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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매운 맛 보고 버럭 화낸 영국인, 대략난감

by 영국품절녀 2012. 6. 23.



제가 만난 영국인들 중에는 유독 보수적인 입맛을 가진 영국 할머니들이 계십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만나는 일부 영국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그 흔한 중국 음식도 드셔 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전에 한국인들이 영국 할머니들에게 김치 만드는 법을 알려드린 적이 있었는데, 매운 것이다면서 맛조차 전혀 안 보시더라고요. 하긴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도 오로지 한국 음식만 드셨던 노인 분들의 경우에도 이처럼 낯선 맛과 향이 있는 다른 나라의 음식에 대해 거부감이 있을 것 같거든요.

 

전에 영국에서 오래 사신 중국계 할머니 댁에 친한 아줌마들이 단체로 놀러 간 적이 있어요. 그 분 정원에 가 보니 다양한 과일과 채소가 자라고 있었어요. 할머니께서는 점심 식사로 정원에서 바로 따서 만든 아스파라거스 요리와 직접 만드신 토마스 소스로 스파게티를 만들어 주셨지요. 저는 그 때 맛있게 먹었던 아스파라거스와 스파게티의 맛을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분의 탁월한 요리 솜씨와 재료가 신선해서 그런지 입에서 살살 녹더군요.

 

그런데, 한 영국인 할머니의 갑작스런 행동에 동양 아줌마들이 조금 난감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매운 향과 맛"이 들어간 아스파라거스 요리가 문제였던 겁니다.

 

            매운 맛이 첨가되지 않은 담백한 아스파라거스 (문제의 요리는 아니나, 동일인이 만든 것 ^^ )

 

아시아 출신인 그 분은 직접 정원에서 키우는 아스파라거스를 따서 자신이 사용하는 향신료로 약간 맵게 요리를 하셨어요. 저는 사실 아스파라거스를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는 사람 중에 하나였는데요, 그 날 그 분의 아스파라거스 요리는 제 생각을 바꾸는데 충분할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그 곳에 초대받았던 중국, 싱가폴, 한국 등등 아시아 출신의 아줌마들도 너무 맛있다면서 레서피를 알려달라고 했을 정도에요. 다만, 그렇게 맛있었던 아스파라거스의 요리가 유독 영국인 할머니에게는 맞지 않으셨나 봅니다. 다소 매운 맛이 강했으므로, 동양 아줌마들은 영국인 할머니가 이 요리를 잘 먹을 수 있을 지 좀 걱정이 되긴 했어요.

 

역시나, 그 분은 한 입 베어 물고 씹자마자 얼굴이 빨개지면서 소리를 확~ 지르시는 거에요.

 물..물... 물 가져와~~~~ 왜 이리 매워... 너희들은 어떻게 이것을 먹을 수가 있니??

 

                                           Oh...No~~ spicy food~~~    (출처: Google Image)

 

영국인 할머니는 어쩔 줄 몰라하시면서 물만 찾으셨어요. 그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은 당황했고, 옆에 서 있던 한 분은 물을 가지러 달려가는 등 난리가 났습니다. 다행히 영국인 할머니는 물을 드신 후 안정을 되찾으셨지만, 계속해서 매운 맛에 대해 불평을 늘어 놓으셨어요. 그러니 옆에서 맛있다며 정신없이 먹고 있던 동양 아줌마들은 좀 난처했지요. 특히 영국 할머니는 아예 아스파라가스 요리에는 손도 대지 않으셨고, 맵게 요리한 것에 대해 기분이 무척 상하신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들이 안 먹을 이유는 없지요. 그런 난처함의 기분도 잠시, 아시아 아줌마들은 "오늘 아니면 이런 맛있는 음식을 절대 먹어 보지 못한다"는 일념아래 맛있게 먹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 준 그 분에게 무척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습니다.

 

역시 동서양의 음식 맛 차이는 확연히 다른 것 같습니다. 보통 아시아인들은 매운 향과 맛을 좋아하거나 비교적 잘 먹는 편인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한국인들이 단연 매운 음식을 잘 먹고요. 그 날의 사건으로 배운 점이 있다면, 매운 것을 못 드시는 영국인들과 식사를 할 때에는 매운 양념은 과감히 생략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나을 것 같다는 것 입니다. 괜히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사람뿐 아니라 먹는 사람들마저 식사 분위기가 불편해질테니까요. 음식 선택도 손님 봐 가면서 준비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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