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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한국 고구마 맛탕 맛 본 영국인 유쾌한 반응

by 영국품절녀 2012. 3. 30.



어제는 제가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 새로 부임 - 지난 2월 - 하신 영국인 목사님이 가정 방문을 오셨어요. 저희가 2010년 1월에 처음 이 교회에 간 날, 담임 목사님이 다른 지역의 교회로 떠나셨거든요. 무려 2년하고 1개월 동안 저희 부부는 목사님도 안 계신 교회를 다닌 셈이지요. 새 담임 목사님은 무척 인상이 좋으시고, 에너지가 넘치시는 분이세요. 오시자마자 교인들의 집을 방문하시기 시작하셨답니다. 저희 집까지 오시려나? 하는 의문과 함께 오시더라도 순번이 좀 걸리겠지 했는데, 저번주 목사님의 전화를 받고 어제 목요일 4시로 시간을 정했지요.

목사님이 집에 오신다고 하니까, 가장 먼저 걱정된 것이 "무엇을 대접해야 하나?" 였답니다. 영국인들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가면, 대부분 차와 스낵(쿠키, 케이크 등)이 서비스 되지요. 저희는 한국인이므로, 영국인들과는 차별성이 있었으면 싶었어요. 마침, 런던에 갔을 때, 한인 마켓에서 사온  고구마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저희가 차와 대접할 한국 간식거리는 바로...

 

 

달콤 바싹한 맛이 일품인 "고구마 맛탕"~

 

 간단하게 만든 저희 부부의 "고구마 맛탕 레서피"를 소개합니다.

 

1. 기름이 담긴 팬을 달군 후에, 고구마를 잘라서 넣고 얕은 불에 골고루 익힙니다.

    (젓가락을 이용해서 고구마의 모든 면이 잘 익을수 있게 뒤집어줘야 해요.)

 

 

2. 모든 면이 노릇노릇하게 되면, 키친 페이퍼를 이용해 기름을 좀 제거해 줍니다.

 

 

3. 팬에 물 조금, 시럽, 설탕을 기호에 맞게 넣어 주고 부글부글 끓여 줍니다.

    (제가 사는 곳에는 물엿이 안 팔아서 대신 시럽을 사용했어요.)

 

4. 익힌 고구마를 팬에 넣고 졸이면 끝~~ 완전 간단하지요??

Tip. 물을 조금 넣어서 조렸더니, 겉이 크게 바싹하지 않아 씹기에 부드러워 좋더라고요.

검은 깨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요... (영국 시골에 살다보니, 한국 음식 만드는데 제약이 많아요. ㅠㅠ)

 

목사님이 드디어 오셨어요. 목사님에게 차와 고구마 맛탕을 대접했지요. 목사님은 고구마 맛탕을 맛 보시더니, 재료에 대해 물어보셨어요 저는 캔터베리에서는 한국 고구마를 찾기가 어려워 런던 한인 마켓에서 사왔다고 했지요. 그런데 재미있었던 것은 목사님의 고향이 바로 런던 외곽 지역의 코리아 타운 뉴몰든이라는 겁니다. 목사님이 아마도 저보다 그 곳에 있는  한인 마켓, 레스토랑 등에 대해 더 많이 아실 것 같아요.

 

고구마 맛탕 한 개를 드신 목사님의 소감~~~

"너무 맛있다. 그런데 이것 내가 다 먹으면 나 뚱뚱해져~~"

"너희들도 어서 먹으렴"

 

저희는 목사님과 한참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야기가 끝날 쯤에는 이미 접시에 남은 맛탕은 딱 두개 뿐이었어요. 목사님의 손과 입은 자신도 모르게 계속 맛탕으로 향했던 것이지요. 목사님의 기도로 오늘의 가정 방문은 끝나게 되었지요. 접시에 남은 맛두 개 중 신랑이 하나를 집자마자, 목사님은 자리에서 일어나시면서 남은 한 조각을 빛의 속도로 그것도 손가락으로 집어 얼른 입 속으로 넣으셨어요.ㅎ

목사님은 처음에는 고구마 맛탕을 다 먹는 것이 뚱뚱해진다고 부담스러워하셨지만요, 달콤한 고구마 맛탕의 유혹에 결국 넘어가시고 말았지요. (전 달랑 한 개 먹었고요. 울 신랑은 3개 먹었다고 하네요. ^^ )

저희가 만든 고구마 맛탕을 영국인 목사님께서 너무 맛있게 그것도 남은 한 조각까지 남김없이 다 드셔서 아주 흐뭇했어요. 마지막 한 조각까지 싹 드신 목사님의 유쾌한 모습이 자꾸 생각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