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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집안일 하다가 울컥한 유학생 남편의 한마디에 빵터져

by 영국품절녀 2011. 7. 5.


저의 블로그를 자주 방문하시는 분들은 제가 얼마 전에 손을 다쳤다는 사실을 아실 거에요. 아직까지는 물을 묻힐 수도, 자유자재로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태이므로, 저는 거의 열흘이 되가는 이 시점까지 집안 일과 식사 준비는 울 신랑의 주된 몫이랍니다. 

울 신랑은 요즘 학교 방학이라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매 주 주말만 빼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8시 20분이면 학교에 출근하여 6시간 일을 마치고 보통 4시에 집에 옵니다. 1년 넘게 머리만 주구장창 쓰다가 갑자기 몸을 쓰려니 처음에는 참 힘들어 했지요. 처음에는 집에 오기가 무섭게 씻고 식사 마치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거에요. 이제는 어느 정도 청소 일이 적응이 되는 것 같아 보여 다행이에요.



                                       울 신랑이 제일 싫어하는 설거지입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그런데 요즘은 집에 와도, 전처럼 쉬기는 커녕 제가 손이 이러니 음식 준비, 설거지, 청소 등등을 모두 신랑 몫이 되어버린 거에요. 며칠 전에 신랑이 설거지거리를 한 통 남겨두고 일을 하러 간 적이 있어요. 위생 상 좋아 보이지 않아, 제가 장갑 두개를 끼고 설거지를 했는데, 약간 손이 욱신 거리기도 하고, 컵 등을 떨어뜨리는 일이 잦은 거에요. 신랑은 자기가 할 껀데  왜 했냐고 야단이었지만, 피곤해서 오는 신랑을 보면, 내가 아파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지요. ^^



여느 때처럼 신랑은 청소 일을 마치고, 잠시 쉬다가 어김없이 저녁 식사를 차려 주고, 설거지를 하고, 그 외의 집안 일등을 하다가 갑자기 저에게 그러는거에요.

내가 일하고 집에 와서 이렇게 집안 일까지 혼자 다 해 보니깐,  
맞벌이하는 한국 엄마들의 심정을 알겠어!!!

 

그 말을 들으니, 얼마나 힘들면 이런 말까지 할까라는 생각에 신랑이 안쓰럽기도 하면서 고맙기도 하더군요.  다행히 울 신랑은 두 가지 일을 다 소화하는 엄마들의 고통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기회가 되었지요. 아직도 일부 한국 남자들이 맞벌이를 하며 가사, 양육까지 도맡아 하는 자신의 아내가 얼마나 힘든 지 모르는데 말이지요.
 

한국 같았으면, 외식 값이 싼 편이니, 힘든 날이면 간편하게 나가서 먹을 수도 있고, 친정 또는 시집에서 가끔 반찬 등을 공급받을 수도 있겠지만, 영국에 사는 저희들은 이런 혜택을 하나도 누릴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특별히 외식하고 싶은 음식도 없고요. 그래도 전 든든한 울 신랑이 힘든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도  힘든 내색 조금(?) 하면서도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해 주는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어요. 이렇게 다쳤을 때 제가 혼자였다면 해외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상상도 하기 싫거든요. 전 오늘도 울 신랑이 끓여 준 육개장 먹고 빨리 나아야 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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