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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사돈 위해 한국어 배우는 영국 시어머니, 감동

by 영국품절녀 2013. 5. 12.


최근에 교회 분의 소개로 영국인 노부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분들은 한국인 며느리를 두어서 그런지 저를 보자마자 바로 "안녕하세요" 하면서 인사를 하셨어요. 특히 할아버지는 고개 까지 숙이시면서 "안녕하세요" 를 하시는데 저도 얼른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답니다. 영국인 할머니는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에 대해 더 알고자 한국인을 만나고 싶어하셨다고 해요. 그 노부부는 직접 저를 만나기 위해 자원 봉사 하는 곳까지 방문을 하셨답니다.

 

서로 간단히 소개를 한 후에, 할머니는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내가 한국에 갔을 때, 사돈(mother in Law)을 만났는데.. 사돈이 영어를 하나도 할 줄 몰라서 우리는 전혀 대화가 되질 않았어. 나도 한국말은 "안녕하세요" 밖에 할 줄 몰라~~ 그래서 나는 한국어를 배우려고 해.

 

저는 영국인 입에서 한국어로 "사돈" 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지라 빵~ 터졌답니다. 그 분들도 저를 따라 크게 웃으시면서 이렇게 말씀을 하시네요.

난 사돈의 이름을 전혀 몰라. 그냥 사돈이라고 불러.

 

영국에서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문화라서 그런지, 그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고개를 갸우뚱하셨어요. 저는 이렇게 알려드렸지요. 한국에서는 사돈의 이름을 직접 부르지 않는다. 심지어는 사돈끼리 서로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저 간단하게 사돈이라고 부르면 된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저에게 언어 교환을 하자고 하셨고, 한국어에 대해 기본적인 몇 가지를 질문하셔서 대답해 드렸습니다. "한글은 매우 과학적이어서 한글 모음과 자음을 배우면 금방 읽고 쓸 수 있어요. 물론 그 의미가 무엇인지, 한국말을 하는 것은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이지만요." 처음에 한국어가 너무 어렵다면서 한없이 걱정하시던 할머니는 저의 설명을 들으면서 다소 안심이 되는 듯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그 날 대화하는 중에 할머니는 저에게 한국어 딱 두마디를 하셨어요.

안녕하세요 & 사돈~~ ㅎㅎ

 

이렇게 저와 할머니는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서 언어 교환을 하기로 했답니다. 할머니의 집이 저희 집에서 크게 멀지 않아 제가 직접 할머니 댁에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주에 두 번 다녀 왔는데요, 처음 시간에는 “서로에 대해 알아보자” 라는 주제로 가족, 생활, 학업 등등 이야기를 나눴지요.

 

(출처: Google Image)

 

두 번째 방문하던 날, 식탁 위에 놓여 있는 한국어 교재를 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직접 책을 구입해서 한국어를 혼자 공부하고 있으셨나 봅니다. 그 책은 영어로 말하면 보카책으로, 영어로 된 한국어 어휘책이었습니다. 원래 보카책이 다 그러듯이, 한국인인 제가 봐도 참 지루한 책이었는데요, 할머니 역시도 그렇다고 하셨지요. 물론 도움이 전혀 안 된다고는 볼 수 없지만요.

 

 

 

영어 알파벳 순서로 된 한국어 어휘책으로,

영어와 한국어의 발음과 의미, 단어를 이용한 문장 표현이 있습니다.

 

예) Breakfast  - choban (choe-bahn)  반  

외국인이 조반이라고 하면 당황할 것 같아요.  아침(밥) 혹은 아침식사라고 표현하면 될 텐데요.

 

생각해 보니, 우리도 영어를 이런 식으로 배웠던 것 같아요. 현재 영어권 사람들이 거의 쓰지 않는 일상 표현들을 배우고 암기하면서 말이에요. 실제로 영국에 와 보니, 제가 배웠던 영어 표현들이 꽤 구식인 동시에 현지인들은 평소에 거의 안 쓰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현지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한국에서 나는 그저 시험을 위한 영어를 배우고 사용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답니다.

 

저는 영어로 된 한국어 단어책을 쭉~ 훑어 보다가, 할머니가 연습하신 노트를 보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시어머니와 비슷한 연세이신데요, 한국인 사돈과 대화를 하기 위해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시는 모습에 무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노트에는 기본적인 안부 인사와 대답, 호칭 등이 적혀 있었어요.

 

 

할머니는 아직 한글은 전혀 모르시기 때문에, 영어로 한국어 어휘를 써서 공부를 하고 계셨던 거에요. 내용을 보니 할머니, 할아버지, 괜찮아요? 네, 고맙습니다. 등등... 이 써 있네요.

 

저는 이 책을 중심으로, 할머니에게 한글과 함께 소리를 익힐 수 있도록 가르쳐 드릴 계획입니다. 한국어를 거의 독학한 영국인 친구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익힌 후에 글자와 소리를 함께 익혔다고 하던데요, 저도 그 친구의 학습 방식을 참조해서 할머니에게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먼저 알려드릴 생각이에요.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할머니와 함께 한글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저 역시도 할머니와 영어 공부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할 지 좀 더 이야기 나눈 후에 정해야겠습니다. 영국인과의 언어 교환은 처음인데요, 저는 한국 며느리를 둔 덕에 한국어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분과 이처럼 영어와 한국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고 기분이 좋습니다. 저에게는 이 분과의 시간이 저의 삶에 있어서 큰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할머니께 한국어 열심히 알려 드리고, 저도 열심히 영어 공부하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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