서양 여자의 출산 문화에 쓰기만 하면, 댓글에는 어느새 "우리나라의 산후조리 문화"를 아주 유난스럽다고 비판(난)하는 글들이 줄줄이 달리곤 하지요. 

 

최근에는 출산 문화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산후조리원에 대한 말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산후조리원을 꼭 가야하는지에 대한 찬반 논쟁부터 부작용까지... 신생아 감염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지요. 그런데도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때에 빈방이 없을 정도로 산후 조리원은 호황입니다.

 

1. 산후조리원 비용 부담 및 이로 인한 위화감, 상실감 조성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산후조리 비용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가계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산후조리원에 2주동안 있었는데요, 그 비용이 꽤 부담되더라고요. 흥미로운 것은요, 기혼보다는 미혼 남자들이 더욱 산후조리원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결혼과 출산의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도 삼포(연애, 결혼, 출산)시대를 살아가는 미혼자들에게는 이런 비싼 산후조리원이 부담스럽지요. 특히 가계를 책임지는 남편들의 경우 산후조리원을 가고자 하는 아내와의 마찰 및 주변 사람들과의 비교로부터 자격지심까지도 생길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연예인들의 상상초월하는 럭셔리 산후조리원 뉴스는 부담스러운 비용 때문에 산후조리원을 갈 수 없는 산모들에게는 상실감을 가져올 수도 있지요.

 

2주에 1200만원짜리 강남의 D 산후조리원

(출처:news.mt.co.kr)

 

2. 출산 유세떠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에

예전과는 달리 워낙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저조함에 따라, 사회적으로 임신과 출산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에 산후조리원은 지난 4년동안 45%가 증가했고요. 그런데 이미 출산을 과거에 경험하신 우리 어머니 세대들은 요즘 젊은 엄마들이 임신, 출산, 육아에 엄청 유세를 떨고 있다 하십니다. 비싼 비용을 내면서까지 산후조리원에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들이 의외로 많으시더라고요.

 

"너네만 아이 키우냐?

너네만 임신했냐?" 뭐 이러시면서요...

 

이와 함께 남자들 역시도 우리나라 여성들이 서양에 비해 임신, 출산 유세가 심하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비난의 화살은 "산후 조리원"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지요.

 

출산한지 6개월 정도가 지나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산후 조리원을 경험해보니 비용 대비 만족감은 큰 편입니다. 산후 조리원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 남편이 본국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소개하기를 "호텔" 이라고 했을 정도지요. 산모와 남편이 함께 머물 수 있으며, 산모를 위한 영양 밥상, 간식에다가 전신 마사지까지 제공하지요. ㅎㅎ 게다가 아기까지 돌봐주잖아요. 이러니 여자들 입장에서는 임신과 출산으로 힘든 나에게 이 정도의 보상은 있어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가 내 평생에 가장 편안한 때라 여기고 아주 푹~ 잘 쉬고 왔습니다. 정말 후회없이요. ㅎㅎ

 

아무래도 임신과 출산을 전혀 경험할 수 없는 남자들은 절대로 산후조리 문화를 이해할 수는 없을 겁니다. 또한 동서양의 산후조리를 비교해가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일도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임신과 출산은 여자들이 하는 일이고, 우리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산후조리를 잘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니까요. 물론 우리식 산후조리에는 희생과 비용이 따르므로 유난스럽다고도 보일 순 있겠지만, 공주, 왕자를 낳은 내 아내의 빠른 심신 회복을 위한 것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싶네요.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