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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축구 경기 중단시킨 다람쥐, 영국인들의 반응

by 영국품절녀 2013. 12. 22.

한국 겨울은 춥고 눈이 자주 오지만, 올해 영국 겨울은 춥진 않지만 비바람이 얼마나 거센지요.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영국스럽지 않은 화창한 겨울 날씨에 다들 의아해하는 반응이었지만, 역시 영국의 궂은 날씨가 찾아왔습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바람으로 인해 우산을 쓰고 거리를 다니지 못할 정도로 였답니다.  

 

 

저기 소방차가 보이지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소방관 아저씨들은 자선 모금을 합니다.

 

 

크리스마스 행사로 시내에서는 영국 전통 춤인 모리스 댄스를 추고 있어요.

 

 

주말이라는 이유로 게을러진 저는 요리하는 것도 귀찮아 집 근처에 있는 펍에서 브런치를 하기로 했습니다. 신랑은 영국식 아침식사를, 저는 라쟈나를 주문했지요. 음식을 기다리면서 축구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어요.  

 

 

 

 

저와 신랑은 음식이 나오자마자 배가 고파, 서로 말도 없이 쳐묵쳐묵만 했습니다. ㅎㅎ

 

Sky 축구 중계로,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아닌 2부 리그인 챔피언스쉽 리그 경기였어요. 옆에서 경기를 보던 신랑은 "축구의 본고장답게 2부 리그라 해도, 구장의 열기는 프리미어리그 못지 않아 보인다" 라고 했지요. 비가 오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양팀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지난 시즌까지 박지성 선수가 뛰었던 QPR VS Leicester City 경기였습니다. 2부 리그 경기라고 해도 양팀의 경기는 굉장히 흥미진진해 보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아주 신기하고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는게 아니겠어요. ㅎㅎ

 

경기 도중에 귀여운 다람쥐 한 마리가 경기장에 침입(?)한 겁니다. 보통 영국 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운동 경기중 난입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TV에서도 종종 나체로 경기장에 뛰어다니는 사람을 스포츠 뉴스 마지막에 보여주곤 하니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조그만 동물이 격렬했던 운동경기를 멈춰버렸네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영국에서는 축구 경기장에 사람이 침입하면, 안전 요원들이 금방 잡아서 밖으로 끌어내는데요, 이 귀여운 동물에게는 전혀 다른 대처를 하더라고요.

 

 

다람쥐를 발견한 심판은 경기를 바로 중단시키고요, 선수들 역시도 경기를 멈추고 서로 대화를 나눕니다. 다람쥐는 아주 자유롭게 경기장을 무슨 놀이터마냥 폴짝폴짝~ 뛰어다니고요. 처음에는 그저 다들 다람쥐를 구경하기만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다람쥐는 경기장 밖으로 나갈 기미도 보이지 않고, 그저 멈추어 있는 거에요. 카메라는 일제히 다람쥐를 클로즈업하고요. 심판은 양팀 감독들에게 가서 이에 대한 설명을 하는 듯 했는데, 양팀 감독들도 특별히 어떠한 요청도 안하고 수긍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Leicester City의 공격수인 David Nugent는 다람쥐를 쫓아서 졸졸 따라다니더군요. 경기장 밖으로 쫓아내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이 선수의 표정에 장난기가 있는 것을 봐서는 그저 그 상황을 즐기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David Nugent로 인해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가, 2차 침입한 다람쥐 ㅎㅎ

 

 

카메라는 관중석을 비췄는데요, 이 장면을 재미있어 하는 영국 관중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 주더군요. 축구 경기 이외의 볼거리라는 듯 다들 사진을 찍고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었어요. 다만 제가 점심을 먹었던 펍에서는 화면만 중계를 해서 아쉽게도 해설자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설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관중들은 재밌는지 사진을 찍고요,

이 장면을 찍어 트위터로 알리기도 했다네요.

 

족히 "5분 정도"의 시간동안 다람쥐는 축구 경기장을 종횡 무진하며 질주를 하다, 잠시 쉬다가를 반복했어요. 결국 그 다람쥐는 경기장 밖으로 총총 뛰어나감과 동시에 해프닝은 막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축구 경기중에 동물이 난입(?)해 경기가 잠시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합니다. 2012년 안필드 경기장에서 열렸던 리버풀과 토튼햄 경기에서도 고양이 한 마리가 난입했었는데요. 이 고양이는 다람쥐처럼 오랫동안 경기장을 활보하진 않았어요. 필드 라인 밖으로 나가자 조용히 쪼그리고 앉더군요. 그제서야 안전 요원들이 고양이를 안고 경기장 밖으로 내보냈지요. 이 고양이 난입사건은 어제 다람쥐에 비해 꽤 유명해, 그 당시 약 60,000건의 트위터 팔로잉이 있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 때에도 심판과 양팀 선수들은 특별히 신경도 안 쓰고 고양이가 나가길 기다렸다고 하네요.

 

 

영국에 살아도 평소에 축구 경기를 그다지 즐겨보지 않다 보니, 어제 펍에 가지 않았으면 이런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도 모를 뻔했어요. 만약 박지성 선수가 QPR에서 계속 뛰었다면, 이 경기가 한국에서도 중계가 되었을 텐데요. 그랬다면 이런 유쾌한 장면을 국내 팬들도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작은 아쉬움도 있었지요. 무엇보다도 경기장에 동물이 들어와도 어느 누구도 동물을 위협하지 않고 경기의 일부로 여기는 선수, 심판, 관중들을 보면서 영국인들의 여유와 느긋함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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