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오기 전에 약 2년 동안 시댁에 들어가서 살게 되었어요. 전 시어머니께서 음식을 워낙 잘하시니깐, 엄청 기대를 했어요. 매일 맛있는 것을 먹겠거니, 이번 기회에 좀 많이 배워야지 등등 그런데, 두 둥~ 갑자기 시어머니께서 개인적인 일로 지방에 잠시 내려가서 사시게 되어 버린 거지요. 결혼 전 먹는 것만 좋아했던 전 요리라면 라면 하나 밖에 끓일 줄 모르는데, 이제 시아버지와 신랑의 식사를 전적으로 책임을 지게 되어 버린 거에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제가 압력 밭솥 밥은 정말 한번도 태운 적 없이 기가 막히게 맛있게 한다는 거에요. 그런데, 정말 자신이 없었던 것이 국, 찌개였어요. 특히 우리 부모님 세대는 국, 찌개 없이는 식사를 잘 못하시잖아요. 뭐, 반찬은 그냥 시장에서 조금씩 사와서 먹으면 되는데, 국, 찌개는 몇 번 사보았는데, 입맛에 잘 안 맞더군요. 더군다나 울 시어머니의 요리 솜씨가 너무 좋아서, 자연스럽게 시아버지의 입맛은 온전히 어머니의 음식 맛에 길들여져 전 더욱 부담이 되었어요.
처음에 정말 눈 앞이 깜깜했어요. 우선 친정에서 가끔 씩 곁눈질했던 기억을 되살려, 제일 기본적이지만, 가장 까다로울 수 있는 된장국을 끓이기로 결정했지요. 한 2-3일은 먹어야지 편하겠거니 하는 생각에, 양도 엄청 많게 큰 냄비 한 통에 가득 된장국을 끓인 거에요. 맛에 대한 책임도 못 질 거면서, 그 때 제가 무슨 자신감이 그렇게 있었는지요? 이것 저것 넣고, 된장국을 무슨 곰국 끓이는 마냥, 큰 냄비에 물도 아주 많이 넣고, 팔팔 끓였지요. 다 끓이고, 맛을 보니, 無 맛이더군요. 아무리 된장을 풀어도, 친정 엄마가 끓여준 그 맛이 전혀 아닌 거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안에 들어간 재료와 양념에 비해 물 양이 너무 많은 게 문제였네요. 그러다가 이제는 더 이상 어떻게 손을 봐야 할지 당최 모르겠더군요. 맛을 보니, 맛있지는 않았지만, 그냥 된장국이네,, 이 정도라고 말 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전 그 된장국에 대해서는 포기해버렸어요.
그런데..그 때 신랑이 왜 그랬는지 이번에 영국에 와서 알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신랑이 들려준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제는 된장찌개, 김치 찌개, 갈비찜, 닭죽 등등 다 뚝딱 만들 줄 안답니다. ^^ 문제는 제가 요리를 자꾸 안 하려고 한다며 울 신랑은 가끔 불평을 하지만요. 어쩌지요? 전 요리보다는 누가 해 준 음식 먹는 게 너무 좋아요. 그래도 먹고 싶다고 하는 것은 다 만들어 주고 있어요. 울 신랑이 더 많이 요리를 해 주긴 하지만요. 울 신랑 따라잡으려면 아직도 멀었네요. ^^ 헉헉
제가 만든 영국 산 로켓으로 끓인 냉이 된장국이에요. 한국의 냉이 맛보다는 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올 봄에 자주 먹고 있는 우리 집 인기 메뉴 중 하나랍니다. 이제 제가 울 신랑보다 된장국은 더 잘 끓여요.
한국에서 물 건너온 조기로 만든 조기 매운탕입니다. 시아버지께서 스티로폼 안에다가 조기, 김치 등등을 넣어서 완전 꼼꼼하게 싸서 보내 주셨거든요. 맛있는 조기 매운탕을 먹으면서, 시 부모님의 정성과 사랑에 다시 한번 감격했습니다. 해외에 살다보니, 더욱 부모님의 그리움이 간절한 날입니다. 보고 싶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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