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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혼자 잘 사는 아내, 서운한 남편의 말에 감동

by 영국품절녀 2012. 8. 25.



저는 현재 영국에서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신랑이 잠시 한국에 가 있거든요. 아줌마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신랑이 없으니깐 사실 생활이 좀 편하긴 합니다. 내가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서 먹고 싶을 때 밥 먹고, 그 많은 시간을 오로지 저를 위해서만 쓸 수 있으니까요. 하긴, 신랑과 살 때에도 딱히 제약은 없었지만요. 그래도 신랑이 옆에 있고 없고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은 정말 몰랐답니다.

 

올해에는 제가 너무 바쁘게 살아서 신랑이 없는 한달 동안만은 잠시 저에게 휴식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전 요즘 아주 단순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영국에는 아침 저녁으로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산책하기 딱 좋은 가을이 왔어요. 잠시 정원을 산책 하기도 하고,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독서도 하고, 그렇게 재미있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신사의 품격 드라마도 보면서요... 가끔 친하게 지내는 유학생 친구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말이지요. 앞으로는 더욱 더 흥미진진한 일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한국에 있는 신랑에게 연락이 소홀해지더군요. 오래간 만에 신랑과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했습니다.

신랑: 너는 뭐가 그렇게 재밌길래 연락도 안 하니?

저: 생각했던 것보단 외롭지도 않고..혼자 살 만 해.. ㅎㅎ

신랑: 잘 때 좀 이상하지 않아? 옆에 아무도 없으니까??

저: 잘 때는 많이 외롭고.. 하루 종일 묵언 수행하는것 같아... 말할 사람이 없으니까..

신랑: 이제서야 내가 없는 것 실감하겠냐?

난 혼자 있을 너 생각하니까,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잘 넘어 가지 않아..

저: 그래도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고 와~~  ㅎㅎ

 

이렇게 가볍게 대화를 마쳤지만, 신랑의 메세지를 보면서 새삼 나를 끔찍히 사랑하고 있는 신랑의 마음이 제 가슴으로 팍팍~ 전해지면서 왜 이리 감동적인지요. 울 신랑은 경상도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말로 표현을 잘 안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이런 말이 더욱 진심으로 느껴지고 가슴에 와 닿는 것 같아요.

 

                                   저번 주에는 친구들과 열무 비빔 국수 해 먹었습니다.

 

저도 전에 저 혼자 한국을 갔을 때에 신랑이 혼자 밥도 잘 해먹고 너무 잘 지내고 있어서 내심 서운했었는데, 제가 꼭 복수라도 하듯이(?) 신랑을 서운하게 만들었나 봅니다. 그래도 혼자 밥도 잘 못 먹고 외롭다고 칭얼거리는 것보다는 이렇게 혼자서도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그래야 한국에서 일 보고 있는 울 신랑 마음이 더 편할 테니까요.

 

서로 떨어져 있을 때 그 사람의 소중함에 대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으로 영국에 홀로 남아 생활해 보니, 울 신랑의 빈자리가 참 크다는 것을 깨닫고 있네요. 이제 이십일 후면 그리운 신랑과 재회를 하게 됩니다. 지금보다도 하루하루 신랑을 더욱 사랑하는 아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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