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신문 배달하는 영국인 부부, 감동이야

제가 출석하고 있는 영국 교회는 성도 수(5~60명)가 적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가족같은 분위기입니다. 저희가 이 교회를 선택한 이유도 따뜻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으니까요. 보통 영국 교회들은 예배를 마친 후 "Tea time" 을 갖습니다. 간단한 다과를 하면서 서로 안부를 물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지요. 그 시간에는 목사님과 사모님은 돌아다니시면서 모든 성도들에게 인사를 하며, 안부를 묻습니다.

 

전에 저희 가정 방문하셨을 때, 고구마 맛탕을 맛있게 드신 그 목사님이세요. ^^

한국 고구마 맛탕 맛 본 영국인 유쾌한 반응

 

그러던 어느 날, 주일 예배를 마치고 목사님과 사모님이 무언가를 들고 저희 쪽으로 급히 오시는 거에요.

그러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너희에게 줄 것이 있어. 

그것은 바로 "한인 타운 및 마트에서만 볼 수 있다는 한인 신문" 이었어요.

런던 뉴몰든(코리아 타운)에 갔다가 한국 신문이 있길래, 너희 주려고 챙겨왔어.

 

한글로 쓰여진 신문을 보자마자 너무도 반가웠어요. 제가 사는 곳은 한인 마트가 없어, 중국 마트에 가야만 한인 신문을 볼 수 있는데, 요즘은 갈 때마다 없네요.

 

                                                                      주간지인 영국의 한인 신문들

 

한인타운인 런던 뉴몰든의 식당, 상점, 길거리에는 한인 신문들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영국 전 역의 한인 마트 혹은 한국 식재료를 파는 아시아 마트에서도 한인 신문을 볼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발행되는 주간지이며, 무료랍니다.

한인 신문에는 영국 뉴스 및 한인 뉴몰든 소식들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이 한국 관련된 기사들입니다. (신문마다 조금씩 달라요.) 저는 한인 신문을 읽으면서 좀 의아했던 것이, 한국 인터넷 기사에서 본 한국 관련 기사들이 너무 많은 거에요. 한인 신문에는 영국 생활과 관련된 영국 뉴스 및 한인 소식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한 신문사에 종사하는 분의 말을 들어보니, 영국에 있는 한인들은 한국 뉴스에 대해 더 관심이 많다고 하더군요. 이런 이유로 한인 신문에는 한국 관련 기사들이 주를 이루나 봅니다.

 

그러면서 사모님이 덧붙이시는 말씀은....

 

                                           런던 한인타운인 뉴몰든 기차역

 

목사님의 고향이 뉴몰든이라, 우리는 한달에 한 두번씩은 꼭 가거든. 우리가 갈 때마다 너희에게 한국 신문을 챙겨다 줄게.

참, 여기는 한인 마트가 없으니까 혹시 한국 식재료가 필요하면 우리에게 알려줘. 그럼 차로 실어다 줄 수 있으니까. 쪽지에 필요한 것들을 한글로 써 주면 바로 마트 주인에게 건네서, 그대로 사서 가져오면 돼.

 

목사님과 사모님의 말씀에 저희 부부는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 오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는 차가 없어서 설사 한인 타운에 가도 필요한 물건을 다 사올 수가 없거든요. 저희는 그 동안 차가 있어 종종 뉴몰든에 가시는 분들이나 런던에 사는 친구들이 캔터베리에 올 때 조금씩 부탁을 하기도 했었는데요, 영국인 목사님 부부는 부탁도 안했는데 미리 저희의 상황을 아시고 선의를 베풀어 주셔서 참 감사했답니다.

 

요즘도 가끔씩 주일 예배 후, 사모님은 한인 신문을 건네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저번에 준 것이랑 똑같은 것 아니지??

내가 다른 것은 못 읽어도 날짜는 볼 수 있으니깐....ㅎㅎ

 

한국인 가정도 많지 않고, 한국인이라면 다른 어린 학생들 뿐인 이 곳에서 저희 부부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영국인들이 있어 참 행복합니다. 처음에는 이 곳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 참 막막하기도 하고, 교회를 다니면서도 겉도는 등 영국인들과 사귀는 것이 참 어려웠는데요, 그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그들의 따뜻한 마음씨에 점점 감동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목사님 내외 덕분에 한인 상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영국 시골에서 한인 신문을 공짜 배송비로 보고 있다니, 기대하지도 못했던 깜짝 선물에 기분 참 좋네요. ^^ 이런 것이 소소한 삶의 행복이요, 재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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