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시아 젊은이들은 한국인인 저보다 한국 드라마, 가수들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동양 학생들을 만나면, 저에게 한국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제가 기억나지 않는 (한국에서 별 인기 없었던) 드라마까지 다 알고 있습니다. 전에 영국에서 만난 중국인 아줌마는 한국 드라마 광팬인지라, 하루 종일 최근 한국에서 방영하는 모든 드라마를 다 본다고 했을 정도였지요.
얼마 전에 집 근처 대학 도서관에 갔는데, 옆에 앉은 아시아 여학생의 아이패드에서 해를 품은 달이 나오고 있더군요. 이처럼 도서관에서 아시아계 여학생들이 컴퓨터로 한국 드라마를 보는 모습은 이제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답니다. 그 때마다 “아시아에서는 역시 한류구나” 하며 흐뭇해 하곤 하지요.
영국에서 아시아 학생들의 컴퓨터에서 한가인이 나오는데 참 신기하더라고요.
(출처: 구글 이미지)
전에 포스팅했던 “안녕하십니까, 형님” 울 신랑에게 조폭 인사를 했던 중국인 대학생 기억하시는지요?
(궁금하신 분은 -> 영국 대학에서 중국 학생에게 조폭인사를 받다니 )
그 남학생이 얼마 전 저희 부부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어요. 역시 중국 남자들은 요리를 참 잘 하는 것 같아요. 맛있게 중국 음식을 먹은 후, 그 남학생은 한국과 관련된 재미있는(?) 사연을 들려주었어요.
중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에, 교환 학생으로 온 한국 여학생과 사귄 적이 있었다고 해요. 그 남학생은 한국 여자라고 하면 한국 드라마를 통해 본 주인공 여성 캐릭터의 모습이 전부였던 것 같아요. 물론 한국 여행도 몇 번 해 본적이 있다고는 하지만요. 한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애교 많고 깔끔하고 외모를 잘 가꾸는 등 포장된(?) 한국 여자의 이미지가 너무 좋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드라마에서 나오는 여성 캐릭터가 평범한 한국 여성들 인 줄로만 알았던 것이지요.
(출처: 구글 이미지)
그런데, 아뿔싸~~
그녀가 사귄 한국 여자 친구는 그가 기대하던 한국 여자와는 전혀 딴 판 이었다는 거에요. 알고 보니, 그녀는 방 청소 잘 안하고, 외모를 그다지 꾸미지 않고, 화를 쉽게 버럭 내는 성격을 가진 평범한 한국 여자였지요.
그녀 방에 놀러 갔다가 너무 더러워서 그 중국 남학생은 경악했다고 합니다.
“너 중국인이냐? 왜 이렇게 더러워? 너 한국인 맞긴 한거야?”
(자신도 중국인(베이징 출신)이면서, 중국인들은 너무 더럽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저는 이렇게 말했지요.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일 뿐이다. 모든 한국 여자들이 다 그렇지는 않아.” (제가 너무 솔직했나요? 사실 저도 방 청소를 잘 안 해, 연애할 때 신랑이 제 기숙사 방에 놀러 왔다가 기겁했거든요.)
하나 더, 연애 당시, 한국인 여자친구는 중국인 남학생에게 자신이 쓰는 말이 표준어 즉, "서울 말씨"라고 했다고 해요. 그런데, 저와 한국인 남학생이 한국어로 이야기 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더니, 대뜸 저에게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보네요. 전 서울이라고 했지요. 그리고는 중국 학생의 말에 빵~ 터졌어요.
“She was a liar, 누나” (그 애는 거짓말쟁이였어요, 누나)
(저한테 누나라고 하네요. 그랬더니 한국인 남학생이 그에게 형님의 아내이기 때문에 형수라고 해야 하는 거라고 바로 잡아 줍니다. 중국인 남학생에게 이제 형수라는 호칭까지 듣고 있습니다. ^^;)
저의 말투는 그가 듣기에 굉장히 부드럽게 들린다는 거에요. 이에 반해 전 여자친구는 높고 낮음이 심한 억양이었다고 하네요. 저희는 그녀가 전에 다녔던 대학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경상도에 위치한 대학이었어요. (물론 서울 출신이 경상도에 위치한 대학을 다녔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그 곳 출신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아무튼 한국 드라마로 인해 한국 여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던 중국인 남학생은 전 한국 여자친구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 여자에 대한 환상이 완전히 깨져버렸기 때문이겠지요.
이처럼 중국 남학생처럼 한류 팬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아름답게 포장된 한국 남녀의 성격 및 외모가 실제 평범한 한국인들이라고 믿는 것은 아닐까요? 외국에 나오는 한국 분들, 한국인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한류 팬들에게 너무 많은 실망감은 안겨 주지 맙시다!!
'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 유럽 한류'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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