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애국심이 강한 한국 젊은이들, 정작 한국 역사 지식은 수준 이하~

by 영국품절녀 2011. 5. 6.


해외에 나오면, 갑자기 내가 언제 그렇게 애국심이 강한 사람이었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국심이 불타오르지요. 삼성, LG 핸드폰을 쓰면서도 이게 일본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되거나, 기껏 힘들게 김밥을 만들어 줬는데 스시라는 말 한마디에 갑자기 욱하면서, 한국 브랜드, 한국 김밥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설명을 하지요. 또한 당연히 한국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많은 유럽 친구들이 한국이 어디에 위치하는 건지, 한국은 중국과 일본 말 중에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등의 전혀 예상치 않았던 황당한 질문에 한국 학생들은 적지 않게 당황하곤 하지요. 아직도 유럽, 남미, 아랍 등 많은 사람들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고 있답니다. 어쩌면 북한이 더 유명할 지도 모르겠네요. ㅋㅋ

   2002년 월드컵의 응원 문화를 통해 한국의 위상을 알렸지요.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요. ^^; (출처: 구글 이미지)


국내에서는 한류, 월드컵, 중요 국제 행사 개최 등등의 이유로 한국이 전 세계에 많이 알려진 나라로 좀 과장되어 보도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요. 물론, 영국 프리미엄리그에서 활약하는 박지성, 이청용 등을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도 많이 알려졌고, 몇 일전 프랑스에서도 한류의 바람이 불었다고 하는 등 전보다는 많이 노출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해외 어학연수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혹은 듣게 된 토픽 중에 제가 심각하게 느낀 것이 있다면 현재 한국 역사 교육의 위기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국사라는 과목이 필수가 아닌 선택 과목의 하나로 되면서, 많은 학생들이 한국 역사에 대한 깊이와 앎이 너무 부족해졌습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 학생들을 만나보면, 자신의 나라의 역사에 대한 지식이 깊다는 것을 알 수가 있어요.

예를 들어, 영국 어학 수업 중에 영국에 대하여 얼마나 아는 지 학생들에게 물어봅니다. 보통 영국의 굵직한 사건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요. 그러면서 선생님들은 그 당시에 자신의 나라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설명해 보라는 등에 질문을 합니다. 그러면, 다른 유럽의 친구들은 서슴없이 이런 저런 일이 있었다며 발표를 해요. 그런데, 한국 학생 들 중에는 입을 벙긋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해요. 어떤 한국인 학생이 자신은 알고 있어도 영어가 짧아서 설명하기 힘들어서 쩔쩔 매고 있을 때 옆에 다른 한국인 친구가 좀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았대요. 그런데 알고 보니, 다른 한국 친구들은 몰라서 도와줄 수가 없었다고 해요. 이게 현재 대다수의 한국 대학생들의 현실입니다. (제가 해외에서 만난 친구들만 보고 예를 든 것이지만, 현재 대학교 2학년인 여학생의 말을 빌리자면, 서울대 갈 사람만 국사 공부하면 된다는 분위기라고 하더군요.)


한국의 젊은이들의 애국심은 강합니다. 해외에 나와서도, 자신의 행동과 말에 따라 외국 친구들이 잘못된 한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질 까봐 좋은 모습을 보이려는 학생들이 많아요.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요. ^^;) 그런데, 애국심이 강한 것은 좋지만, 정작 한국에 대해 설명을 하라고 하면, 잘 못하지요. 이건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물론, 자신이 많이 알고 있어도 영어 말하기가 서툴러 못 할 수도 분명 있지만, 정말 몰라서 말을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가 될 것이라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곳 영국 학교들의 역사 시간을 보면, 정말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한국은 일방 통행인 선생님들의 강의와 역사 암기식의 수업이 오로지 이루어지지만, 영국에서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직접 역사를 체득합니다. 예로, 초등학교 학생들이 World War II을 공부한다면, 그 당시에 군인들이 입었던 옷이나 물품 등을 직접 만들어서 입고 와서 퍼레이드를 한다고 해요. , 그 당시 군인들에게 편지를 써 본다고 합니다. 이렇게 그 때 당시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서 그 때의 상황을 이해하고 체험하는 것이지요. 또한 역사 전공을 한 울 신랑이 중학교 역사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실로 역사 내용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서양 국가에서는 자신의 역사를 자세하고 깊게 가르치는 반해, 한국은 왜 그럴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더군요. 일본 학생들도 일본 역사에 대해 잘 몰라요. 한국이나 일본이나 역사 교육의 처참한 현실은 똑같더군요. 다행히 앞으로 국사를 수능 필수 과목으로 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안도감이 들기는 합니다. 또한 중앙대는 필수 교양 과목으로 국사를 채택한다는 소식도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보다 근본적인 것, 즉 역사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요?

                
                                           왜 한국과 일본은 독도를 가지고 싸우는 지 궁금해 하는 
                     외국 친구들에게
영어로 어떻게 설명해 줄 지 한 번 고민해 봅시다. (출처: 구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