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해외에서 혼자 사는 삶, 이렇게 팍팍할 줄이야

by 영국품절녀 2012. 9. 7.



현재 저는 영국에서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신랑이 한국에 간지는 이제 3주가 지났고요. 처음에는 혼자만의 생활이 너무 편하고 자유로웠습니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남의 간섭없이 오래간 만에 혼자 지내는 삶이 어찌나 재미있던지요. 친하게 지내는 여자들끼리 모여 맛있는 음식을 해 먹으며 파티를 하기도 하고요, 저번 주에는 여자 둘이서 멀리 여행을 다녀 오기도 했답니다. 가끔씩 친구들과 시간이 맞으면 야밤에 펍 혹은 카페에서 번개 모임을 하면서 시원한 맥주나 맛있는 차를 마시기도 하지요. 완전 싱글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도 있어요.

 

나 자유부인이에요. ~~ (출처: Google Image)

 

그런데,,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혼자 지내는 삶이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같이 먹을 사람이 없으니 요리 자체가 하기 싫고요, 배가 고파서 요리를 해봤지만 혼자 먹을 때에는 왜 이리 맛도 없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자주 먹고 좋아하는 떡볶기를 만들었는데, 전혀 맛있지도 않아요. 옆에 울 신랑이 있었으면 "난 네가 만들어 준 떡볶기가 제일 맛있어~~" 하며 맛있게 먹을 텐데요.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을 날에는 문득 외로움이 찾아와 음악이나 TV 프로그램을 틀어 놓기도 한답니다. 유독 계절을 타는 저는 파란 하늘에 살랑살랑 가을 바람이 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기도 하네요. 신랑 가자마자 신사의 품격이라는 드라마를 봤는데, 갑자기 연애가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더라니까요. ㅎㅎ

 

                                                                      (출처:  Google Image)

 

신랑이 한국 간지 약 3주 정도가 지난 지금.. 제가 제일 기다리는 시간은 바로 "신랑과 스카이프 하는 시간"이랍니다. 요즘 신랑과 장거리 연애 중이에요. 신랑이 일을 마치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저에게는 딱 오전 시간이거든요. 연애하는 것처럼 매일 스카이프로 영상 통화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너무 보고 싶어~~ 빨리 와~~~외로워~~

신랑은 대뜸~~

이제 내 심정 알겠냐??

나도 네가 한국에 있을 때 얼마나 외롭고 보고 싶었는데....

 

                                                                  (출처:  Google Image)

 

전 매년 거의 2~3달 동안 한국에 가 있었거든요. 제가 직접 경험해 보니, 그 당시 울 신랑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저는 겨우 3주밖에 안 되었는데도 신랑의 빈자리가 이렇게나 팍팍~ 느껴지는데요. 또한 교회, 자원봉사 중 만나는 영국 아저씨, 아줌마들, 친구들은 "신랑은 언제 오니? 신랑 안 보고 싶니? 외롭지 않니? 괜찮니??" 자꾸 물어보시니 괜찮다가도 갑자기 신랑 생각이 더 절실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제 마음이 전해지기라도 했는지, 신랑도 제가 보고 싶어 입국 날짜를 앞당기기 위해 비행기 표를 알아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좀 놀랐어요. 전 한국에 있었을 때에는 신랑 생각이 별로 나지 않았거든요. 옆에 시댁, 친정 부모님들, 동생들, 친구들 다 있으니 그저 하루하루가 재밌기만 했어요. 사실 한국에 좀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까지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울 신랑은 정말 제가 보고 싶어서인지..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영국에 더 일찍 들어오고 싶다고 했는데요. 안타깝게도 남는 비행기 좌석이 없어서 원래대로 꼬박 5주를 채우고 들어올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미혼인 영국 유학생들은 남편이 있는 제가 부럽다고 합니다. 아마도 해외에서 혼자 생활하는 외로움이 너무 크기 때문일 겁니다. 거기다가 학업의 부담 및 경제적인 문제와 같은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거든요. 다행히 연애라도 하는 친구들은 그나마 외로움이 덜한데, 나이가 있는 유학생들 중 애인까지 없는 경우에는 삶이 정말 팍팍합니다.

제 생각에는 박사 과정을 하러 오는 30대 남녀 유학생들은 결혼을 해서 오는 것이 좋지 않을까 감히 말씀드려 봅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결혼 적령기가 넘어 박사 학위 취득 후에는 귀국 후 결혼을 하는 것이 쉽지가 않더라고요. 특히 여자 나이가 삼십 중 후반이며, 박사일 경우에는 실제로 결혼 상대자를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라고 합니다. (보통 한국 남자들은 자기보다 가방 끈이 긴 여자를 부담스러워한다고 해요.)

 

이번 신랑의 부재를 통해 저는 혼자만의 생활이 가끔은 필요하지만 그래도 함께 사는 삶이 더욱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특히 이 곳은 가족 중심의 사회이므로, 보통 부부가 같이 붙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더욱 신랑의 빈자리가 절실히 와 닿기도 하고요. 더구나 가족, 친한 친구들도 거의 없는 해외 생활에서는 나와 함께 사는 남편(아내)이 가족이며, 동시에 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겠지요?

 

           로그인 필요 없으니, 추천 버튼 꾸욱~ 눌러 주세요.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