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품절남입니다.
오늘은 며칠 전에 있었던 "외국인들과의 에피소드"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영국인 친구로부터 얼마 전 부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캔터베리에서 열리는 2주간 여름 행사 중 하나의 테마로 치뤄질 "한국의 날 (A Taste of Korea)" 의 진행을 맡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저희 집이 이사하는 날이라, 무척 정신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사 정리는 나중에 해도 별 문제 없다는 판단아래, 이번 기회에 한국을 제대로 잘 소개해보자는 생각으로 OK 했지요.
그리고는 약 이틀에 걸쳐서 한국 관련 퀴즈 및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할 한국 놀이에 대해 생각을 해봤지만 좀처럼 떠오르지 않더군요.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한국 놀이가 무엇일까??
이사 당일, 다행히 대부분의 짐을 주말에 옮겨 놨던 터라, 오전에 집주인 아줌마와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 짐을 끌고 새 집으로 들어 왔지요. 짐 정리가 되지 않아 엉망인 집에서, 저의 고민은 짐 정리가 아니라 저녁에 있을 한국 놀이 진행이었습니다. 얼핏 떠오르는 것이 윷놀이인데 규칙을 설명하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갈 것 같고요. 그러다 머리를 스치는 것이 제기차기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바로 "제기차기"에 관한 글입니다.
제가 직접 제기를 만들어 본 것은 초등학교 수업 시간이었던 것 같기는 한데, 정확하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새 집에서 짐 정리하는 품절녀님를 뒤로하고 – 살짝 미안했지만 - 저는 제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만드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네요. 다행히 머리가 아닌 손이 기억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준비물: 동전, 비닐봉투, 고무줄, 가위. 테이프
저는 재미를 위해서 각기 다른 영국의 유명 슈퍼마켓 비닐봉투를 이용해 보았습니다.
2p 동전 사이에 1p동전 2개를 넣어 무게를 높였습니다.
고무줄로 잘 묶은 후, 가위로 잘게 잘라 제기 날개를 만들어 줍니다. 마지막 동전 부분에는 테이프를 발라두어야 합니다. 몇 번 차다 보면 머리 부분 봉투가 찢어지기 때문이지요.
뭔가 그럴 듯 해 보이지 않나요?
한국의 날 행사에 들어가기 전, 망신 당하지 않기 위해, 행사장 밖 구석에서 연습을 해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차보니 잘 안 되더군요. 그래도 한 10분정도 연습하다 보니 20개까지는 그럭저럭 되었습니다. 그런데 연습을 지켜보던 중국 친구가 자기도 이 놀이 안다면서, 중국 어린이들도 제기차기를 한다고 하네요. 알고보니 제기차기는 고대 중국에서 무술 연마를 위해 축국 놀이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오랫동안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즐겼던 놀이임에는 틀림없기에 별로 신경 안 썼습니다. 다만, 일본 학생은 잘 모르는 것을 보니, 일본에는 제기차기 놀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약 6~70명 정도의 외국인 친구들에게 제기차기 시범을 보였지요. 시범을 보일 때만 해도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친구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너도 나도 하겠다며 제기차기를 시도해봤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고 어려웠는지 이내 하나 둘씩 포기하고 말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유럽 출신 친구들은 축구를 잘하는 사람들이 꽤 많기 때문에 제기도 잘 차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제기를 잘 차는 친구들이 많지 않더군요. 축구와는 조금 다른가 봅니다. 4개 넘기는 친구들이 잘 없네요. 축구 못하는 저도 적어도 10개는 넘게 차는데…ㅎㅎ 아무래도 연습이 필요하겠지요?
그나마 끝까지 남아 제기차기에 관심을 보인 친구들에게는 개인레슨을 했습니다.
제기차기 개인 레슨이 끝난 후, 외국인 친구들의 제기차기 연습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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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녹색 옷을 입은 친구가 제일 잘 하긴 했습니다. 한 10분 정도 이들의 연습을 지켜보니 보는 저도 답답하고 하는 그 친구들도 안타까워서, 이번에는 동그랗게 서서 주고 받기를 했습니다. 주고 받기는 한번씩만 차서 받아 넘기면 되기에 그것은 곧 잘 하더군요. 축구공으로도 해 본 것이라 그런지 더 재미있어 했습니다.
솔직히 영국까지 와서 – 그것도 나이 먹고 - 제기를 차게 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거기다가 제가 제기를 직접 만들어 외국인들 앞에서 시범까지 보일 줄이야. ㅎㅎ. 그래도 나름대로 보람차게 1시간 동안 외국인들과 제기를 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네요. 덕분에 저도 땀 좀 내면서 몸도 풀고, 한국 전통놀이인 제기차기도 외국 친구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힘들게 이사한 날의 유쾌한 에피소드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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