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모들의 교육열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열성적입니다. 솔직히 교육열을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으나, 과도한 것이 문제를 낳는 것이겠지요. 전에 연예 기사를 보니, 유자식 상팔자에 출연중인 강남 출신의 한 자녀는 초등학교 때 과외를 7~8개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 있는 지인들 중에도 아직 아이가 4살인데도 불구하고, 사교육을 받느라 어른보다 더 바쁘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처럼 부모가 경제적인 형편이 좋으면 좋을수록 자녀들은 더욱 일찍부터 더 많은 사교육을 받으면서 자라는 것 같습니다.
이런 국내 현실이 싫어서 일부 부모들은 일찌기 해외로 조기 유학을 보내기도 합니다. 저도 영국에서 조기 유학을 온 학생들을 꽤 만나기도 하고, 주변 한인 분들을 통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요, 사교육이 싫어서 영국에 온 학생들 역시도 일부는 사교육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다르게, 영국 학교는 학기마다 일주일간의 휴가(하프텀)가 있습니다. 보통 영국 학생들은 하프텀에는 가족 여행 및 학기 중에 받은 학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휴식을 취합니다. 그런데 참 슬프게도, 일부 한국 학생들은 이런 휴식 기간에도 불구하고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습니다.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요.)
영국 내 한인 신문에 실린 학원 광고
제가 런던 한인 마트에 갈 때마다 한인 신문을 가져 와서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이 학원 광고물입니다. 특히 하프텀 및 여름/겨울 방학에는 얼마나 많은 학원 광고가 나오는지 깜짝 놀랄 정도이지요. 이렇게 많은 학원들이 런던에 있는 줄 저는 몰랐거든요. 개인 과외를 하는 영국 대학 재학생 및 전문 교사들도 있습니다.
일주일 간의 하프텀에는 아예 정규 수업이 학원에서 진행됩니다.
실제로 학교에 있다보면, 영국 및 한국에 있는 학원에서 선행 및 보충 학습을 한 후 시험 성적이 크게 올랐다더라, 개인 과외 혹은 학원에서 벼락치기 수업을 받고 시험 점수가 잘 나와 명문대에 갔다더라 등등.. 이런 후기와 소문들이 있으니 시험이 다가올수록 초조해진 부모와 학생들은 학원가를 찾는 것 같아요.
분명한 것은 영국의 긴 여름 방학에는 영국 및 국내에 있는 유명 학원 혹은 개인 과외를 통해 미리 선행 학습을 하거나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 유학생들의 비율이 꽤 높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가 만난 꽤 많은 유학생들은 이렇게 하소연 하기도 합니다.
여름 방학에 한국에 가면, 가족 여행을 제외하고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종일 학원과 독서실에 있어야 해요.
엄마는 매일 공부만 하래요.
이들에게 "사교육이 싫어서 영국까지 왔는데... 왜 학원을 또 다니니?" 라는 질문은 해 봐도 소용없습니다.
왜냐하면 과정보다는 그래도 결과 즉 시험 점수를 잘 받아야 명문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기 때문이니까요.
이에 외국 대학 시스템을 아시는 분들은 이런 말을 하시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대학 공부는 하기 힘들것이라고요. 물론 완전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보지만요, 일단 대부분의 유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명문대 입학만이 우선이므로 다른 상황들은 고려할 대상조차 아닌 듯 하네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당연히 방학 내내 학원에서 생활하는 것이 싫겠지만,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영국까지 큰 돈 들이고 자녀를 보냈는데, 명문대도 들어가지 못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하소연하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해외에서 자란 학생들의 경우에는 이런 벼락치기 주입식 수업 방식이 낯설어 기피하기도 하지만요, 보통 어릴 적부터 한국에서 사교육을 경험한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부모의 반 강요 및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사교육을 통해 학업을 보충하는 것 같습니다.
어디서 살건 간에, 우리가 한국인인 이상 학업 성적에서 그 누구도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해외 유학생들이 한국보다 더 나은 교육 환경에서 자라고, 학업에 대한 경쟁 스트레스는 덜 받는다고 할지라도 그래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명문대 입학하기" 입니다. 아무리 영국에서 좋은 사립 학교를 다니고, 많은 경험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명문대 입학을 안 하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인 듯 합니다. 영국에 와서도 한국식 사교육에 지배를 받는 유학생들의 현실이 그저 씁쓸하고 안타깝지만, 저 역시도 실질적으로 조언해 줄 말이 별로 없어 참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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