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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생활 정보

영국의 해외 금융 사기 및 해킹 대응 방식, 인상적

by 영국품절녀 2013. 4. 5.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한국 뉴스를 보면 금융 사기 사건이 보도되곤 하는데요. 예전에 저의 어머니도 피싱 전화가 걸려와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친절하게 전화를 받던 어머니께서는 그 사람들이 은행으로 가라고 해서 진짜 가려고 하셨답니다. 그런데 그 때 당시 어머니는 산간 시골에 계셨었는데 – 차로 읍내 나가려면 적어도 40분 걸리는 곳 – 어쩌지도 못하시고 한숨만 쉬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쪽에서 답답했던지 그냥 끊었답니다.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영국에 사는 저도 그런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었네요.

 

지난 주, 학회 회비를 내야 할 것이 있어서 인터넷 뱅킹으로 회비를 납부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계좌를 확인해 봤는데, 돈이 빠져 나가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그 날 이메일을 확인해 보니 결제하지도 않은 상품의 구매 확인 메일이 온 것입니다. 저는 황당해서 그냥 무시를 했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문제는 며칠 후 제가 이용하는 영국 은행에서 전화가 온 것입니다.

전화 내용은 지난 주부터 제 계좌를 통해 많은 출금이 있었던 것입니다. 무려 4군데에서 각각 한화 20만원-30만원의 지출이 있었던 것이지요. 저는 깜짝 놀라 그 내역을 들어 보았더니, 말레이시아에서 출금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은행에서 의심스러운 거래로 인식하고 지급 정지를 시켜 놓았던 것이어서 확인 차 전화해 주었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제 학회비 지출까지 의심스러운 지출로 인식해 지급 정지가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전화로서 의심 거래를 취소시킬 수도 있었지만, 저는 마음(?)을 가다듬고 일단 전화를 끊고 다음 날 (수) 아침 일찍 은행을 갔습니다.

은행에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은행 직원은 제 통장내역을 확인 하고 거래 지출 내역을 인쇄해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을 보니 다행히 은행에서 출금이 되지 않도록 알아서 자체 해결해 주었더군요. 그 직원은 저에게 은행 본사의 관련 부서에 전화를 걸어 주어 통화를 하게 해주었습니다. 그 직원이 말이 너무 빨라 알아듣기 힘들기는 했는데, 주된 내용은 곧 새 카드를 발급해 줄 것이고, 비밀 번호는 기존의 카드와 동일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제(목) 오후에 은행으로부터 새 카드를 발송되었으니 24시간 내에 도착할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사실 한국의 은행과 비교해 느려터진 영국의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속 터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놀란 것은 이런 중요하고 긴급한 처리는 굉장히 깔끔하고 빠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사태를 겪으면서 영국의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문화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제가 아는 지인은 이런 경험도 있습니다. 

그 분은 유럽 여행을 위해 호텔, 교통편 등 단시간에 온라인으로 예약을 많이 했는데, 은행에서 계좌 출금 정지를 시킨 겁니다. 그 이유는 너무 단시간 내에 해외로 출금이 많아지면 피싱 등 금융 사기 위험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 분은 여행 예약을 할 때마다 은행에 알려서 출금 정지를 푼답니다. 그 분은 제발 이런 불편한 서비스 안 받아도 된다고 했다는 데요. ㅎㅎ 이것이 바로 고객 계좌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영국 은행의 고객 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지난 번에는 제가 이용하는 은행에서 인터넷 뱅킹의 기술적인 문제 "해킹" 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은행 고객들의 반발이 엄청났었지요. 이에 대해 해당 은행은 자신들의 잘못을 바로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이용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공지한 다음, 일정 기간 동안 영업시간을 연장하고, 심지어 일요일에도 일부 영업점을 열어 피해자 보상을 위해 노력을 하였지요. 사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책임인 것 같았습니다.

 

이를 보니, 얼마 전에 있었던 한국 금융권과 방송국에 대한 해킹 사건이 생각나더군요.

금융권에 대한 공격이 처음도 아니고 – 방송국에 대한 해킹 공격은 처음인 듯 합니다만 - 몇 번 있었던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은행들의 대응은 미숙했던 것이 아니었나 합니다. 물론 한국의 은행들도 홈페이지나 영업점 직원들을 통해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을 도우려 애쓰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해킹 당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휴일에도 점포를 열어 소비자의 구제에 대해 애쓰는 영국 은행을 보면서 또 한 번 제가 외국에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아울러 이런 사태가 터졌을 때, 한국과 영국의 또 다른 점??

언론의 대응 방식

 

한국 언론은 항상 "누가 그랬나?" 입니다.

늘 듣는 얘기가 "북한의 소행이다"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북한은 해커부대를 운영한다더라" 입니다.

 

 

그런데 영국 언론은 다른 것 같습니다.

해킹의 주체 보다는 해킹 이후 닥칠 이용자 구제 및 대응입니다. 현재 은행 이용자들의 겪는 문제, 기술적 해결 방법, 은행의 대응을 구체적으로 기술해서 은행과 이용자(고객)들의 혼란을 최소한으로 하려는 것이 인상적이었네요.

 

한국과 영국의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같지 않기 때문에 영국이 무조건 옳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북한과 관련된 안보 문제가 그 만큼 우리 의식 속에 크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언론의 대응도 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국 은행과 언론의 대응을 보면서 결국은 선진국의 서비스 산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도 참고가 될 듯 합니다.

이 사건 이후, 한 주 내내 기분이 찝찝하더군요. 하긴 빠져나갈 돈도 거의 없었으니 걱정할 것은 없었지만요. 아~ 그래서 더 기분이 안 좋았을까요? ㅎㅎ 하여간 금융과 관련된 일은 조심, 또 조심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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