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살면서 현지인들의 식생활을 보면, 한국과는 참 다르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들이 알고 있는 영국식 아침식사(English Breakfast)를 아침으로 먹는 현지인들은 그다지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현지인들로부터 들은 말로는 "아침부터 고열량의 음식을 먹는 것은 부담된다" 라고 했습니다. 물론 대학교 기숙사 식당이나 B&B 등에서는 영국식 아침식사가 제공되지만요.
English Breakfast
제가 경험을 통해 아는 바로는, 보통 영국 가정에서 아침 식사 메뉴는 토스트, 쨈 혹은 시리얼과 우유, 오렌지 주스, 과일 등 입니다. 즉 가볍게 아침 식사를 하는 편이지요. 점심 역시도 간단하게 샐러드, 수프, 샌드위치, 과일, 초코바 등 간단하게 먹습니다. 물론 중간에 계속 단 것들을 먹기도 하지요.다만 일부의 경우 저녁은 다소 폭식을 하는 경향이 있지요. 이처럼 영국의 아침/점심/저녁 메뉴는 다릅니다.
전에 영국, 유럽 출신 친구들과 함께 살았던 한국인 여학생의 사연입니다. 그녀는 꼭 밥을 먹어야 하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무조건 밥을 먹는다고 해요.
그녀의 모습을 본 유럽 친구들의 반응~
너는 어떻게 아침부터 밥(rice)을 먹냐? 대단하다. 그게 넘어가냐?
하루 세끼 모두 밥을 먹는 네가 대단하다. ㅎㅎ
유럽인들이 보기에 삼씨 세끼 밥을 먹는 한국인의 모습이 상당히 낯설게 느껴지나 봅니다. 한국에서 산 경험이 있는 영국인들 역시도 한국 식습관을 알고 깜짝 놀랬다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특히 한국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했던 영국인들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침에 밥(rice)을 먹었는데, 저녁에 또 밥을 줘. ㅠㅠ
현재 한국을 방문 중인 영국인 친구는 난생 처음 겪어 본 한국의 무더운 여름 날씨에 거의 죽을 맛이라고 하네요, 게다가 한국인 친구 집에서 머물고 있는 그는 친구 엄마가 매일 뜨거운 밥과 국을 주셔서 밥 먹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날씨도 더운데, 게다가 뜨거운 밥과 국을 먹어야 하는 것이 말이에요.
그가 힘들어하는 것을 안 한국인 친구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엄마, (그에게) 매일 밥과 국을 줄 필요는 없어요.
그냥 빵과 쨈만 줘도 되는데....
그런데 엄마는 어떻게 손님에게 빵과 쨈만 줄 수 있느냐면서 절대 그렇게는 못한다고 하셨답니다. ㅎㅎ 그는 식빵과 딸기쨈이 가장 맛있다고 하지만요. 역시 영국인이 매일 밥(rice)을 먹기는 힘든가 봅니다.
한 외국인이 "한국 홈스테이에서 항상 내게 주는 식사" 라고 소개한 사진으로,
해외 누리꾼들에게 한국 집밥이 화제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개인차는 있나 봅니다. ㅎㅎ
(출처: artnews.mk.co.kr)
사실 영국 가정에서 사는 한국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 홈스테이를 하는 한국인들은 항상 음식으로 울상을 짓기 마련입니다. 한국인이 먹기에 영국 가정식의 맛은 꽤 밍밍하다고 해야 할까요? 또한 우리가 매일 밥을 먹듯이 영국인들은 감자를 먹습니다. 최근에 영국 가정에서 약 삼개월 정도 살고 있다는 한국 유학생을 만났는데요, 그 역시 매일 나오는 감자가 너무 먹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제가 만났던 대부분의 한국, 일본 유학생들이 다들 똑같은 불평을 하지요.
영국인들의 주식인 감자
(출처: bbc)
일부 영국인들은 아시아 학생들을 위해 종종 밥(rice)을 해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들이 먹는 메뉴를 제공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한국 홈스테이에서도 마찬가지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굳이 외국 학생들의 입맛과 취향을 고려해서 식사를 차려 주기보다는 실제로 우리들이 주로 먹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지요.
종종 자국 음식 문화에 대해 영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꼭 묻는 것이 있습니다.
Q. 한국인들은 주로 무엇을 먹니? 아침? 점심? 저녁?
A. 우리는 보통 세끼 다 밥(rice)을 먹어.
그러면 대부분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이지요. 일부는 상당히 놀라기도 하고요. 영국에서 살아보니 한국식 밥상을 차리는 것이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 유럽인들은 정말 간단하게 먹거든요. 그런데 한국식 밥상을 차리려면 밥, 국, 반찬 등 손이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메인 요리 하나만 딱 만들어서 몇 가지 기본 반찬과 함께 밥을 먹는 날이 점점 늘고 있답니다.
전에 영국인 남자과 결혼한 친구 집에 갔더니 그녀는 정말 간단한 메뉴로 남편에게 식사를 차려 주는 것을 봤습니다. 그저 메인 요리 하나에 빵만 잘라주면 되더라고요. 순간 좀 부러웠습니다. ㅎㅎ 물론 모든 영국인들의 식습관이 제가 본 것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요. 개인차가 어디나 있기 마련이니까요.
다만 흥미로운 것은 외국인으로서 다른 나라의 식습관에 적응하기란 참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인이 영국 가정에서 살면서 매일 감자를 먹는 것이 힘든 것처럼, 한국 가정에서 사는 영국인이 매일 밥 세끼를 먹는 것도 마찬가지로 고역이라는 것을요. 신랑의 독일인 친구도 아버지가 한국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라 방학 동안 한국 대학 기숙사에서 주로 밥을 먹었는데요, 매일 빠지지 않고 나왔던 김치로 인해 앞으로 더 이상 김치는 먹고 싶지 않다고 했답니다.
현지에서 지내는 동안은 그 곳의 식습관에 어느 정도는 맞추어 살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이 정 견디기 싫다면 현지 가정에서 나와 혼자 살아야겠지요. 그래서 일부 한국인들이 영국 홈스테이를 하다가 나오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음식 (감자) 때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요즘 한국은 무척 덥다고 하는데요, 서늘한 여름에 익숙한 영국인 친구가 한국에 가서 얼마나 힘들지는 안 봐도 뻔 하네요. 거기다가 매일 뜨거운 밥과 국까지 먹어야 하니까요. ㅎㅎ 그래도 한국인인 저로서는 매일 한국 집밥을 먹는 그 영국인 친구가 부럽기만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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