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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교사 이메일도 안 알려주는 영국, 한국과 딴판

by 영국품절녀 2013. 11. 12.

요즘 한국인이라면, 국내외 거주 불문하고 카카오톡을 안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저에게 카톡은 일단 일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지인들과 가장 편하게 안부를 전할 수 있고 언제든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커서 그런지 유용하게 사용하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몇 달 전에 오래간 만에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와 카톡에서 대화할 기회가 있었어요. 이상하게도 그 친구의 카톡 프로필 문구에는 "카톡은 안하니 연락 주세요" 이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영국에 있으므로 국제 전화를 하기가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카톡으로 말을 걸었는데, 그 친구가 저에게는 아는 척을 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오늘 잠시 카톡을 꼭 해야할 일이 생겨서, 잠깐 들어왔는데 

앞으로 카톡으로는 대화가 불가능할 거야.

 

그래서 왜 카톡을 안 하는지 물었어요.

시도 때도 없이 학부모들이 카톡 메세지를 보내서, 너무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바람에 절대 할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친구의 말을 듣고, 학부모들이 가장 쉽게 부담없이 연락 가능한 방식인 카톡을 교사들에게 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카톡 딜레마"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부모들과의 소통이냐, 교사의 사생활 침해냐 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 중/고등학교 교사인 친구들은 카톡으로 부모 및 학생들과 소통을 하기도 하고요, 학부모와의 카톡 소통으로 학교 폭력을 줄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한국에서는 교사와 학부모 및 학생간에 카톡을 주고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영국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부모 및 학생에게

개인 이메일/연락처 등을 알려주는 것은 절대 금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전 직원 및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국 정부 교육 프로그램 "Safeguarding and Health" 을 필수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는데요, 여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주장하는 것이 "교사의 사생활 보호" 입니다. 학부모는 물론이고 학생에게도 절대로 개인 연락처 뿐 아니라 - 학교 이메일 이외에 - 사적으로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 및 페이스북 같은 SNS 아이디를 알려주는 것도 철저하게 금하고 있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혹시나 교사가 학생 및 학부모와 사적인 이메일로 연락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예기치 못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여 집니다. 특히 요즘 프라이버시 문제가 많은 페이스북 혹은 트위터와 같은 SNS 역시도 학생들에게 교사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전에 영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한국 학부모가 자녀들의 학교 생활 및 교육이 걱정되어 담임 교사에게 궁금한 점들을 묻고 싶다면서 개인 이메일을 알려달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교사는 개인적으로 이메일은 절대 알려 드릴수가 없다고, 일언지하에 "NO" 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학교에서 개인마다 부여받은 학교 공식 이메일은 학생들에게 알려주긴 합니다.

 

아무래도 한국과 다르게, 영국은 매일 학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을 직접 통학시켜야 하므로 직접 교사와 만나서 면담할 기회가 있는 편이에요. 또한 직접 학교로 전화를 해서 교사와 통화를 하는 것 같습니다. 급한 용무가 아닌 경우에는 자녀에게 간단한 메모 혹은 편지 등을 전달하도록 해서 교사와 소통을 하기도 하지요.

 

저는 누구나 자유롭게 하는 카톡을 못하는 초등학교 교사인 제 친구를 보면서, 영국처럼 학부모 및 학생들로부터 교사의 사생활은 지켜져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직접 대놓고 말하는 것보다는 덜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카톡을 이용해, 교사에게 과도한 부탁을 하는 학부모의 자세는 참 무례하다고도 보여 지네요. 비록 직장 일로 바쁜 부모들의 경우에는 그나마 쉽고 간편하게 교사와의 소통이 가능한 방식이라고 보여지기는 하지만, 도가 지나친 일부 학부모의 행동은 교사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 수용할 수도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제 친구처럼 일부 학교 교사들 중에는 아예 카톡을 안 하는 편이 그나마 현명한 대처라고 보여지긴 하지만, 이제는 학교 자체 내에서 교사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SNS 가이드 라인이 재정립되어야 할 때 인것 같습니다. 인권 보호를 그토록 주장하는 우리 교육 현장에서 왜 교사의 인권은 이처럼 무시되고 있는지 참 한심스럽네요. 물론 교사 - 학부모와의 카톡 사용은 일단 일장이 있겠지만, 근무 시간 외에도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학부모들의 카톡 메세지는 정말 부담스러울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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