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블로그를 쓰는 일이 요즘처럼 힘든 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프랑스 여행을 다녀 온 후에 본격적으로 저는 입덧을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저희 엄마는 입덧이 별로 없으셨다고 하셔서 저도 그럴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더군요. 임신 초기라서 그런지 한없이 피곤하기만 하고 잠만 쏟아집니다. 게다가 속은 울렁거리고 모든 냄새가 다 싫어요. 어제는 외출 전 신랑이 향수를 뿌리는데 어찌나 향이 싫은지 갑자기 화를 막 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향수를 잘 안 뿌리는 신랑에게 향 좋다고 칭찬해줬을 텐데요.
입덧을 영어로는 Morning Sickness 라고 해요.
(출처: Google Image)
최근에 임신 사실을 알고 주변 지인 분들께 소식을 알렸더니,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은~
아이는 부부의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킨다~
앞으로 너희들의 삶은 이전과는 많이 다를거야~
저는 이 말을 이미 입덧으로 인해 온 몸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아예 요리는 접었고요. 밥, 고기 냄새 맡는 것도 무척 싫고요. 전에는 얼마나 먹고 싶은게 많았던 저인데, 이제는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아요. 신랑이 남들은 "뭐 먹고 싶다, 사와라" 하는데 "왜 넌 아무것도 안 먹고 싶다고 하냐?" 고 묻기도 합니다.
저는 제발 안 먹어도 좋으니 속만 괜찮았으면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속이 비면 입덧은 더욱 심해지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물과 과일로 속을 달래고 있어요. 그나마 먹어도 괜찮은 것은 밀가루 음식(라면, 국수, 파스타, 피자)과 과일 및 요거트, 쥬스 정도.. 그것도 많이 먹으면 속이 거북해져서 얼마 먹지도 못해요. 해외에 있다보니 그저 막연하게 엄마가 어렸을 때 만들어 주었던 음식들이 그립다는 생각도 드네요.
입덧하는 임산부를 위한 음식
신랑은 저를 위해 방문을 꼭 닫고 혼자 부엌에서 밥을 해서 먹고 있어요. 제가 밥과 기름 냄새를 전혀 맡질 못하니 밥 먹는 신랑 옆에 앉아 있을 수도 없거든요. 한국 같았으면 신랑은 간단하게 외식을 하고 들어오면 편할텐데, 매일 나가서 사 먹을 수도 없는 형편이지요.
저는 일을 하고 들어오면 전과는 다르게 몹시 피곤해서 바로 들어 눕습니다. 한참 자고 나도 비몽사몽~ 밤에는 블로그를 위해 컴퓨터 앞에 앉으면 속이 울렁울렁~~ 그렇다고 매일 신랑에게 블로그를 부탁할 수도 없고요. 부탁 받은 원고들도 있는데 할 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 드네요.
제가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ㅠㅠ
(출처: Google Image)
친하게 지내는 블로거 님의 말씀이 "전에 좋아했던 모든 것들이 싫어지고,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모든 생활이 멈추게 되는 현상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저에게 현실로 다가 왔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커피, 초콜렛, 고기까지도 별로고요. 행복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지 하다가도 속이 답답하고 울렁거리면 그저 짜증만 나요. 앞으로 입덧이 최대한 몇 달간 더 진행된다고 하는데 엄마 되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혼자 요리해서 밥 먹고 설거지하고 제 비위까지 맞춰야 하는 신랑도 아빠되기는 힘드네요.
막연하게 임신을 하면 좋기만 할 것 같았는데 그에 따른 고통과 책임감도 함께 수반된다는 사실은 간과한 것 같습니다. 제 주변의 엄마들이 얼마나 위대하게 보이는지요. 역시 여자는 임신과 출산을 겪어 봐야 제대로된 어른으로 성장하나 봅니다. 이제까지 나이만 많이 먹었지 저는 그저 철 없는 여자였다는 생각만 절실하게 드네요. 입덧이 저의 심신과 일상을 전적으로 지배하다 보니 자꾸 한국이 그립기만 하고 신랑에게는 화풀이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 입덧 시작인데.. 저 어떡하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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