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으로 여행 혹은 학업을 위해 오는 한국 젊은이들 중에는 런던에서 꼭 해야할 일로 "뮤지컬 관람" 을 꼽을 것입니다. 유럽 여행 카페 및 블로그에 보면, 항상 뮤지컬 관람 후기 및 예약 문의 정보는 끊이질 않거든요. 저의 경우에는 2005~6년에 런던 및 브리스톨에서 뮤지컬 몇 작품을 본 적이 있어요. 다만 최근 4년 동안은 영국에 있으면서도, 그 흔한 뮤지컬을 단 한편도 본 적이 없네요.
그럼, 제가 런던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오페라의 유령 후기로 시작해 볼게요.
브리스톨에 살 때, 지인들과 런던으로 뮤지컬을 보러 갔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오페라 유령은 꼭 보자라고 계획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남들 다 하는 예매도 안 했지요. 직접 가서 표를 사도 된다는 말만 믿고, 그것도 토요일 오전에 티켓 박스로 갔습니다. 주말이라 남은 표가 거의 없더군요. 그러면서 가장 비싼 표들만 남았다고 하면서 가장 좋은 자리라고 하길래, 울며 겨자먹기로 약 £58정도 주고 산 것 같습니다. (2006년도)
Phantom of The Opera @ Her Majestys Theatre
공연 시간이 다 되어서, 극장 안으로 들어가서 좌석을 찾는데 2층인 거에요. 저는 큰 극장에서 뮤지컬을 본 적이 없었던터라, 무대가 잘 보이는 1층이 아닌 것에 큰 실망을 했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오페라의 유령은 무대보다는 허공에서 이루어지는 무대 장치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장관이었어요.
(출처: Google image)
알고보니 제가 앉은 곳이 로얄 서클의 맨앞 정중앙 자리였답니다. 그래서 저는 '역시 비싼 이유가 있구나' 했지요. 뮤지컬 오페라 유령을 보고 난 후의 감동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어요. 순식간에 바뀌는 웅장하고 멋있는 무대 장치며, 뮤지컬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 실력이 얼마나 좋은지... 소름이 끼치면서 공연 내내 감동의 바다였습니다. 그 후 휴유증으로 몇달 동안 오페라 유령 OST 만 들었네요. ㅎㅎ
(source)
아무래도 지금은 런던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살다보니, 런던까지 가서 뮤지컬을 볼 일이 통 없습니다. 솔직히 가장 큰 이유는 "함께 보러 갈 사람이 없다" 는 것인데요, 신랑은 "티켓 값이 비싸다", "뮤지컬에 별로 관심없다" 등의 이유로 뮤지컬을 보러 갈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저 역시도 자연스럽게 볼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지요. 물론 동네에 뮤지컬 극장이 새로 생겨, 일년 내내 뮤지컬 공연이 있으나 별로 유명한 작품들이 아닌 낯선 것들이라서 좀처럼 관심도 안 갖게 되네요.
그래도 브리스톨에서는 오래된 뮤지컬 극장에서 런던 웨스트 엔드 공연팀이 자주 오곤 했어요. 그 때에는 남자친구(신랑)와 함께 맘마미아, 토요일 밤의 열기 등 자주 보러 갔었는데요, 학생이라 가격 할인도 있어서 값도 꽤 싼 편이었고, 런던까지 고생해서 갈 일도 없으니 참 편하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운 브리스톨 극장
그런데 최근에 BBC 기사를 보고, 저의 상황이 모든 여성들과 참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뮤지컬을 더 많이 보나?
런던 뮤지컬 극장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뮤지컬을 보러 오는 관객 중 68%가 "여성" 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관광객들의 경우에는 남녀 비율이 거의 비슷한 55%가 여성 관객이라고 합니다. 또 한 가지 발견한 사실로는 "여자가 먼저 뮤지컬 작품을 선정한 후에, 자신의 부모 혹은 남자친구를 동반하여 뮤지컬을 보러 오는 경향"이 눈에 띈다고 하네요.
뮤직 씨어터과 책임자인 Paul Baker 교수 (Royal Central School of Speech and Drama)의 말을 읽으면서 "신랑이 그저 평범한 한국 남자"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답니다.
나는 한국에 갔었을 때, 뮤지컬 극장에 가 보고 안 사실은....
거의 90% 이상이 (젊은) 여성 관객들로,
그녀들은 남자 친구와 절대 뮤지컬을 보러 오지 않는다.
작년에 지인을 통해 들은 말이 있는데요,
요즘 한국에서는 레미제라블 영화가 히트치고 난 후, 여성들 사이에서 이런 로망이 생겼다.
런던에 가서 레미제라블 뮤지컬 보고 오기~
제가 봐도 정말 수많은 한국 2~30대 여성들이 런던으로 뮤지컬 관람을 하러 오는 것 같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런던 뮤지컬만 검색해 봐도, 얼마나 많은 후기 포스팅들이 나오는지요.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것입니다. BBC 기사에서 인터뷰한 영국인이 한국 뮤지컬 극장에서 보고 느낀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런던 및 브리스톨에서 뮤지컬을 봤을 때에도 현지 관객들은 이렇게 나뉘어졌어요.
(노)부부, 가족 단위(부모 & 자식), 연인, 여자 친구들끼리~
여기에서도 남자들끼리 뮤지컬을 보러 오는 경우는 별로 못 본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남자들끼리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을 꺼리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어요. 게다가 뮤지컬표 가격은 영화에 비해 훨씬 비싸니까요. 물론 영화와 마찬가지로 뮤지컬 역시 홀로 관람하는 남자들은 있을 겁니다.
이에 런던 뮤지컬 관계자들은 이렇게 덧붙였지요.
아무래도 뮤지컬 장르나 내용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욱 어필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더 넓은 관객층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특히 뮤지컬의 블루 오션인 아시아 국가들의 팬 층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들의 구미에 당길만한 새로운 물결(new wave)의 뮤지컬을 만들어야 한다.
제가 영국에서 참 부러운 것은 뮤지컬을 함께 보러 다니시는 "노부부" 의 일상이에요.
영국 노부부들은 뮤지컬 공연을 참 많이 보러 다니십니다. 꼭 뮤지컬 뿐 아니라 음악회, 전시회, 박물관, 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 예술 공연을 즐기시면서 여생을 보내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곳의 뮤지컬 극장도 거의 과반수 이상이 노부부 관객들로 가득 찬다고 하니까요. 제가 한국어를 가르쳐 드리는 영국인 할머니께서도 할아버지와 매 주 한 번은 문화 활동을 즐기시지요. 이에 반해 저의 부모님만 해도 항상 엄마는 여자 친구 및 지인들과 뮤지컬을 보러 다니십니다. 아빠랑은 재미가 없다고 하시면서요. ㅎㅎ 보통 6~70대 저희 엄마 세대들은 부부보다는 친구들끼리 다니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몇 달 전에 그 노부부께서 런던까지 가셔서 뮤지컬을 보고 오셨다고 하는데, 너무 좋으셨다고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제가 잘 모르는 작품이라서 그런지 제목은 생각이 나질 않네요. ㅎㅎ 그리고 저에게 이메일로 정가보다 조금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 주셨어요. 공연 표와 함께 식사권도 포함되어 파는 패키지 상품이 있다고 하네요.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고 하니, 맛있는 저녁 식사도 하고 좋은 공연도 보실 수 있습니다.
판매 사이트 및 작품에 따라 레스토랑의 위치와 음식 종류는 상이합니다.
런던 호텔 음식도 맛볼 수 있다고 해요.
만약 위키드를 보신다면, 아래 직접 레스토랑 및 코스 요리를 선택할 수 있어요.
값은 조금씩 차이가 있답니다.
공연이 저녁이라면, 꼭 든든하게 식사를 하고 가시는게 좋습니다.
공연을 너무 열정적으로 감상하다보면, 금방 허기가 지거든요.
요즘 한국에서도 예전에 비해, 확실히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그 정도의 감수는 당연시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공연장에서 직접 보는 뮤지컬의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에도 벅차니까요. 저 역시도 런던에서 본 오페라의 유령이 지금도 뇌리에 남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저도 신랑과 함께 뮤지컬 공연 보러 런던에 꼭 가야겠습니다. 올해 연말에 분명 국내에서도 뮤지컬 공연이 있을텐데, 관심없는 남성 분들도 이번 만큼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비싼 돈이지만 아낌없이 - 크리스마스 선물로 공연을 함께 보는 것 어떨까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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