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학업을 위해 영국에 온 지 약 1년하고 5개월 조금 넘었어요. 드디어 저번 주에 울 신랑이 박사 자격 심사에 무난히 통과했습니다. 작년 1월에 영국에 와서, 지금까지 저희는 단 한번의 여행도 가지 않고, 오로지 신랑은 학업에만 매진했어요. 그래도 저는 작년에 잠시나마 한국에 다녀오긴 했지만요. 신랑이 아무리 영국에서 석사를 했다고 할 지라도 영어 실력이 완전 좋은 것도 아니었고, 박사 과정에서도 혼자 아시아인이었기에 영국, 유럽, 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무척 노력도 많이 했어요. 저도 내조의 하나로 지난 1년 동안 신랑 학교 친구 약 10명 정도를 식사 초대하여 한식을 먹인 바 있습니다.
집안 곳곳에는 온통 신랑의 논문에 관련된 많은 책들과 프린트 물로 쌓여 있었고요. 지금까지 총 두 번의 교내 컨퍼런스와 이번 박사자격심사(Upgrade) 발표를 준비하면서 울 신랑은 참으로 고되고 외로운 자기와의 싸움을 했지요. 제가 옆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신랑이 편안하게 학업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과 건강을 위해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였어요. 학업에 관해서는 크게 도울 수는 없었지만, 신랑의 아이디어를 들어주기도 하고, 그가 쓴 챕터와 문서들을 보면서 문법 체크 및 코멘트를 해주는 정도 였지요.
거실 한 쪽 벽에는 신랑이 적어 놓은 논문 관련 문서들이 붙어 있는 모습이에요. 무슨 프리즌 브레이크 드라마 같지 않나요? 해외에서 유학생 남편을 둔 아내들은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어요. 다시는 유학생 남편 안 만날꺼야~~
한달 전부터는 신랑의 박사 예비 심사를 앞두고 먼저 발표한 학생들이 연타로 3명이 실패 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신랑이 너무 예민해지면서 불안해하는 모습마저 보이더군요. 신랑이 원래 예민한 편인데,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모습을 보는 자체가 전 힘들더군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아이가 없어서 이 정도거겠지'하며 위안을 삼을 정도 였다니까요. 당일 신랑의 발표 날에는 정말 계속 기도만 했어요. 다행히 힘든 시간은 가고, 합격이라는 신랑의 문자를 확인하는데, 힘이 쪽 빠지더군요. 기쁘게도 그날 발표를 평가했던 교수들과 참석한 친구들이 문자, 페이스북, 이메일과 전화로 너무 잘 했다는 축하 메세지를 신랑에게 보냈어요. 신랑과 저는 하나님과 기도해 주신 가족들, 또한 친구들에게 너무 감사했지요. 이제서야 신랑이 발을 뻗고 잔다고 하네요. ^^ 박사 타이틀 아무나 받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크게 깨달았답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 사정을 들 수 있어요. 남편이 학생인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참 힘든 경우도 많아요. 미리 저축 해 놓은 돈이 많거나, 부모님이 빵빵하게 지원을 해주시면 상관 없지만요.(부모님께 무척 죄송하지만요) 아무래도 그렇지 못한 가족들이 더 많을 거에요. 그래서 아내가 파트타임이라도 구하려고 하는 경우도 많고요.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남편이 일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기도 하지요. 영국의 비싼 집값과 생활비, 학비까지 돈이 엄청 드니까요. 따라서 경제적인 문제로 다투는 부부가 많은 것 같아요.
(출처: 구글 이미지)
(출처: Googl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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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학생을 둔 아내로서 산다는 것이 힘들 줄 미리 예상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어요. 저도 1년 5개월이라는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진짜 힘든 시간이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어려움이 우리 부부에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둘이 있었기에, 힘든 시간을 잘 극복하고,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있었네요. 어차피 직업이 유학생인 남편과 결혼한 이상, 우리의 삶이 녹록치는 않다고 할지라도 힘든 순간순간을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도록 해요. 유학생 남편을 가진 아내들이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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