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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실시간 영국 소식

런던으로 몰리는 유럽 실업자들, 영국의 반응

by 영국품절녀 2012. 5. 30.



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는 이제 신문에 단골 기사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현재 환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해외 유학생을 둔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계속 유럽 경제의 비관론만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유럽의 상황이 남일 같지만은 않습니다. 사실 한국인들은 일 안하고 놀아도 잘 사는 것처럼 보였던 유럽 사람들의 삶을 참 부러워했는데, 이제보니 일부 남유럽은 빚잔치를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영국은 지리적 특징 상 많은 유럽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 대학 및 어학원에도 유럽 젊은이들의 비율이 참 높은 편이지요. 그 중에서도 현재 유럽 재정 위기 진앙지라고 불리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학생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는다면, 인플레이션과 칠업률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영국 언론 우려  (출처:bbc.co.uk)

 

제가 결혼을 하고 영국에 2010년도에 왔을 당시, 아무리 구직을 열심히 해도 일자리 인터뷰 조차 할 수 가 없었습니다. 물론 영국 시골이라서 일자리가 별로 없었던 이유도 있었고요. 전 따분한 영국 생활에서 그나마 버티기 위해 모 어학원의 오후 무료 수업에 등록을 했지요. 그 곳에서 전 유럽의 경제 위기를 이미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부터 이미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젊은이들은 영국행을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무료 수업에서 만난 유럽인들은 대부분이 남유럽 출신 젊은이들입니다. 다들 대학 졸업자지만, 자신의 나라에서는 할 일이 없어 영국으로 왔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당장 영어부터 배우기 위해 어학원을 약 3~6개월 정도 등록하고 영어를 무척 열심히 배웁니다.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 쌓였다 싶으면, 구직활동을 하면서 오후 무료 수업을 듣습니다. 그 중에 한 유럽 여자는 자신의 나라에서 약학과를 졸업하고 영국에 왔는데, 여기에서 약사로 취업하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라고 하면서, 그 당시 카페 및 레스토랑에 이력서를 수십장 냈지만 연락이 오지 않는다며 걱정을 했었지요.

 

이처럼 제가 살고 있는 영국 시골에서는 취업이 더욱 어렵습니다. 여기에서 외국인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상점 직원 및 레스토랑 웨이터 혹은 웨이트리스 정도 입니다. 그것마저도 지원자가 너무 많아 쉽게 할 수 없다는 사실... 제가 처음 영국에 와서 레스토랑에 이력서를 뿌리고 다녔는데, 그 중 한 레스토랑 주인이 그러더군요. 이미 너무 많은 CV(이력서)가 있다면서 저에게 보여주는 거에요. 한 번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판을 내걸면 수십개의 CV가 단시간에 모인다고 했어요. 이러니 제가 만난 많은 유럽 젊은이들은 다들 구직 활동 6개월이 넘었는데도 일자리 인터뷰조차 하지 못했다는 말이 저한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었다는 거에요.

 

현재 영국 대학 졸업 예정자인 유럽 학생들의 말만 들어봐도, 유럽 경제 위기는 심각합니다. 현재 영국은 석사 학기 말 시험 중에 있습니다. 학부 생들은 시험이 끝나면 7월에 졸업을 하게 됩니다. 또한 석사생들의 경우에는 논문을 준비해서 제출하고 11월에 졸업을 하게 될 것입니다. 과거에는 영국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하여 취업을 준비하는 유럽 학생들도 적잖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영국 대학 졸업 예정 유럽 젊은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난 졸업 후에 절대 귀국하지 않을꺼야... 우리나라(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는 거의 망한 것이나 다름없어~

귀국해 봤자 취업도 못 할꺼야.. 난 졸업 후 런던으로 일자리를 잡으러 갈꺼야..

런던에서 일자리를 잡는 것이 쉽지 않다면, 무급 인턴이라도 무조건 하고 볼꺼야~

난 졸업 후에 런던에 있는 친구 집에서 얹혀 살면서 아르바이트라도 해 볼래~

 

                       스페인 실업률이 유럽 최고라고 합니다. 젊은이 3명 중 1명이 실업자라고 하니까요.  (출처: bbc.co.uk)

 

영국 지방 소도시에서는 일자리 자체가 많이 없으므로, 대부분의 유럽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많은 런던 등 대도시로 떠나고 있습니다. 귀국은 뒤로한채요. 슬프게도 영국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은터라 영국 대학 졸업자들도 일차리가 없어 야단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영국 시골에 대형 마켓(웨이트 로즈, 테스코, 새인즈 베리 등등) 계산대(Casher)에서 일하는 일부 젊은 학생들이 바로 영국 대학을 졸업한 영국인들입니다. 저희 집 근처에 있는 웨이트 로즈에는 대부분이 영국 20대 젊은이들입니다. 자주 가다보니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요,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안되어 여기서 일을 하고 있거나, 석사 진학을 위해 학비를 벌고 있다고 했어요. 이처럼 마켓, 상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구직 및 학비를 벌기 위해 영국인 대졸자들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영국인들조차도 일자리가 많은 런던으로 향하고 있지요. 이러니 유럽 젊은이들은 런던에서 취업이 안 되면 무급으로 인턴이라고 해야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유럽 및 아시아인들이 많아 인턴 자리도 쉽게 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더욱이 대졸자 실업률이 높은 영국도 자국민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올 영국 대학 졸업 시즌 (7, 11월) 후에는 런던에 구직을 하려는 수많은 유럽 대졸자들 및 실업자들로 취업 전쟁이 한바탕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영국 정부에서는 그리스, 스페인 등 유럽 실업자들이 영국으로 대거 유입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폴란드가 EU로 가입되던 날 순식간에 영국으로 3만명 이상의 폴란드 인들이 막 쏟아져 들어왔거든요. 현재 영국 내에서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따라서 영국 정부는 사실상 유럽 실업자들의 유입을 막을만한 현실적인 조치는 없기 때문에, 이들에게 취업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런던에서 구직하려는 젊은이들    (출처: Google Image)

 

점점 현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은 고달픈 것 같습니다.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출하면서까지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으며,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나라는 미래가 없어 귀국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참 안쓰럽고 답답합니다. 유럽 경제 위기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더 많은 남유럽 젊은이들은 고국을 뒤로한채 그나마 일자리가 있을 만한 주변 유럽 국가에서 버티려고 바둥거리겠지요.

한국도 제발 남유럽 국가같은 최악의 상황까지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국제적으로는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말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가 우리를 위해 열심히 사셨던 것처럼 우리들도 다음 세대를 위해서 좀 더 나은 한국을 물려주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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