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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영국에서 외국인들과 즐긴 한국 제기차기 놀이

by 영국품절녀 2012. 7. 25.



영국 품절남입니다.

 

오늘은 며칠 전에 있었던 "외국인들과의 에피소드"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영국인 친구로부터 얼마 전 부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캔터베리에서 열리는 2주간 여름 행사 중 하나의 테마로 치뤄질  "한국의 날 (A Taste of Korea)" 의 진행을 맡아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저희 집이 이사하는 날이라, 무척 정신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사 정리는 나중에 해도 별 문제 없다는 판단아래, 이번 기회에 한국을 제대로 잘 소개해보자는 생각으로 OK 했지요.

 

그리고는 약 이틀에 걸쳐서 한국 관련 퀴즈 및 영상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할 한국 놀이에 대해 생각을 해봤지만 좀처럼 떠오르지 않더군요.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한국 놀이가 무엇일까??  

 

이사 당일, 다행히 대부분의 짐을 주말에 옮겨 놨던 터라, 오전에 집주인 아줌마와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 짐을 끌고 새 집으로 들어 왔지요. 짐 정리가 되지 않아 엉망인 집에서, 저의 고민은 짐 정리가 아니라 저녁에 있을 한국 놀이 진행이었습니다. 얼핏 떠오르는 것이 윷놀이인데 규칙을 설명하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갈 것 같고요. 그러다 머리를 스치는 것이 제기차기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바로 "제기차기"에 관한 글입니다.

 

제가 직접 제기를 만들어 본 것은 초등학교 수업 시간이었던 것 같기는 한데, 정확하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새 집에서 짐 정리하는 품절녀님를 뒤로하고 살짝 미안했지만 - 저는 제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만드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네요. 다행히 머리가 아닌 손이 기억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준비물: 동전, 비닐봉투, 고무줄, 가위. 테이프

 

저는 재미를 위해서 각기 다른 영국의 유명 슈퍼마켓 비닐봉투를 이용해 보았습니다.

 

 

 

 

 

영국의 2p 동전이 그나마 크기 때문에 사용하기에 괜찮은 것 같네요.

2p 동전 사이에 1p동전 2개를 넣어 무게를 높였습니다.

 

 

 

                      고무줄로 잘 묶은 후, 가위로 잘게 잘라 제기 날개를 만들어 줍니다.

 

 

마지막 동전 부분에는 테이프를 발라두어야 합니다. 몇 번 차다 보면 머리 부분 봉투가 찢어지기 때문이지요.

 

 

 

 

짜잔~~~

 

영국 대표 슈퍼인 아스다, 테스코, 세인즈베리, 웨이트로즈표 제기 완성~~

 

 

                               

뭔가 그럴 듯 해 보이지 않나요?

 

한국의 날 행사에 들어가기 전,  망신 당하지 않기 위해, 행사장 밖 구석에서 연습을 해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차보니 잘 안 되더군요. 그래도 한 10분정도 연습하다 보니 20개까지는 그럭저럭 되었습니다. 그런데 연습을 지켜보던 중국 친구가 자기도 이 놀이 안다면서, 중국 어린이들도 제기차기를 한다고 하네요. 알고보니 제기차기는 고대 중국에서 무술 연마를 위해 축국 놀이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오랫동안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즐겼던 놀이임에는 틀림없기에 별로 신경 안 썼습니다. 다만, 일본 학생은 잘 모르는 것을 보니, 일본에는 제기차기 놀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약 6~70명 정도의 외국인 친구들에게 제기차기 시범을 보였지요. 시범을 보일 때만 해도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친구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너도 나도 하겠다며 제기차기를 시도해봤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 않고 어려웠는지 이내 하나 둘씩 포기하고 말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유럽 출신 친구들은 축구를 잘하는 사람들이 꽤 많기 때문에 제기도 잘 차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제기를 잘 차는 친구들이 많지 않더군요. 축구와는 조금 다른가 봅니다. 4개 넘기는 친구들이 잘 없네요. 축구 못하는 저도 적어도 10개는 넘게 차는데ㅎㅎ  아무래도 연습이 필요하겠지요

 

 

나마 끝까지 남아 제기차기에 관심을 보인 친구들에게는 개인레슨을 했습니다.

 

 

 

 

 

 

 

 

제기차기 개인 레슨이 끝난 후, 외국인 친구들의 제기차기 연습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나마 녹색 옷을 입은 친구가 제일 잘 하긴 했습니다. 10분 정도 이들의 연습을 지켜보니 보는 저도 답답하고 하는 그 친구들도 안타까워서, 이번에는 동그랗게 서서 주고 받기를 했습니다. 주고 받기는 한번씩만 차서 받아 넘기면 되기에 그것은 곧 잘 하더군요. 축구공으로도 해 본 것이라 그런지 더 재미있어 했습니다.

 

솔직히 영국까지 와서 그것도 나이 먹고 - 제기를 차게 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거기다가 제가 제기를 직접 만들어 외국인들 앞에서 시범까지 보일 줄이야. ㅎㅎ. 그래도 나름대로 보람차게 1시간 동안 외국인들과 제기를 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네요. 덕분에 저도 땀 좀 내면서 몸도 풀고, 한국 전통놀이인 제기차기도 외국 친구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힘들게 이사한 날의 유쾌한 에피소드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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