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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교수 임용 후보자의 거북한 복장, 영국인 경악

by 영국품절녀 2012. 6. 19.



제가 지난 달에 울 신랑 학교에서 있었던 학술회의에 따라간 적이 있어요. 평소라면 물론 가지 않았겠지만 신랑의 발표가 있었기에 얼마나 잘하나?’ 궁금하기도 했거든요. 물론 신랑 및 타 학생들의 발표 자체에 크게 흥미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이해를 못했지요. 결국 전 울 신랑 창피하게 꾸벅꾸벅 졸기까지 했으니까요. ^^

 

 

그런데 재미있었던 것은 패널로 "영국 교수들의 자유로운 복장" 이었습니다. 물론 패널로 참여한 교수님과 발표자들은 정장을 입고 있었지요. 다만, 제 옆에 아주 편안한 복장을 한 영국인 아저씨 두 명의 존재가 전 참 궁금해졌답니다. 

 

도대체 저 분들은 누구일까?  학생인 것 같지는 않은데....

 

제가 보기엔, 그저 동네 펍에서 아주 편안하게 맥주 마시는 복장 반팔 티셔츠, 청바지, 운동화 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 중 한 분은 얼마나 근육 운동을 많이 했는지 보통 티가 쫄티로 보일 만큼 꽉~ 끼더군요. 결국 알게 된 사실은 정치학과 교수님들이었다는 겁니다. 발표자들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얼마나 신랄하게 비판을 하던지요.  제가 앞에서 언급한 근육이 돋보인 분은 옥스퍼드 출신으로 학계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교수님이라고 했어요. 신랑의 말로는 그분은 거의 칭찬보다는 항상 비판을 즐기신다고 합니다. (다행히 그 날 신랑에게 칭찬 한마디 해줘서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 있어요. 물론 비판이 더 많았지만요. ㅎㅎ)

 

 

사실 영국 대학의 교수들의 복장은 한국인의 눈으로 볼 때 놀라울 수도 있습니다. 나이 드신 교수들의 경우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정장 혹은 콤비를 입고 강의를 하시지만, 비교적 젊은 교수들의 복장은 학생들과 큰 차이가 없어 어쩔 때에는 학생인지 교수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자유로운 것 같아요.

 

 

그런데 영국 대학이라고 무조건 "복장"에 대해 관대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지난 3월부터 4월 사이에 정치학과에서 교수 임용 심사가 있었는데요, 각 세부 전공 별로 5명의 후보자들이 돌아가면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답니다.

 

그 중에 심사 및 참관을 하고 있던 영국인들이 경악할 만한 복장을 한 후보자가 나타났어요.

스칸디나비아의 한 국가 출신인 그 여자 후보자는 가슴이 훅~ 파인 짧고 퍼지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답니다. 게다가 헤어스타일도 짧은 쇼트 커트 머리이긴 한데, 양쪽이 상당히 언발란스하고 와인색으로 염색한 상태였다고 해요. 물론 그녀의 프리젠테이션 이후 패널들과 주제 토론을 할 때에는 복장에 관한 내용은 일절 없었다고 합니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상의(左)하의(右)붙은 원피스를 입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출처: Glamour.co.uk)

 

 

발표와 토론이 끝난 후, 참관한 영국인들 사이에서 그녀의 복장에 대한 이런 저런 말이 무척 많이 나왔다고 하네요. 저희 신랑 옆에 앉아 있던 영국인 지도교수는 발표 중에 울 신랑에게 일본어로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어떻게 저렇게 입고 올 수가 있냐?  이해가 안 간다..

 

같이 참관했던 영국인 박사과정 학생들도 도대체 이해하기 힘든 복장이라고 했다네요. 다만, 핀란드 출신 연구원은 스칸디나비아는 복장에 대해 무척 자유로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영국은 보수적 물론 그들에 비해 이라 좀 놀랄수도 있다고 했답니다.

 

 

그러고 보면 복장에 대해서 자유로운 영국이지만 구체적인 복장 규정은 없겠지만요 - TPO(Time, Place, Occasion)는 가려가면서 옷을 입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영국인들 중에도 때와 장소에 가리지 않고 엄한 복장을 입고 오는 경우도 있지만요. 예전 다른 대학에서 열린 학회 발표 때에는 아예 발표자들에게 복장에 신경을 써 달라는 메일이 오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막상 가보니 대체적으로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발표자들은 정장을 입었다고 합니다. 그런 메일을 받고도 정말 편하게 입고 온 일부 영국인 학생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신랑 말로는 그 여성 후보자가 단순히 복장 때문에 채용이 안 되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발표 후 질의 응답시간 중, 패널들의 질문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이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또한 마지막 전체 토론 각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 에 그 후보자에 대해 좋게 평가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하거든요. 

 

 

이번 교수 임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유로운 듯 한 영국 대학 사회이지만, 그 자유 속에서 영국인의 보수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보기엔 참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그들만의 보수성은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요. 역시, 어디서나 TPO는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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