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청년 울리는 열정페이, 기성세대 책임져라

by 영국품절녀 2015. 3. 31.

안녕하세요? 품절남입니다. 5년만에 맞이하는 한국 봄 날씨입니다. 따뜻해서 좋기는 한데 미세먼지 때문에 상쾌한 기분은 나지 않네요. 저도 요즘에는 출퇴근 때 마스크를 쓴답니다. 아기도 요즘 들어 콧바람을 쐬고 싶어 칭얼대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주저하게 되는군요. 화창하고 꽃 피는 봄을 기대했는데 아쉽습니다.

 

며칠 전 뉴스에서 미국 뉴욕에 있는 한인 식당이 부당노동 행위 등으로 직원들에게 약 30억원(267만 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불하게 되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이 판결을 내린 뉴욕 연방법원의 판사는 이 식당이 "하루 10~12시간씩 주 5~7일간 일을 시키면서도 최저임금이나 시간 외 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신용카드로 지불된 팁 등도 직원에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어 이러한 판결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아시아투데이 2015년 3월 25일).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관련 법규 위반으로 벌금을 물었던 적도 있는 것 같으니 문제가 많은 식당으로 보입니다.


이 뉴스를 들으니 문득 영국에서 겪었던 일이 생각나더군요. 박사과정 시절 제가 정부기관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교포 분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중 한 분이 기억나네요. 영국에 오신 지 이미 30년을 훌쩍 넘긴 분으로 런던에 사무실도 갖추고 건설 관련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이십니다. 제가 마침 대학 후배라서 그런지 처음 뵈었는데도 저에게 무척 잘 해주시더군요. 아직도 영국을 떠날 때 인사를 제대로 드리지 못했던 것이 마음이 걸린답니다. 이 분은 저와의 대화 중에 한인 사회가 아직도 고칠 부분이 많다면서 다음의 예를 들더군요.

 

일부 한인식당들이 알바 학생들에게 법률로 규정된 임금을 주지 않고 (2014년 기준 6.50파운드: 약 1만2천원) 훨씬 낮은 시간당 임금 (4~5파운드)을 주고 있어 문제가 많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도와주지도 못할 망정....


사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영국 한인사회에서도 이 문제가 종종 이슈화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품절녀님도 약 3년전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적이 있지요. 사실 그 이후에도 제가 살던 동네에서도 임금 갖고 장난치는 식당이 있어서 한인 학생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었네요.

 


이미 품절녀님이 포스팅했던 글이라 임금문제로는 더 이상 길게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요즘 사회이슈가 되고 있는 젊은이들에 대한 "열정페이" 와 관련해서 한 마디 해야 할 듯 합니다. 바로 이 한인식당의 문제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의 축소판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 중 4학년 학생들은 인턴이나 취업 때문에 수업을 못 나오기도 하지요. 저는 그런 학생들의 편의는 최대한 고려해 줍니다. 물론 취업 관련 서류가 확실하고 과제가 훌륭해야 정상적으로 평가를 합니다.

 

문제는 국내 혹은 국외 인턴쉽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일부 회사들이 "열정페이" 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여 학생들을 착취하고 있는 점입니다. 정작 그 인턴 자리가 취업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닌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 학생들의 노동력은 착취당하고 있는 것이지요. 어떤 해외인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은 "끼니조차 해결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을 견디다가 그만두려고 했더니 회사에서는 항공료를 물어내라 하고, 교수님께는 혼나기까지 했다" (세계일보 3월 30일)는 요즘 청년들이 겪는 취업현실이자, 기존 세대의 무책임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출처: http://t-hud.co.uk/nus-responds-to-sutton-trust-report-on-unpaid-internships/)

 

제 지인 중 한 분이 국내 유수 대기업에 특강을 나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기업의 고위 간부 중 한 명이 제 지인께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군요.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눈이 높은 것 같아요.

월급 100만원이라도 받으면서 경력 쌓을 생각은 하지 않으니까요."


제 지인이 듣고 웃으면서 말했답니다.

"아드님이 월급 그 정도 주는 회사에서 일할 것이라고 하면 가만 놔둘 겁니까?

당장 말릴 것 아니에요? 그러면 그런 말씀 하시면 안되지요."

 


작년 3분기 기준 금융사를 제외한 10대그룹의 사내보유금이 500조원이 넘으며 (스포츠조선 12월 17일) 최근 5년 사이에 2배 가량이 늘었다고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각 기업의 보유금 현황을 여기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만 해도 쉽게 알 수 있으니까요. 국내 및 국외의 경기불황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보유금만 쌓아 놓고 있다고 기업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그 동안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을 포함한 여러 지원을 받아온 받아온 기업들이라 기업들의 변명이 제 눈에는 곱게 보이진 않습니다. 즉 이들이 투자에는 소극적이라는 말과 다름이 아니니까요. 

 

(출처: 이투데이)


산입사원 10명 중 3명이 1년 입사 1년 이내에 조기퇴사 한다고 합니다. (이투데이 2013년 6월 10일)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요. 퇴사한 한큼 더 고용을 하여 가르치면 어떨까요? 대학에서 현장에 꼭 필요한 업무를 배워야 한다는 말처럼 거짓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마다 문화도 다르고 업무 영역도 다른데 어떻게 대학에서 각 회사에 꼭 맞는 인재를 기를 수 있을까요?

 

제가 접해본 요즘 학생들은 단군 이래 어느 때보다 준비된 취업후보생들인 것 같습니다. "열정페이"를 지불 할 만큼 에너지도 있지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기회"와 이에 준하는 "보상"입니다. 이제는 기업이 젊은이들의 "열정"을 받을 때만이 아닌 그 동안 누려왔던 기득권을 조금 나누어 줄 때가 아닌가 합니다.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