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 어학 연수

유독 영어 발음 목숨거는 한국인들 도대체 왜?

by 영국품절녀 2012. 4. 29.



한국인들은 영어 발음에 무척 신경을 씁니다. 그래서 예전에 강남에서는 아이들이 영어 발음을 현지인처럼 잘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혀 수술을 시키기도 했잖아요. 지금도 보통 나이 많으신 분들 혹은 일부는 원어민처럼 영어 발음을 하면 영어를 잘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 TV에서 누군가 나와 영어를 하면, 한국인들은 그들이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보다는 그들의 발음만을 가지고 왈가왈부 합니다. 아마도 한국어 악센트가 많이 들어간 영어 발음보다는 원어민처럼 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세련되어 뭔가 있어 보이는가 봅니다.

 

얼마 전에 반기문 총장의 영어 연설을 듣고, 한국인들이 그 분의 영어 발음에 왈가왈부 했었지요. 사실 반기문 총장의 영어 발음은 보통 한국 사람들이 참 알아 듣기 쉬울 정도로 한국인 악센트가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또한 캠브리지 교수로 있는 장하준 교수의 영어 발음을 들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이 두 분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결코 영어를 할 때, "발음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입니다.

 

원어민과 한국인의 반응은 극과극이랍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영어 듣기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 한국인들이 들었으면 어땠을지 궁금하네요.)

 

물론 영어권 나라에서 태어나거나 어렸을 때부터 그 곳에서 생활한 사람들은 당연히 원어민과 같은 발음을 가지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쭉 ~ 자라서 대학까지 마친 한국인들의 영어 발음에는 당연히 한국어 악센트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영어 발음에 한국인의 악센트가 묻어 나는 것이 당연하고 극히 정상적인 것이지요. 그런데, 한국인들은 한국인 악센트가 묻어나는 영어 발음을 하면 창피한 줄 압니다. (저 역시도 영국에 오기 전까지는 영어 발음을 무조건 미국인처럼 굴리면서 해야만 잘 하는 것인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영국에 오는 일부 한국인들 중에는 영어를 할 때 무조건 혀를 굴리고 봅니다. (웃긴 것은 영국에서는 미국인처럼 굴리면서 하는 한국인들의 발음을 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어요. 알아들어도 한심하다는 눈으로 우습게 보기도 하는데, 우리가 아무리 따라해 봤자 완전한 미국 영어가 되진 않거든요.)

 

영국에는 많은 국적의 학생들이 영어 혹은 학위를 위해 옵니다. 그들의 영어를 들어보면 다들 그들 언어의 악센트가 영어 발음에 그대로 다 전달이 됩니다. 그게 이상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거에요. 그들은 절대로 미국식 혹은 영국식으로 발음을 따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지인들 역시 발음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거에요. 전에 저희 교회에 어떤 한국인 여학생이 왔는데, 그녀는 영어를 할 때 엄청 혀를 굴리면서 하는 거에요. 그랬더니 한 영국인 할아버지가 저한테 오시더니 신기한 듯이 "저 한국인 여학생은 발음을 미국인처럼 하더라"고 하시더라고요. 뭐라 답하기도 그렇고, 그냥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 했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영국에 온 한국 학생들은 어학연수를 끝내면서 영어 발음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뀐다는 것 입니다. 처음에 영국에 오면 일부 한국인들은 영어 발음을 할 때 유난히 혀를 엄청 굴리지만, 말을 잘 하지는 못해요. 그런데, 나중에는 영어를 할 때에는 발음이 중요한게 아니라, 상대방이 잘 알아듣도록 유창하고 조리있게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오히려 혀를 굴리는 발음보다 신경써야 될 것이 강세 및 억양입니다. 한국어도 국어책을 읽듯이 건조하게 이야기하면 알아듣기 힘든 것처럼, 영어도 중요한 단어나 문장의 포인트에 강세를 붙여주어야 합니다.

 

제가 작년에 한국에 갔다가 좀 놀랬던 적이 있습니다. 신사동 가로수 길 어떤 카페에 앉아서 친구를 기다리는데, 어떤 한 여학생이 전화 통화를 하는 거에요. 바로 옆이라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무심코 듣다보니 미국인처럼 혀를 잘 굴리는 것은 사실인데, 제대로된 문장은 하나도 없고 그냥 단어만 계속 나열하더군요일부 한국인들은 그녀가 영어를 진짜 잘 한다고 생각할 지도 몰라요. 정작 그녀의 발음만 원어민과 비슷하다고 그녀가 영어를 잘 하는 것일까요?

 

아는 친구가 그러더군요. 전에 장하준 교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발음은 완전 한국식으로 한국인들이 듣기에 참 편했다고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강연 직후 자리에 있던 많은 영국인 교수 및 학생들이 다들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다고 하더라고요. 즉, 영어로 말을 할 때에는 발음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말을 잘 이해시키고 조리있게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거에요.

 

인기 영어 강사 이근철 曰  "반기문 총장의 영어 발음을 지적하는 이들은 한국인들 뿐이다. 외국인들은 오히려 '교양 있는 연설이었다' '또박또박 알아듣기 쉬웠다' '문화까지 이해할 수 있었다'라고 극찬을 한다" 이처럼 굳이 우리가 현지인처럼 영어 발음을 그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는 거에요. 물론, 원어민 발음을 열심히 모방하는 것이 잘못 되었다는 것은 결코 아니에요. 영어로 유창하게 말을 잘 하면서 원어민 발음까지 할 수 있다면 뭐... 금상첨화이겠지만요, 사실 보통 한국에서 오래 산 한국인들이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기란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굳이 영어에만 시간을 그렇게 보낼 필요가 있는지요, 단순히 영어는 의사 소통의 도구이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봐요.)

 

                          알아 듣고 할 말만 하면 되지,,,,현지인 발음까지.... No more~~~  (출처: 구글 이미지)

 

울 신랑도 지난 학기에 영국 및 유럽 학생들에게 정치학 강의를 했는데요, 한국식 악센트가 그대로 묻어나는 영어 강의였답니다. 몇 달 후, 사석에서 저와 울 신랑이 한 영국인 학생을 만났어요.

영국인 학생:  나 당신 학생이었는데, 기억 안납니까?

둘은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울 신랑이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한국식 토종 영어 발음을 가진 울 신랑: 내 강의 어땠어?  내가 하는 말 이해하기 편했어?

영국인 학생: 괜찮았는데요, 왜요? 

울 신랑: (오히려 질문하는 바람에 머쓱해져) 아니....그냥.......

 

영어의 목적이 무엇일까요? 발음 자체는 분명히 아닐 것입니다. 굳이 발음 연습에 신경쓰는 것 보다는 꾸준히 말하기 연습을 하다 보면 강세와 억양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발음도 어느 정도는 교정이 됩니다. 우리는 평상시 한국어를 왜 사용하나요? 바로 의사 소통의 도구로서 내 의견을 조리있게 전달하고, 남이 하는 말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요? 영어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하게 의사 표현하고, 오해없이 알아듣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발음 교정 자체가 필요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영어 발음에 집착하는 한국인의 자세는 분명 문제 있어 보입니다.

                로그인 필요 없으니, 추천 버튼 꾸욱~ 눌러 주세요.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