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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한국 부모와 아이들은 야행성, 참 낯설다

by 영국품절녀 2014. 7. 10.

한국에 온지도 이제 약 두 달이 채 안 되었지만, 영국에서 있는 동안 제가 알고 있었던 우리나라가 정말 많이 변했더군요. 어쩔 때에는 너무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당분간(?)은 제가 국내에 거주하는 관계로, 한국에서 새삼 느낀 점에 대한 포스팅이 주로 이루어 질 것 같습니다. 자칫 하다가는 비교, 우월주의 등의 비난이 따를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제가 느낀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릴테니, 비판과 동감을 마음껏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그럼 오늘 첫 주제는 바로 "한국 부모와 아이들은 야행성??입니다.

아무리 해가 늦게 지는 영국 여름일지라도 (저녁 10시), 저녁 8~9시 이후에는 밖에서 아이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평범한 영국 가정이라면 그 시간에는 가족이 함께 집에 있습니다. 물론 특별하게 지역 여름 축제와 같은 행사에서는 밤 늦게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요.

 

일단 한국과 달리, 영국은 백화점, 상점, 카페 등이 7시면 문을 닫으므로 길거리에서조차 사람 구경을 할 수가 없습니다. 시내에 오고 가는 사람들도 다들 퇴근하는 모습입니다. 오로지 늦게까지 영업하는 대형 마트, 레스토랑, 펍, 클럽과 그 주변만 사람들이 집중해서 모여 있을 뿐이지요.

 

제가 살았던 집은 시내 한복판에 있었는데 저녁 7시 이후면 지나다니는 차들도 없을 정도로 시내는 한가했어요. 주말이라도 낮에는 가족들로 가득하다가도 오후 늦게만 되면 다들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였지요. 그런 곳에서 몇 년 살다가 한국에 와 보니 제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 왜 이리 어색하고 낯설기만 한 건지요.

 

제가 현재 살고 있는 동네는 주거지역으로 아파트들이 대거 밀집되어 있는 곳입니다. 제가 저녁 8~10시가 넘어서 신랑과 산책을 하다보면,  낮과 밤이 별 다를 바 없이 하고 싶은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한국에 온 기분을 느낀 답니다.  제가 참 낯설었던 것은요, 카페, 치킨집, 빵집 등 가게 안에는 취학 전 어린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음식을 먹고 마시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상점 밖에 나와 놀기도 하고요. 게다가 카페 안에는 유모차에 탄 아기들도 꽤 보였다는 것입니다.

 

전에 제가 포스팅한 바 있지만, 영국 어린 아이들은 늦어도 7-8시 이전에 다들 잠자리에 듭니다. 잠을 충분하게 자야 건강하다고 믿고 있으며, 그것이 사실이고요. 그래서 한국에서 오신 분들은 대부분 일찍 잠자리에 드는 영국 아이들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그리고는 어느새 자신의 아이들도 이른 잠자리에 들도록 교육 시킵니다. 그리고는 부부끼리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요.

 

 

 

Cbeebies에서 방송하는 베드타임 스토리는 오후 6시 50분에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른들은 말할 것도 없이 어린 아이들까지도 어렸을 적부터 수면 부족에 야행성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것 같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조사 대상국 중에서 가장 짧았다는데요, 한국인은 하루 7시간 50분 정도 수면을 취해 미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 비해 약 40분 부족하다고 합니다. 물론 아침형/저녁형 인간은 개인의 체질, 습관, 선호도에 따라 무엇이 좋다 안 좋다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한창 성장 중인 어린 아이들이 저녁 늦게 부모를 따라 산책을 하거나 음식을 먹고 마시는 모습은 과히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국 아이들의 규칙적이고 이른 수면 습관이 참 좋습니다. 일찍 잠자리에 드니 자연스럽게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으로 자랄 수 있고요. 밤 동안 충분히 수면하므로 피곤하거나 졸릴 염려도 없습니다. 신체 성장 및 심리적인 면에도 큰 도움이 되고 말이에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규칙적인 취침 습관을 갖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학업 능력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어린이의 취침 시간은 11시간이 적당하며, 저녁 9시 이후에 잠이 드는 경우 

숙면을 취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되었고요.

(출처: Telegraph)

 

일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한국은 워낙 부모들이 늦게 퇴근하므로 아이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늦을 수 밖에 없다. 밤 시간만이라도 아이들과 부모의 애착 형성이 필요하다. 저도 이렇게 주장하신다면 딱히 할말은 없더라고요. 안타깝게도 영국과 한국의 직장 문화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요즘 저녁 늦게 신랑과 산책을 하면서, 부모를 따라 나와 동네 공원에서 놀고 있는 혹은 카페에서 먹고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좋을까?'에 대한 고민이 참 많이 듭니다.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저는 무조건 우리 아이는 규칙적이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습관을 형성하도록 키우고 싶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항상 9시 전에 잠자리에 들었거든요.

 

매년 한국 아이들의 불규칙적이고 비교적 짧은 취침 시간을 우려하는 기사가 나오기도 하는데요, 바로 한국의 편리한 밤문화 및 퇴근이 늦은 직장 문화의 영향으로 한국 부모와 아이들의 야행성 습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이런 행태가 한국 사회의 특징에서 오는 독특한(?) 가족 애착 형성 문화라고 해야할 지 의문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