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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사람 잡는 영국 날씨, 우울증 환자가 많을 수 밖에

by 영국품절녀 2011. 11. 10.



영국은 10월 마지막 일요일에 썸머타임이 해제된 후, 본격적인 우울 모드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내년 4월까지는 매일 주적주적 비가 오고, 우중충한 하늘만 보고 살아야 하는 날이 일상 다반사겠지요. 11월에 들어서자마자 맑은 가을 하늘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온통 매일 음산한 기운이 도는 그런 우울한 날씨랍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하늘이 잿빛이니, 자꾸만 이불 속에서 나오고 싶지 않네요. 특히 난방을 하지 않고는 빨래를 건조시키는 것도 매우 힘들답니다.

 

11월에 들어 비와 바람이 몇 번 내리고 불고 하더니, 길가에는 많은 낙엽이 떨어지고, 마음마저 으스스하니 기분도 그리 좋지는 않네요. 이번 주에는 잠시 파란 가을 하늘을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워낙 자주 바뀌는 영국 날씨를 믿기란 어려운 법이지요.

 

캔터베리 저희 집 동네 주변이에요. 잎이 없는 나무 가지와 낙엽이 떨어진 모습이 영국의 가을을 보여주고 있어요. 다행히 오래간만에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을 잠깐 봤네요.

 




캔터베리 시내 안에 있는 공원 등지에서 찍은 풍경이에요
비바람 때문에 낙엽이 잔디에 우수수 떨어집니다.


공원의 가을 풍경은 제법 운치가 있지요? 
특히 비오고, 바람이 부는 상황인데도 벤치에 앉아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는 분들이 대단합니다.

주일 예배 마치고, 신랑과 캔터베리 골목을 배회하면서 찍은 풍경이에요.
영국은 우중충한 풍경이 더 멋있고 분위기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바람이 심하게 불고, 조금씩 비가 내렸지만 그래도 사진 속의 풍경은 참 좋습니다. 

날씨가 크게 춥지는 않지만, 비가 오고 바람이 부니 사람들의 옷차림은 이미 겨울입니다. 저 역시 항상 외출 시에는 두꺼운 방수 잠바를 입고 나가는 날이 많아 졌지요. 교회, 모임 등에서 영국 아줌마, 아저씨들을 만나면 그들은 항상 날씨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지요. 하긴 그럴 만도 해요. 영국 11월부터는 정말 멀쩡한 사람도 우울증 환자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또한 4시면 깜깜한 밤이 되니, 긴 밤 내내 영국 사람들 중에는 술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네요.

영국인들은 만나면 항상 날씨 이야기로 시작하는 경우가 다반사에요. 그런데, 영국 문화 인류학자가 쓴 책에서 보니, 영국인들은 영국 날씨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만, 외국 사람들이 너무 노골적으로 영국 날씨에 대해 흉을 보면 기분이 언짢다고 하네요. 하긴 "내가 내 남편 욕하는 것은 괜찮지만, 남이 내 남편 욕 하면 화가 나는 법이니까요. "그러니, 여러분도 영국 날씨에 대해 영국인 앞에서 너무 심한 흉은 보지 마세요.


 

계속 되는 우중충한 날씨와 여러 가지 일로 신경 쓸 게 많아지니 갑자기 저는 우울증에 걸린 것처럼 몸은 쳐지고 기분도 좋지 않은 거에요. 전에는 한국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면서 살았는데, 심신이 약해지니 한국 가는 것 마저 귀찮아요. 혼자 남아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혼자 보낼 신랑 생각에 마음도 좋지 않고요. 어제는 한국 가기 전에 마무리 해야 할 일들이 잔뜩 있는 것을 보니, 왜 이리 의욕이 안 생기는지요. 

신랑은 신랑대로 바쁘고, 저는 저대로 바쁘다 보니, 갑자기 신랑에게 짜증이 확 나고, 말도 하기 싫더라고요. 밥 맛도 없고요. 제가 날씨 변화에 따라 기분이 좀 오르락 내리락 하긴 하는데, 이번 주는 한국 가기 전에 이 곳에서 처리할 일들 및 한국 갈 준비 등으로 인해 더욱 힘이 드는 가 봅니다.



이번 런던가서 찍어 온 라이브 거리 공연이에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니, 가장 크게 올려서 들으시길 바랍니다. 약간 슬프면서도 가을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또한 주변의 구경하는 사람들도 찍었습니다.




앞으로 영국에 오시는 분들은, 이런 흐린 날씨를 좋아하시면 더없이 좋은 계절이겠지만, 아닌 분들은 마음 굳게 먹고 오세요. 저 개인적으로는 영국 봄에 와서 겨울에 딱 한국 돌아가는 게 가장 이상적일 듯 합니다. 하지만, 다들 자신만의 계획과 상황이 있겠지요. 저는 잠시 동안 영국의 우울한 날씨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에너지 충전하고 다시 영국으로 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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