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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영국 대학 졸업식 풍경

by 영국품절녀 2013. 2. 13.



한국에서 2월은 졸업시즌입니다. 대학 졸업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인지 더욱 특별하게 여겨지는데요, 물론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분들은 대신 고교 졸업식이 그러하겠지요. 한국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저는 영국에 와서 본 졸업식의 모습이 사뭇 한국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어, 오늘은 영국에서 본 졸업 풍경을 소개하고, 한국과는 어떻게 다른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한국 vs 영국 대학 졸업 풍경 비교

 

영국 유치원생들이 대학 졸업식 경험하는 모습 (출처: Google Image)

 

1. 영국은 대학 졸업 앨범이 없다?


영국 대학은 졸업 앨범 촬영을 따로 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날씨 좋은 봄이 되면, 학교 캠퍼스에서 졸업 앨범을 찍는데요, 마지막 학년에 재학 중인 남녀 학생들은 모두 정장 차림을 하고 오지요. 특히 일부 여대에서의 졸업 앨범 사진 찍는 날에는 몸 치창에 엄청 신경을 쓴다고 하지요.

개인적으로는 굳이 대학 졸업 앨범을 찍을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대학 졸업 앨범이 결혼 정보 회사(혹은 마담뚜)의 고객 정보 자료로 쓰인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저도 석사 시절 영국에 있었을 때에, 집으로 결혼 정보 회사에서 그렇게 전화가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없다고 하니까 "그럼, 혹시 여동생은 있냐?" 뭐 그런 식으로 물어보기도 했다는데요.

 

초중고는 대부분 동네 친구이기 때문에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으니 졸업 앨범 사진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고 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 졸업 앨범은 정말로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입니다. 우선 앨범을 찍을 때 의상, 메이크업, 헤어 등등으로 시간과 비용이 소비되고, 더운 날씨에 하루 종일 사진 찍는 것 정말 고역이에요. 게다가 앨범은 얼마나 비싼지요. 그 해 각 학과 별로 졸업자들의 사진이 다 들어가있으니, 얼마나 두꺼운지요. 저만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 다른 과 친구들은 알지도 못할뿐더러 관심도 없어서 보지도 않기 마련입니다. 그저 우리 과에 있는 그것도 내 얼굴만 잘 나왔는지 확인할 뿐이지요. 그렇게 졸업식 당일 날에 한번 보고, 그저 보관만 해 둘 뿐이에요. 비싼 앨범에 먼지만 쌓이네요.

 

엄지 뉴스에 실린 글로, 대학 졸업 앨범을 받기까지 보통 2억 3천만원이 들어간다고 하니,

앨범비와 택배비 포함해서 대학 앨범 가격은 정말 고가임에 틀림이 없네요.

 

게다가 개인 정보(주소와 연락처)가 다 들어 있어서 개인 정보 유출 문제도 생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전에는 이메일, SNS도 활발하지 않아 주소록을 보고 연락처를 알기도 했지만요, 이제는 굳이 그런 주소록이 필요할까 싶기도 합니다. 괜히 결혼 정보 회사의 자료로 쓰여서 결혼 적령기가 되면 그런 곳에서 온 전화를 받았던 경험이 있을 거에요. 그런데 요즘 대학 앨범에도 주소록이 다 포함되는지 궁금합니다.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겠지만, 개인 정보 유출에 신경이 쓰이는 요즘에는, 졸업 앨범의 신상 사진과 개인 정보 노출은 싫네요.

 

2. 영국 졸업식에는 게스트 인원 제한한다?


보통 영국 대학 졸업식에는 보통 게스트 2명까지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참석이 가능합니다. 졸업식 전에 참석 인원수를 미리 알려서 좌석을 확보해야 합니다. 추가 시에는 좌석 비용을 미리 지불해야 한다고 해요. 일부 학교에서는 아예 졸업식 게스트 인원을 딱 두 명으로 제한하기도 한답니다. 또한 그 해 졸업자의 리스트에 있는 예비 졸업자들에게 졸업식 참가 유무를 묻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석사 논문이 통과 된 후에 졸업식 참여 유무를 묻는 메일을 받았었어요. 그 당시 한국에 있었던터라 졸업식을 굳이 비싼 항공권을 내고 참가할 필요가 있을까 해서 참석을 안 했었는데, 두고두고 후회가 되더라고요. 브리스톨 대학은 가장 멋있는 건물인 법대 건물에서 졸업식을 하거든요. 이번에는 기필코 울 신랑 졸업식에 영국 여자들처럼 머리에 화려한 모자 쓰고 꼭 참석해보려고요. ㅎㅎ

 

                                    브리스톨 대학교 졸업식 (출처:www.bristol.ac.uk)

 

시티 대학교 졸업식 (출처: www.city.ac.uk)

 

3. 대학 졸업식은 대성당에서 하기도 한다?


학교마다 다르긴 하지만요, 일부 대학은 그 지역에 있는 대성당에서 졸업식을 합니다. 이 곳 캔터베리에 있는 대학들은 모두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졸업식을 거행합니다. 졸업자의 수가 많을 경우 제한된 성당 좌석으로 인해 대학 졸업식 참가 게스트 인원을 두 명으로 제한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손꼽히는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졸업식을 하면 참 멋있을 것 같은데요, 영국에서는 7, 11월에 졸업식이 있는데요, 이 때에는 캔터베리 대성당 주변에는 졸업식 가운과 학사모를 쓴 학생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하는 켄트 대학교 졸업식 (www.kent.ac.uk)

 

더람 대학교 졸업자들이 성당으로 들어가는 모습 (출처:www.durhamcathedral.co.uk)

 

4. 영국 대학 졸업장에는 성적이 기재된다?



제가 가장 놀랐던 차이점입니다. 영국 대학 졸업장에는 전 학년의 성적이 기재된다고 합니다. 제가 작년에 졸업한 한국 유학생에게 확인 차 다시 물어봤더니, 진짜라는 거에요.

졸업장에 이렇게 기재가 된다고 합니다.
학년 별로 First / Upper Second or Lower Second 이렇게요.

 

참고로, 영국 대학의 성적은 한국과는 표기법 및 산정법이 달라요.

                                 (출처: US GPA equivalent from The Fulbright Commission)

 

                                                        (출처: Guardian.co.uk)

 

가디언 기사를 보니, 2010-2011년을 기준으로 영국 대학들 졸업자 6명 중에 한 명은 First class (15.5%) 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는 4년 전보다 약 3% 더 올랐다고 하는데요, 졸업자들의 대학 성적이 이렇게 오른 이유를 알아보니, 학생들이 점점 학업 성취도에 신경을 쓰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왜냐하면 취업 경쟁이 심해지면서, 높은 대학 성적이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랍니다.

 

   (출처: 버밍험 시티 대학 졸업식 www.bcu.ac.uk)

 

제가 농담 삼아 졸업장 수여 시, 성적 순대로 받느냐고 물어봤더니, 다행히 그건 아니고 이름 순으로 받았다고 합니다. 단, 제가 받았던 석사 졸업장에는 성적이 기재되지 않았어요. 아마도 학부 졸업장만 그런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5. 졸업식 가운이 다르다?


한국 대학 졸업식 가운과 학사모가 대학마다 다른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영국은 졸업식 복장이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졸업식 복장 색깔은 검정색으로 같지만, 가운 디자인과 어깨에 덧입는 별도의 후드(hood)의 스타일과 색상은 천차만별이에요.

 

                                                   캠브리지 대학교 졸업식 (www.cambridge.ac.uk)

 

                                                     옥스포드 대학교 졸업식 (www.oxford.ac.uk)

 

바스 대학교 졸업식 (www.bath.ac.uk)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교를 졸업한 윌리엄 왕자 부부 (출처: www.mirror.co.uk)

 

(출처: 에딘버러 대학교 www.ed.ac.uk)

 


특히 박사 학위 졸업자들은 베레모를 씁니다. (학사모는 학사 학위 수여자가 쓰는 것이에요.)

 

만체스터 대학교 박사 학위 졸업자 (출처: www.manchester.ac.uk)

 

곧 울 신랑도 멋진 졸업식 가운과 베레모를 쓰는 날이 오리라 굳게 믿습니다. 작년에 베레모를 쓰고 졸업식 가운을 입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한 졸업자의 모습을 보고 저희 부부는 그저 부럽기만 했거든요. 졸업식이 끝난 졸업생들은 학사모를 쓰고, 졸업 가운을 입은  채 꽃다발과 졸업장을 들고 시내를 돌아다니거나, 가족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가서 식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켄트 대학교 출신인 울란도 블롬의 명예 박사 수여 모습이에요.

울 신랑도 졸업식 때 이렇게 입을 텐데... 외모는 상당히 다르겠네요. 저 역시도 그렇고요.

                           

리버풀 대성당에서 열린 제라드의 졸업식 모습

 

하나 더, 영국 졸업식 장에는 식이 끝나면 다들 환호를 지르면서 학사모를 던지는 관례가 있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출처: 세인트 메리 대학 졸업식 www.smuc.ac.uk)

 

전에 사립 초등학교 졸업식에 갔더니, 거기서는 식이 끝나고 교가를 부른 후에 소리를 지르면서 모자가 없으니 대신 졸업식 행사지를 위로 막 던지더라고요.

 

 

제가 관찰한 한국과 영국의 다른 졸업식 풍경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제가 직접 영국 대학 졸업식 현장에 있었다면, 더욱 생생한 풍경을 알려드렸을 텐데요, 그게 좀 아쉽기도 합니다. 아무튼 한국과는 조금은 낯설거나 다른 풍경이 있기는 하지요?? 영국 대학에서는 여름과 가을에 졸업식이 있을 텐데요, 빨리 울 신랑도 무난히 논문 통과하여, 올해 졸업식에 꼭 참가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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