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런던 올림픽 중계 및 방송을 위해 전 세계 각지에서 온 방송사가 모여 있는 International Broadcast Centre (IBC)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이 곳을 왜 갔다 왔는지 궁금하시지요?? 약 한 두 달 전쯤에 SBS 라디오 담당 PD 분에게서 올림픽 기획 코너 출연 요청이 있었거든요. 바로 “굿모닝 런던” 이라는 SBS 러브 FM (103.5) 아침 8시 30분에 방송되고 있는 올림픽 특집이에요.
녹화 방송 날짜가 바로 어제였습니다. 런던의 변덕스러운 날씨와 도로 사정으로 인해 녹화 장소인 IBC까지 가는 것이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신문을 통해서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올림픽 관련 건물에 접근하기까지 경비가 무척 삼엄하더라고요.
미디어 센터는 아예 pass ticket이 없으면 그 근처까지도 접근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SBS 현장 가이드를 담당하시는 분의 차를 타고 IBC 출입구로 들어갔는데, 출입구에서 군인들이 차 내부 검사를 샅샅이 하더군요. 주차를 마친 후 IBC 빌딩 안으로 들어가는 중간에도 공항 검색 대를 통과하는 것과 동일한 절차가 진행됩니다. 대신 그 일을 영국 해병대가 직접 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이상이 없이 통과한 후에는 다시 Guest Pass을 받는 곳으로 가서 여권을 맡기고 출입 시간과 사인을 해야 합니다. 또한 이미 사전 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만 방문자 패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SBS 라디오 담당 PD 님 출입증이에요.
제가 받았던 방문자 출입증 이에요.
저는 출입증을 목에 걸고 아주 삼엄한 통로를 잘 빠져 나와 드디어 IBC 빌딩에 있는 한국 방송사 SBS가 있는 곳으로 당당히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SBS, KBS, MBC가 차례로 자리를 잡고 있더군요.
사실 이 곳에 오기 전까지 전 궁금한 게 있었어요.
누가 진행을 할까?? 연예인 or 아나운서??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왔는데…..
엥…. 돈이 없어서 연예인을 못 데리고 왔다는 PD님의 농담 반 진담 반~
자체 인력으로 대체하기로 했다면서 담당 PD님이 진행자이시랍니다. ㅎㅎ
저는 SBS 방송 부스에 앉아 이미 준비된 방송 원고를 읽어 보았지요.
담당 PD, 저, 영국 유학생 이렇게 세 명은 방송 원고에 따라 녹화를 시작했지요. 앞에서는 다른 PD와 음향 감독님이 앉아 계셨고요. 질문 내용은 대부분이 "영국인" 에 대해 초점을 맞춘 거였어요. 거의 제가 한 이야기는 그 동안 제 블로그 소재로 쓰여서 크게 특별한 것은 없었답니다. 라디오 방송이라 그런지 떨리지는 않았지만, 머리에 있는 것이 정확하게 말로 표현되질 않네요. 함께 녹화한 유학생 친구도 동문서답한 것 같다며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답니다. 저 역시도 그렇고요. 뭐… 알아서 편집을 잘 해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럼, SBS 방송 부스 모습 한 번 보실까요?
임시로 마련한 방송국 부스라서 그런지 약간 단촐해(?) 보이지요??
캔터베리에서 이 곳 미디어 센터까지 오는 시간은 장장, 약 4시간 정도 걸렸지만, 녹화 방송은 고작 몇 십분 만에 다소 허무하게(?) 끝이 났습니다. 물론 예상했던 일이었지만요. 방송이 끝난 후 준비해 주신 도시락을 먹으려고 하는 찰나에 갑자기 어떤 분– 포스가 범상치 않은 - 이 쑤욱~ 들어오시는 것이 아니겠어요. 사진 기사와 함께요. 그 분을 보자마자 다들 기립을 했습니다. 저도 함께 따라 벌떡 일어났지요. 그 분은 차례로 저희 쪽에 오시더니 악수를 청하시는 거에요. 저에게도 “잘 해 봅시다” 이러시면서요. 저도 엉겁결에 그 분과 악수를 하는데 곁에 있던 사진사가 사진을 찰칵~ 찍으시네요.
그 분이 나가시고, PD 님에게 물어봤어요.
저 분 누구세요?
SBS 회장님이세요~
어머나, 회장님께서 격려차 이 곳에 오신 거였지요.
저는 그냥 일개 1회용 방송 출연자에 불과한데, 얼떨결에 회장님과 악수까지 했네요. ㅎㅎ
아무튼 한국에서도 아닌 런던 현지 방송 부스에 와서 이렇게 녹화 방송도 직접 해 보고, 올림픽 방송을 준비하는 관계자들의 모습을 직접 보니 너무 신기하기만 했어요. 실제 녹화 방송 찍으라, 여기 저기 촬영하러 다니느라...... 정녕 이 분들은 경기 자체는 잘 못 보시더라고요. 친절한 담당 PD님은 저희에게 이 곳에 또 오고 싶으면 미리 연락하면 방문자 이름에 등록해 주신다고 오라고 하시는데,,,,, 전 너무 멀기도 하고 출입이 너무 삼엄해서 또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은 별로 안 생기네요. PD님은 다른 방송사들도 구경시켜 주고 싶은데, 방송이 시작된 후에는 다들 출입을 제한하고 있어서 안 된다고 하셨어요. 또한 힐링 캠프 진행자들도 소개시켜 주고 싶었는데, 다들 축구(대한민국 대 스위스)를 보러 갔다고 하네요. 저는 라디오 녹음 때문에 축구도 못 봤습니다.
런던까지 다녀오는 것이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이런 분들의 노고가 있기에 우리는 그저 편하게 올림픽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혹시 제가 출연한 방송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오늘과 내일 SBS 러브 FM 103.5 (오전 8시 30분)을 청취해 주세요. 저는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아서 안 들을 겁니다. 혹시 들으신 분들은 댓글로 긍정적인 이야기만 부탁해요. 저 뒤끝 있고 속도 무지 좁답니다. ㅎㅎ
이번 한 주 올림픽 응원 열심히 하시고, 여기 영국에 있는 한국 선수들도 파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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