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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귀국행 비행기 타자마자 입덧 끝~ 신기해

by 영국품절녀 2014. 6. 18.

안녕하세요. 제가 임신 이후 입덧으로 인해 블로그 포스팅을 거의 하지 못했는데요, 이제 안정기라 하는 임신 6개월로 접어들면서 입덧은 없어진 것 같습니다. 다만 먹기만 하면 가스가 심하게 차고 속이 거북하여 구토를 하는 현상은 종종 나타납니다. 그 동안 블로그 댓글과 방명록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저를 걱정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무래도 제목을 보시고 이미 짐작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저희 부부가 얼마 전에 한국에 왔습니다. 일단 남편 박사 학위가 통과되었지만, 당장 영국에서 취업이 된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비싼 월세비와 생활비를 부담하는 것이 무척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올해부터는 남편이 학생 신분이 끝난 상태라 카운실 택스(1년 - 약 200만원 가량) 도 내고 있거든요.

 

게다가 올해 3월부터 저는 입덧으로 인해 심신이 피폐해지고 날이 갈수록 향수병도 심해지기 시작했지요. 그동안 논문 면접 준비에 집안일이며 요리까지 몽땅 해야 하는 남편 역시도 한국 가고 싶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등 힘이 들긴 마찬가지였고요. 아무리 영국에서는 출산이 공짜라고 할지라도... 이래저래 고민을 하다가 저희 부부는 일단 귀국하기로 결심했어요. 앞으로 남편이 해외 취업 지원을 고려하고 있어, 다시 영국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다른 국가 혹은 영구 귀국이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요...

 

그런데 해외에서 만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고향 방문" 만큼보다 더 큰 행복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해외에서 사는 임산부들의 경우에는 향수병이 심해지기도 하고요, 해외 생활 카페 등의 글을 읽다보면 그들의 고충 중에 "한국에 가고 싶지만 갈 수 없어서 슬프다" 라는 내용들이 참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출처:Google Image) 

 

저 역시도 한국행 비행기를 구입한 후부터는 영국에 살아도 마음만은 내 고국이었습니다. 매일매일 혼자 계획을 세웠던 것은요, "뭐 먹지?"  였어요. ㅎㅎ 상상만 해도 왜 이리 좋은지.. 부푼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지요. 하루가 마치 일년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왜 이리 시간은 안 가는지.... 출국에 앞서 장시간 비행이 무척 걱정이 되었지만, 생각보다 편안하게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마치 한국행 비행기를 타자마자 입덧이 언제 있었냐 듯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답니다. ㅎㅎ

 

물론 귀국 후 시차 적응 때문에 피로감도 있었고, 몸도 많이 부어서 외출조차도 힘들었어요. 한 두주가 지나자 나아졌지만요, 그 동안 영국 생활이 너무나 힘겨워서 그런지 저도 남편도 "진이 다 빠졌다" 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로 조금만 뭘 해도 피곤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저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친정에서 쉬고 먹고 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출처: Google Image)

 

이제부터 남편 내조에 진이 빠진 저는 앞으로 출산 전까지 그저 뱃속의 아기와 제 심신의 회복을 위해 집중하려고 합니다. 7월부터는 임산부 요가, 태교 등 문화 센터도 다니고, 지금까지 미뤄 두었던 블로그 포스팅도 다시 활발하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가끔씩 제가 남편에게 "우리가 지금 영국에 있다면 어떨까?" 하면 "우리 둘 다 힘들어서 퍼져 버렸을거야.." 아마도 저희 부부에게 약 4년 반의 영국 생활은 값진 고생이었지만 심신은 참 힘들었나 봅니다.

 

이처럼 향수병을 달고 사는 해외 생활 중 한국 방문(혹은 귀국)은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독 임산부들에게는 더욱 더 말이지요. 저의 경우에는 출국 전날까지도 끝날 것 같지 않던 입덧까지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한국에 오니까 정말 너무나 좋습니다. 주변에서는 분명 해외로 또 나가고 싶을 것이라고 하지만... 현재는 좋기만 하네요. ^^ 지금까지 타지에서 고생한 저희 부부에게 귀국과 함께 휴식 선물을 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