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한국에서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어떠한 절대자를 향한 믿음이라기 보단 일종의 패션 액세서리나 트렌드가 된 것 같아요. 사실 종교 활동을 사교의 장소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기도 하니까요.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기독교 (가톨릭이나 프로테스탄트 포함)가 오랜 전통 속에 자리잡고 있는 국가입니다. 일 년 중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 가장 큰 명절이니까요.
그런데 영국 사람들 전체가 신앙심이 깊은 기독교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조사 결과 성탄절의 의미를 모르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고 하네요. 크리스마스는 이제 영국사람들에게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한 명절 정도가 된 듯 합니다. 어느 교회를 가봐도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고, 20-30대 젊은 사람들은 극히 드물거든요.
한국인들은 해외에 나오면 유독 현지 교회를 찾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바로 영어를 늘리기 위한 것입니다.
어학연수는 인터내셔널 학생들과 같이 수업하므로 영어는 늘지만 현지 영국인과 만날 기회는 적습니다. 학위 과정의 경우에도 수업 따라가기 급급하다 보면, 정작 현지 친구들과 좀처럼 깊게 사귀기가 어렵죠. 그저 파티 정도에 쫓아가서 대화를 하는 정도일까요? 저도 석사 할 때는 정신 없이 수업준비, 에세이 쓰기, 발표하기, 그리고 논문을 쓰다 보니 1년이 후딱 지나가더군요. 그 때를 되돌아보면 같은 시기에 같은 공부를 했는데도 영어실력이 정말 빨리 향상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딘 사람도 있습니다. 영국만 왔다고 영어가 저절로 느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이런 점에서 볼 때, 해외에서 종교 활동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고 할 수 있어요.
저희 부부가 출석하고 있는 캔터베리 시내에 있는 St. Andrew's church에요.
그 다음에는 근처 대학의 크리스찬 유니온 (Christian Union)입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각 대학들에는 기독교 서클이 있어요. 제 경험상 여기 친구들이 외국 학생들에게도 친절하고 대화도 잘 들어주는 것 같아요.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면서 이야기도 서로 주고 받고, 힘든 점이 있으면 잘 도와 준답니다. 이 곳 켄터베리에는 Kent University나 Christ Church University 대학의 기독교 서클을 중심으로 성경공부가 일주일에 한번씩 있는데 인터내셔널 학생들을 위한 모임으로 저녁식사도 줍니다. 울 남편은 제가 한국에 잠깐 가 있는 동안 밥도 먹고 성경 공부도 할겸 일부러 참석했다고 하더라고요. 더군다나 학기당 한 번 이상 주변의 유명 관광지를 여행하기도 하는데, 마침 제 귀국일자와 겹쳐서 못 갔다고 아쉬워하더라고요. ^^;
재작년 교회 몇 분이 저희와 같은 외국인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디너를 준비해 주셔서 제대로된 영국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었어요.
물론 영어를 늘리려고 무조건 교회나 기독교 서클에 가보라는 말은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종교활동은 영국 현지에 조금 더 빠르게 녹아들 수 있도록 해주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교회 분들은 외국인들에게도 친절하고요. 울 남편은 교회에서 City Council에 다니는 사람과 친해졌는데, 그 사람을 통해 종종 켄터베리에서 하는 다양한 행사들의 정보를 얻기도 해요. 하루는 근처 교회에서 예배 후 공짜 저녁을 준다는 말을 그 사람과 함께 교회에 가더군요. 엄청 맛있었다고 자랑하더라고요. 저도 따라갈 것 후회했죠. 생존능력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이에요 ㅋㅋㅋ.
참고로, 캔터베리에는 한인교회가 없지만, 왠만한 영국 도시에는 한인 교회가 많아요. 한인 교회를 가는 이유는 여러가지 있겠지만, 현지인들과의 만남과 영어 소통을 하는 기회를 더 얻으려면, 영국인 교회를 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의 경우에는 오전에는 영국인 교회, 오후에는 한인 교회를 나가는 경우도 본 적이 있어요. 어디까지나, 해외에서 종교 생활은 여러분의 선택이니, 강제성은 없습니다. ^^.
단, 한국에서 신앙 생활을 하신 분들은 해외에서도 꼭 열심히 하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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