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는 어제 영국인 가족에게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 극진한 대접을 받고 왔습니다. 그 가족을 소개하자면요, 웨일즈 출신의 영국인 중년 부부와 세 자녀 (대학생 두명, 고3 한명) 가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 그 집까지는 걸어서 약 30분 정도 걸립니다. 사실 영국에서 30분 정도 걷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교통비가 비싸니 1시간 이내는 걸어다니는 것이 일상이지요. 그런데 친절하게도 어제 아침에 아저씨로부터 직접 집 앞에서 저희를 픽업하겠다는 문자를 받은 거에요. 비바람이 심해 걷기에 별로 좋은 날씨가 아니기에 저희는 너무 감사했습니다.
저희는 그 분들께 선물을 하기 위해 다소 비싸지만 맛있는 초콜렛, 다시 말해서 posh chocolate 이라고 불리는 Chocolat 를 샀습니다. 요즘 크리스마스가 지나 50% 할인가에 팔고 있거든요.
아무튼 저희는 그 분의 차를 타고 드디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식탁에는 크리스마스 크래커와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지요. 저희를 위해 크리스마스 크래커를 일부러 준비해 주신 거에요. 그 날의 요리는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인 라자니아 (Lasagne), 마늘빵 (Garlic Bread), 샐러드(Salad) 였습니다. 물론 저희 부부도 좋아하는 음식이고요.
가족 5명과 저희 부부가 식탁에 앉아, 크리스마스 크래커에 들어있던 왕관을 쓰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라자니아가 참 맛있더라고요. 거기다가 맛 좋은 화이트 와인까지 곁들여서 먹으니 환상이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역시 빠질 수 없는 디저트 시간, 다행히 미각을 잃게 하는 단 디저트가 아닌 과일을 준비해 주셨어요. 물론 과일과 함께 크림도 함께 먹었지요. 식사 내내 이야기를 나누면서 맛있고 유쾌한 식사 시간을 보냈습니다.
영국인 가족은 저희를 위해 다양한 주제로 맞춤형 대화를 이끌어 주셨어요. 예를 들면, 저희 부부의 학업과 블로그 이야기,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의 활약, 한국에서 인기있는 스포츠 등등... 식사 시간이 저희 부부에게는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특히 올림픽에서 축구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그 가족 모두 왜 영국팀 (물론 잉글랜드 포함)은 왜 이렇게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은 울 신랑은 잉글랜드가 승부차기 연습만 좀 더 하면 적어도 4강은 갈 것이라고 위로(?)의 말을 하더군요.
사실 따지고 보면, 피곤한 크리스마스 연휴 이후에 부담스럽게 외국인인 저희 부부를 굳이 초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희들을 위해 연말 가족 식사에 초대해 주신 거에요. 또한 만날 때마다 항상 저희 부부의 안부 및 신랑의 학업과 제 블로그에 대해 물어봐 주시고, 영국 생활에 대해 궁금증도 풀어 주시는 등등.. 항상 그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 뿐입니다.
저는 그 가족이 영국에서 본 가장 최고의 영국인들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선 가족 모두가 저희가 출석하는 교회의 멤버입니다. 아저씨는 회사원(제약회사)이시고, 아줌마는 캠브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교수님이세요. 첫째 아들은 현재 박사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경력을 쌓기 위해 일을 하고 있고요. 딸은 대학교 1학년, 막내는 한국으로 치면 고 3 수험생입니다. 자녀들이 다들 너무 착실하고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하면서 항상 교회에 많은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본 이 가족들은 언제나 약하고 힘든 주변 사람들을 돌보고,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특히 제가 감동을 받은 것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 남을 군림하려는 모습이 아닌 낮은 자세로 봉사를 하시는 부부의 모습이었습니다. 종종 주변에서 보면, 한국이나 영국이나 자신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으면 남들에게 ~척을 하면서 함부로 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거든요. 심지어는 자원 봉사를 하는 모습에서도 그런 자세가 풍겨져 나오기도 합니다.
주변 분들에게 들어보니, 그 부부는 자녀들에게도 "공부해라" 등 스트레스를 주는 말을 일체 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녀들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제공했다고 하더라고요. 또한 굳이 자녀들을 그 지역에서 평판이 좋은 공립 학교를 보내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보통 공립 학교에 아이들을 보냈고, 두 명 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열심히 자신의 학업과 일에 충실하고 있으며 막내도 자신이 원하는 학과와 학교를 정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특히 막내가 저와 신랑이 공부했던 과목으로 대학 진학을 원해 저희 부부도 조금은 그것에 관해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비록 저희가 영국인 교회에 매주 출석하고 있으며, 교회에서 봉사도 하고는 있으나, 아무래도 영국인들과는 여전히 거리감은 있는 것이 사실이지요. 그런데 이 가정은 항상 저희에게 안부를 물어보고 무슨 일이 있으면 도와 주려고 합니다. 저희도 눈치가 있는데 형식적으로 물어보는 것인지의 여부는 가늠할 수 있지요. 작년 제가 연말에 한국에 있었을 때, 저희 신랑과 한 한국인 남학생이 이 가족으로부터 연말 저녁 식사에 초대를 받았었답니다. 식사 후 그 남학생이 울 신랑에게 한 말이 있어요.
형님, 저 가정을 보고 나서 처음으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한마디에 이 분들에 대한 모든 설명이 가능할 것 같네요. 연말이라 유학생 부부에게 조금은 외로운 시기인데, 어제 저녁 식사 초대로 인해 타지에서의 외로움이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된 것 같아요. 그 분들 덕분에 저희도 주변에 외로운 사람들이 없는지 한 번 더 둘러보게 된 답니다. 저희도 내년 구정 쯤에는 보답으로 이 가족을 집으로 초대해서 한국 음식을 정성껏 대접할 계획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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