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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 시골 축제에서 본 낯익은 한국 추석 풍경

by 영국품절녀 2012. 9. 30.



한국은 금요일 저녁부터 추석 귀경길이 시작되었다지요. 저는 시댁, 친정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는데, 추석 맞이 음식을 장만하고 계신다고 하시네요. 부모님과의 전화 통화 내내 비록 몸은 영국에 있지만, 마음만은 한국으로 이미 간 것 같은 착각을 할 정도로 한국의 추석 풍경이 머리에 그려졌습니다.

 

한국인도 별로 없는 영국 시골은 아주 조용합니다. 물론 금요일에 잠시 런던 한인타운에 갈 일이 있었는데 역시 그 곳은 작은 한국이더군요. 한인 대형 마트에는 추석 음식 장만을 위해 많은 한국인들이 장을 한창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송편이라도 먹고 싶어 ㅇㅇ 떡집에 갔더니, 이미 송편은 다 팔렸더군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채 양념 고기만 사가지고 왔답니다.

 

그런데, 저는 영국 시골 축제를 보다가 문득 추석을 준비하는 한국 풍경이 떠 올랐습니다.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삼일 동안 저희 집 근처에 있는 정원에서 "음식 축제" 가 열리고 있거든요. 매 년 가을마다 이 곳에서는 음식 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영국인들이 주로 먹는 음식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제가 포스팅 한 바 있는데요, 이번 행사는 한국의 추석과 딱 겹치는 바람에 뭔가 좀 특별하게 저에게는 다가온 것 같습니다.

 

 

어제 날씨가 무척 좋아서 저도 구경할 겸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동안 영국은 때아닌 장마(?)가 왔었거든요. 완전 한국의 장마비와 흡사하게 거의 일주일 내내 비바람이 부는 통에, 만나는 영국인들마다 "Rain is boring!!" 이라며 투덜거릴 정도 였지요. 다행히 어제는 오래간 만에 파란 하늘에 쾌적한 온도로 음식 축제를 구경하기에는 더없이 완벽한 날이었어요.

 

 

역시나 날씨가 좋고 주말이라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습니다. 여기저기에서는 영국인들이 주로 먹는 버거, 피자, 도너츠, 감자칩 등과 함께 다양한 유럽 및 아시아 국가의 음식들이 팔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햇볕 아래에서 멋진 음악을 들으면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식재료가 팔고 있었습니다. 이를 테면, 파이, 초콜렛, 치즈, 각 종 오일 종류, 쨈 (처트니), 고기 (소세지), 칩스, 다양한 소스들 등등~ 가족 단위로 나온 현지인들은 음식 맛을 보면서 식재료를 한가득 사가는 분위기였어요. 꼭 한국의 마트나 시장에서 추석 음식 장만을 위해 이것저것 물건을 사는 북적거리는 모습과 무척이나 흡사해 보였습니다.

 

 

저희의 경우 작년에는 이것저것 좀 샀었는데, 이번 해도 거의 비슷해서인지 별로 사고 싶은 것이 없더군요.

 

그래도 아쉬워 신랑이 좋아하는 사과 조금 샀습니다. 신랑은 오늘이 마지막 날이니까 문 닫기 한 시간 전쯤에 오면 좀 더 할인해서 팔 것이라며 다시 한번 돌아보자고 하더군요. 알뜰살뜰한 울 신랑이에요. ㅎㅎ

 

 

역시 알콜을 사랑하는 영국인들답게 맥주, 사이더, 와인을 파는 곳에 사람들이 크게 몰렸습니다.

술 맛을 보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사서 마시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어떤 이들은 병째 사가기도 했습니다. 저는 시식할 수 있는 것들은 몽땅 맛을 보았답니다. 행사 끝나기기 전에 사이더 한 병 사올까 생각 중이에요.

 

 

한국의 북적북적한 추석 음식 장만하는 풍경을 여기에서 보는 것 같아 신이 나더군요. 비록 영국에서 오늘은 그냥 평범한 주말 중의 하루인데, 저에게는 이 축제가 추석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음식 축제에서 풍성한 음식들과 식재료를 보면서 말이지요. 사실 한국인으로서 명절인데도 영국에서 아무것도 할 것 없이 너무 조용하기만 하면 기분이 쳐지고 한국이 막 그리워지거든요.

그런데 정작 영국에서는 추수 감사절이 공휴일이 아니므로 특별하게 여기지도 않습니다. 유독 교회, 학교, 커뮤니티 등에서만 특별 행사를 하는 것 같아요. 저희 교회에서도 9월 마지막 주 일요일은 "Harvest 예배" 이므로 과일, 채소 등등 식재료를 준비해서 가져가야 하거든요.

추석을 보내는 자세, 미국인과 영국인의 결정적 차이  (궁금하신 분은 읽어 보세요.)

 

                        날씨 좋은 날, 맥주를 마시면서 흥겨운 음악에 취해 있는 영국인들

 

한국에서는 어제 추석 음식을 장만하시느라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수고로움이 없어서 한편으로는 편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명절에 가족과 함께 있지 못해 외롭기도 하답니다. 다행히 추석 음식 장만하는 날에 저는 이 곳에서 음식 축제를 다니면서 그나마 외롭지 않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참, 저희도 오늘 몇 명의 한국인들과 함께 추석을 맞이하여 작은 파티를 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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