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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유독 국제 대회 약한 영국 축구, 현지인 반응

by 영국품절녀 2012. 7. 2.



블로그 글쓰기에 재미가 들린 영국 품절남입니다.  큰 인기는 없지만요. ^^;

 

어제 저녁 유로 2012 결승전을 보러 전에 "잉글랜드 vs 프랑스전" 을 봤던 동네 펍에 갔습니다. 잉글랜드가 8강에서 떨어진 이후, 그 펍 앞을 지나다 보면 확실히 영국인들의 분위기가 쳐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요, 그래도 유로 결승전만큼은 사뭇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약간은 있었습니다.

 

경기 시간에 거의 딱 맞춰 펍에 들어갔더니, 좋은 자리가 아직도 떡하니 남아 있더군요.  펍 안에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고요. 역시 이탈리아 - 스페인 경기라서 그런지 한쪽에는 빨간색 축구 티셔츠를 입은 스페인 남녀 젊은이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래도 경기가 시작되면서 영국인들도 하나 둘씩 펍으로 모여드는 바람에 나름대로 축구 볼 맛은 났습니다 

 

 

 

                                         펍에서 축구를 볼 때에 절대 빠질 수 없는 맥주~~

 

전반전은 꽤 재미있었는데, 후반전이 시작되고 슬슬 지겨워지더군요. 점점 스페인의 이탈리아 농락모드로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경기가 재미없어지자 저는 주변 영국인들의 반응을 살펴 보았는데요, 영국인들은 어차피 자국의 경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축구 자체를 즐기는 혹은 즐기려고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썩 집중이 잘 되는 경기가 아닌 것은 확실하네요. 그러고 보면, 어떤 한국인이 작년 아시안컵, 호주와 일본의 결승전을 진지하게 관전했을까요? 물론 거의 대부분의 한국인은 호주를 응원했겠지만요. ㅎㅎ

 

 

 

 

 

 

                   결국 이탈리아가 이렇게 맥없이 무너질 줄이야......     스페인의 압승이었지요.

 

 

지난 잉글랜드 경기 때에는, 영국인들이 심판의 판정 하나하나에 민감하고, 때론 욕이 난무하고, 격렬하게 반응해서 무척 재미있었는데, 오늘은 그냥 조용했습니다. 그냥 옆 사람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대부분이 스크린도 본체만체 하는 것 같았습니다. 반대편 스페인들만 신나서 "올레올레~~" 노래를 부르고 시끄럽게 하는 것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오히려 밤새워서 유로를 시청하는 한국인들의 열성이 더욱 뜨겁게 느껴질 정도였지요.

 

조금 의아한 것이 잉글랜드 팀이 8강에 오를 때까지만 하더라도, 영국인들은 다른 국가들의 경기도 열심히 보고 펍 안팎이 북적북적하고 그랬는데, 잉글랜드 팀이 탈락하는 순간 유로 2012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사라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번에 펍에 갔을 때에는, 천장에 유로 참가국들의 국가가 모두 달려 있었는데, 오늘 가 보니 아예 떼어버렸더군요. 아직 유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아마도 축구를 아무리 좋아하는 영국인일지라도, 항상 남의 나라 잔치만 지켜봐야 하는 것이 고통(?)인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잉글랜드 팀이 메이저 국제 축구대회에서 결승, 혹은 4강까지 진출했을 때가 언제였는지 아시나요?  제가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자국에서 열린 1996년 유로대회 4 (승부차기로 독일에 패함)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4 (역시 독일에 패함, 승부차기로) 에 간 것이 그나마 최근(?) 최고 성적입니다.  잉글랜드 팀의 승부차기 저주는 이때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유로를 시작하기 전에 만났던 영국인 친구들의 반응은 꽤 많이 냉소적이더군요.

우리야 뭐 4강이나 8강에서 승부차기로 질거야.

그게 잉글랜드 팀이야.

 

물론 저렇게 말을 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겠지요. 잉글랜드 팀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펍에 가득 모여 육두문자를 (주로 F로 시작하는) 써가면서 열심히 응원을 하니까요이에 반해 축구 종주국의 영국인들도 남의 잔치에는 전혀 흥이 나질 않나 봅니다. 오늘 제가 펍에서 본 영국인들은 하나같이 무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결승전을 보는 척 마는 척 하더군요.

 

 

                                                      ( 출처: Google Image) 

  

 

아무래도 영국에 살다 보니 잉글랜드 팀이 선전하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야 나라 전체에 흥이 나니까요. 제가 2006년 월드컵, 2010년 월드컵, 그리고 이번 유로 경기까지 영국에서 축구를 쭉 지켜봤는데요, 잉글랜드 팀이 약속이나 한 듯이 못하다 보니 좀 맥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네요저희 집 양쪽에 펍이 있는데요,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펍 안팎은 시끌벅적해 집니다. 그리고 경기 내내 영국인들의 아쉬운 큰 소리만 들리다가, 경기에 지고나면 정말 발자국 소리도 없이 다들 집으로 조용히 돌아가 버렸어요.

 

이번 2012 런던 올림픽 축구는 어떨까요? 며칠 전 신문에 데이빗 베컴이 결국 팀 합류가 무산되었다고 결정되었다는데,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이겠지요? 이번에는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기다려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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