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3월 학회에 발표할 논문을 준비 중에 있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졌나 봅니다. 먹고 살기에 바빠 번역 일을 하느라 다소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초초해하는 신랑을 보기가 안쓰럽네요. 신랑은 저에게 이번 주부터 약 2주 동안은 매일 저녁 10시 정도에 귀가 하게 될 것 같다고 했어요.
신랑은 집에 와서 늦은 저녁을 먹으면 된다고는 했지만, 점심에 맛도 없는 샌드위치와 과일만 달랑 먹고 어떻게 견딜지 전 걱정이 되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서 일요일 저녁부터 무슨 도시락을 싸 줘야 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바로 "마약 김밥" 이에요. 전 아직까지 먹어 본 적은 없지만, 마약 김밥이 그렇게 맛있다며 최근 온라인 기사에 한동안 등장하더라고요. 레서피를 찾아 보니깐,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아 월요일 도시락은 "마약 김밥"으로 정했습니다.
김밥의 대세는 마약 김밥 (출처: 구글 이미지)
아침 7시에 일어나 마약 김밥 재료를 준비했지요.
소금 조금 넣고 채 썬 당근을 기름에 살짝 볶아요.
시금치는 물에 살짝 데친 후 깨소금, 소금, 참기름 넣고 조물조물 ~
단무지는 물로 한 번 헹군 후 물기를 쪽~
이제 드디어 김밥 만들기 시작~
김밥 재료 준비까지는 아주 순조로웠는데, 김밥 싸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처음 해 본 것이거든요.)
처음에 약 세개 정도는 자꾸만 옆구리가 터져 저의 입 속으로 계속 들어갔지요.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화가 나기 시작했어요. 김밥 하나 제대로 못 싸는 이 한심한 저를 욕하면서요. 옆에서 지켜 보는 신랑은 "처음이니까 당연히 못하는 거지"라면서, 저를 응원해 주었지요.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하나씩 정성껏 롤을 말았어요.
신기한게 그래도 제법 마약 김밥 모양이 나는 거에요. (다른 블로거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요.)
그래도 하나씩 완성된다는 기쁨으로 거의 1시간 동안 25개를 쌌습니다. (나중에는 밥이 딱딱해졌어요.)
신랑에게 20개를 보내고, 나머지 5개는 제가 먹었지요.
마약 김밥에서 빠질 수 없는 소스(간장+설탕+머스타드)까지 따로 넣어 신랑에게 주고는, 전 너무 힘들어 다시 꿈나라로 고고~~
점심 시간 쯤, 갑자기 문자가 띠딩~ 울리는 겁니다.
난리났다, 맛있다고.....
얘들(영국인 친구들) 폭풍 흡입하더라... ㅎㅎ
다들 후루룩~ Oh, Thank you ~~~
영국에서 일본 스시가 제법 보편화는 되기는 했지만, 아직 일부는 김 냄새를 별로 좋아하질 않는다고 들었거든요. 신랑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랑은 점심 시간에 마약 김밥과 소스를 꺼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옆에 영국인 친구들에게 한 번 먹어 보라고 했다네요. 그리고 먹기 전에 설명을 해줬다고 해요.
이것은 스시가 아니라 한국의 김밥이다. 특히 이것은 마약 김밥이라고 불린다.
중독되는 맛을 지녀 마약 김밥이라고 하는데, 소스에 콕~ 찍어 먹어라~~
신랑은 친구들이 거의 반을 다 먹어 버렸기 때문에, 배가 고파 조금 일찍 집에 왔어요.
영국 친구들이 저의 마약 김밥을 너무 맛있게 먹었다면서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답니다.
참, 영국에서도 중독되는 맛을 지닌 음식을 가리켜 "moreish" 라고 한다고 해요. 머리쉬~~
신랑에게 싸 준 마약 김밥이 영국인들에게까지 이렇게 인기일 줄은 전혀 몰랐어요. 저의 마약 김밥이 정말 그렇게 맛있다니 놀랍네요. 신랑 말로는 이제까지 먹어 본 김밥 중에 제일 맛있었다고 하긴 했지만요. 아예 캔터베리에 한식 분식점 하나 차릴까 심각하게 고민 좀 해봐야겠어요. ^^
한식의 세계화, 저도 한 몫 하고 있는 것 맞나요?
'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 유럽 한류'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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