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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해외 살다 귀국, 한국 처한 현실에 마음 무거워

by 영국품절녀 2012. 9. 19.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제가 약 한달 조금 넘는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학교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한국을 갈 수 있었습니다. 사실 요즘은 한국 논문이나 자료들도 거의 인터넷을 통해서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한국행은 인터뷰가 목적이었고, 제가 만나고자 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반가운 얼굴들을 약 3년 만에 만날 수 있었으며, 변화된 한국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 더욱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네요.

 

오늘은 제가 한국에서 느낀 점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 스마트폰

한국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2000만명 이상이라는 기사를 읽기는 했지만, 한국에 가서야 그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특히 지하철을 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어서 참 놀라웠습니다. 뉴스를 검색해서 보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는데, 하나같이 목을 아래로 꺾고 서 있는데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사용했던 휴대폰 - 슬라이드 타입의 2G폰 - 을 그대로 사용했는데 꺼낼 때마다 약간 민망(?)하기는 했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확실히 서울에 있을 때에는 스마트폰이 유용한 것 같더군요. 서울의 복잡한 지하철, 버스 노선을 오랜만에 경험하다 보니 스마트폰이 있으면 확실히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다만 스마트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지하철에서 책 보는 사람이 확실히 줄었다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출판계에 종사하는 사람을 만나봤는데, 출판시장의 불경기도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독서인구가 준 것 같다고 하더군요. 

 

2. 불야성

이번에 한국에서 다시 느낀 것 중의 하나가 한국은 밤늦게까지 놀 곳이 많다는 점입니다. 영국은 런던과 같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저녁 6시만 지나면 시내가 한적해 집니다. 음식점이나 술집 정도를 제외하고 모든 가게가 영업을 마치니까요. 이에 비해 한국은 24시간 동안 줄기차게 놀고 즐길 수 있는 곳이 참 많은 나라인 것 같습니다. 저도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3년 만에 다시 한국의 밤문화(?)를 경험하니 약간 낯설었습니다. 저는 지난 영국에서의 3년 동안 –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 6시 이후에는 항상 집에서 아내와 서로 얼굴만 쳐다 보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한국에 오니 만날 사람도 많고 갑작스런 술자리 약속도 많아 며칠은 적응이 안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곧 적응은 완료되었지요.

 

                                       대낮처럼 밝은 한국의 밤 (출처: Google Image)

 

3. 다이나믹 코리아 

영국에 있을 때 뉴스를 보면 무척 따분했습니다. 제가 정치학을 공부하기는 합니다만 영국 정치는 별로 큰 이슈가 없습니다. 사실 제가 외국인이라 더 그렇게 느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가서 뉴스를 보니 뭐가 터져도 팡~팡~ 터진다는 느낌입니다. 정치나 사회관련 뉴스를 봐도 영국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뉴스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 쏟아져 나오는데 이건 뭐 정신이 없더군요. 이마저 부족했는지 날씨마저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는 동안 경험한 태풍만 3개입니다. 제가 영국에 귀국하는 날까지도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못 뜰까봐 무척 조마조마했으니까요.

 

                      어쩌면 이렇게 딱 맞게 지었을까요?  다이나믹 코리아 (출처: Google Image)

 

4. 분노 

짧게나마 한국에 있으면서 가장 심각하다고 느꼈던 부분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잘 몰랐는데, 정작 외국 살다 한국에 가보니 한국인들의 얼굴이 상당히 경직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경직을 너머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사회 전반에 걸쳐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적당히 긴장감 있는 사회는 건강하다고 느끼기는 합니다만, 제가 느낀 한국은 긴장을 넘어서서 폭발 직전이 아닐까 할 정도로 무서웠습니다.

 

                                                             (출처: 아시아 경제)

 

오죽하면 저희 아버지는 제가 밖에 나갈 때마다 사람 조심하고, 다른 사람 일에 일체 관여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습니다. 지난 8월, 여의도에서 칼부림 났다는 뉴스까지 접하고 난 뒤에는 오히려 더 조심하곤 했습니다. 그만큼 사회가 병들고 잘못되어 있기 때문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리운 고국까지 와서 더 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을 리가 없었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한국에서의 5주는 좋은 경험이었던 같습니다. 날로 변하는 한국의 발전상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한국인들에게 여유가 없어지고 각박해지는 것 같아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내린 결론은 한국이 좋다는 것입니다. 좋든 싫든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니까요. 아내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영국 출국 날짜가 가까워올수록 한국에 좀 더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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