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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영국 품절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얼떨결에 영국 취업하다니

by 영국품절녀 2012. 9. 22.



오늘은 얼떨결에(?) 영국에서 취업에 성공한 저의 사연을 알려 드립니다.

 

2010년 영국 출국을 준비하면서, 저는 '6개월 안에는 취업을 할 수 있겠지'하는 막연하지만 부푼 기대를 품고 영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그런데 경제 불황이 심화되면서 영국인들조차도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되어 버린 것이지요. 영국에 오자마자 1년 동안은 CV를 만들어 여기저기 뿌리고 다녔습니다. 닥치는 대로요. 더군다나 런던 등 대도시도 아닌 영국 시골이라서 그런지 일자리는 극히 제한되어 있어 지원할 곳 마저도 별로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작은 시골 동네에 대학교들이 많다보니 일자리를 구하는 대학생 및 졸업자들로 넘쳐났어요. 설상가상으로 영국 취업을 위해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의 젊은이들도 이곳으로 몰려 들었답니다. 이러니 영국에서 일해 본 경력도 전혀 없는 동양인인 제가 이 곳에서 일자리를 잡는 것은 정말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주변의 영국인 친구들조차도 "너의 문제가 아니야, 현재 영국 상황이 그래~ 현지인들조차도 취업을 못해 난리잖니~"이렇게 저를 위로하기도 했지요.

 

                                      잡 센터 앞에 매일 줄서는 영국 구직자들 (출처: Google Image)

 

그렇게 바라던 취업은 되지 않고, 할일도 크게 없는 저는 영국 생활이 참 막막했습니다. 그렇게 걱정만 하다보니 1년이 지나고, 2011년이 되었습니다. 힘들어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신랑은 저에게 블로그를 운영해 보라고 권유했고, 전 1년 동안 블로그 운영에만 집중했습니다. 이것에라도 전념해야지 지루한 영국 생활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요.

                                         

그렇게 또 1년이 가고 2012년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블로그 운영을 하면서 종종 잡지 및 타 블로그 사이트에 기고도 하면서 그렇게 지내다가 저에게도 영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겁니다. 주변의 한국인 분이 영국 사설 칼리지에서 일을 하시다가, 귀국하시면서 감사하게도 저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얼떨결에 처음으로 영국에서 잡 인터뷰를 준비하게 되었지요. 준비하면서 걱정도 되고 무척 떨렸습니다. 제가 인터뷰를 망치면 추천해 주신 분에게도 미안하잖아요. 저도 이런 좋은 기회를 영영 놓칠 수도 있고 말이에요.

 

아무튼 신랑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인터뷰 사전 준비를 하고, 드디어 당일이 되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서 준비한 문구를 계속 읽으면서 입을 풀었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저를 인터뷰 하는 담당자가 너무 친절하고 호의적이었어요. 그 분은 제가 앞으로 할 일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질문을 하셨어요. 거의 제가 준비했던 질문들과 겹쳐서 별 문제없이 잘 대답했어요. 인터뷰 내내 너무 분위기가 좋아 떨리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특히 영국 석사 소지자라는 사실에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 분은 "Excellent" 라는 말을 하며 화기애애하게 인터뷰를 끝내고, 바로 저에게 일을 하자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보면 영국 시골인 이 곳에는 한국인이 별로 없고, 이전에 일했던 한국분이 저를 추천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으면 그냥 고용되는 분위기인 것 같았어요.^^)

 

그렇게 저는 영국 사설 칼리지에서 9월 첫째주부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영미권 대학을 지원하는 (제 2 외국어를 한국어로 선택한) 한국 학생에게 한국 문학 (소설, 수필, 시) 및 한국어로 번역된 외국 문학을 가르치는 일 입니다. 거의 대부분이 제가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것들이 주를 이루지만 몇 십년 지난 지금 그것들을 다시 가르치기 위해서 저는 요즘 매일 책을 읽고 수업 준비를 하느라 바쁘네요. 또한 학생의 에세이 교정도 하면서요.

일주일에 단 두 번 (50분 수업 * 3 시간)밖에 출근을 하지 않는 파트 타임이지만, 준비하는 시간은 꽤 걸립니다. 가르치는 일이다 보니 단순 업무를 하는 일보다는 시간 당 페이가 괜찮은 편이며, 영국 정규 학사 일정과 똑같이 방학(하프텀, 크리스마스, 부활절)은 쉬지만 페이와 휴가 비용이 다 지급된다고 하니 정말 괜찮은 일인것 같습니다. 한국도 그렇지만 교사라는 직업은 어느 곳이나 좋아요.

 

제가 단 2주 정도 일을 했지만, 현재 영국 취업과 관련하여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1. 영국 사설 칼리지에는 영국인보다 외국인 출신들이 더 많다??


이 곳은 영미권 대학을 가려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칼리지입니다. 그런데 교사들 역시 영국인들보다는 유럽인들이 대부분이라는 거에요. 단, 교장, 교직원 등 학사 및 재정 관리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정작 교사들은 거의 다 외국인입니다. 물론 저와 같이 외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은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러시아, 아랍, 이탈리아, 그리스 등등 다국적일 수 밖에 없지만요, 다른 여타 과목들 역시 유럽 출신의 교사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쩌면 영국인들은 이런 사설 칼리지보다는 차라리 영국 고등학교로 들어가는 편이 훨씬 페이 면에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사립 고등학교 교사는 웬만한 대학 교수들보다는 연봉이 훨씬 높으니까요. 제가 보기에도 단순한 업무를 하는 곳 보다는 이 곳 페이가 괜찮은 편이나,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과 노력을 따져보면 그다지 높다고는 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2. 비자 문제가 전혀 없는 사람들로만 고용한다??


제가 인터뷰를 끝내고, 가장 먼저 받았던 질문이 "너의 비자 타입이 뭐니?" 였습니다. 즉, 일을 할 수 있는 비자를 가졌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겠지요. 저는 동반자 비자를 갖고 있어서 일 하는데 전혀 제한이 없습니다.

 

참, 요즘 영국에서는 어학연수생들은 일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비자에 "Work prohibited" 라고 명시되어 있지요. 이에 반해 학위 이상의 학생들은 주당 20시간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일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비자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만 고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유럽 언어를 가르치는 교사는 EU 출신들이므로 취업하는데 비자가 전혀 필요없으므로 상관이 없지만요, 저와 같이 중국, 태국, 아랍, 일본 등등의 교사들은 일을 할 수 있는 비자를 갖고 있지 않으면 전혀 취업이 안 되니까요. 다시 말해서 학생 비자 혹은 동반자 비자, 아니면 영국인과 결혼한 영주권 혹은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만 고용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지 비자가 요구되는 외국인 출신 교사들은 모두 다 영국 석/박사 학생들 혹은 학생 부인들이거나 영국/유럽인을 남편으로 둔 아내들입니다.

 

이처럼 점점 영국에서는 외국인을 고용하는데 취업(Working) 비자를 내주지 않고, 현지인 및 유럽 출신들 혹은 이미 일을 할 수 있는 비자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만 고용하는 추세입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외국인들이 취업 비자를 받고 영국에서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아시겠지요?

 

제가 일을 하게 된 것은 다행히 일을 할 수 있는 비자를 가지고 있었으며, 가장 큰 이유로는 한국어 (문학)를 가르칠 수 있는 한국인이기 때문이지요. 또한 이전에 일했던 분의 추천과 함께 영국 석사 소지 및 경력 역시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영국에서도 인맥이 상당히 중요하니까요. 특히 외국인인 경우에는 더욱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사실상 영국에서의 취업은 포기 상태였지만,얼떨결에 이렇게라도 현지 취업하게 된 것이 참으로 다행인 것 같습니다. 가끔은 이런 행운을 맛볼 수 있어 우리의 인생이 항상 어렵고 힘들지만은 않나 봅니다. 모두 힘냅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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