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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박지성으로 친숙한 영국 만체스터, 알고보니 재밌어

by 영국품절녀 2012. 3. 3.



영국은 비록 미국에 비해 넓지는 않지만, 지역마다 그 곳만이 가진 독특한 특색과 사투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한국도 크지 않은 땅덩어리에 서로 다른 음식과 사투리 및 지역 색을 가지고 있지요. 특히 영국 대학에 있다 보면, 런던뿐만이 아닌 다양한 지방에서 온 학생들을 통해 그 곳의 문화와 사투리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영국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꽤 크다는 것을 종종 느낍니다.

오늘의 내용은 울 신랑을 통해 만나게 된 "만체스터(Manchester) 출신 사람들" 에 대한 글입니다.

참, 한국에서는 맨체스터라고 하는데요, 이들은 ~체스터 라고 한답니다.

 


                           지인이 직접 박지성 선수 경기 보러 갔다가 찍은 사진이에요.


만체스터라는 도시가 한국 사람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뭐니 해도 박지성 선수 때문입니다. 박지성 선수가 만체스터 유나이티드 클럽에 입단한 해가 마침 제가 영국에서 공부를 시작한 해였어요. 비록 첫 해에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저는 만체스터라는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네요. 그 이후 만체스터 출신 사람들을 만나면 괜히 반갑고, 그들도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으레 박지성 선수를 시작으로 대화를 풀어나간 답니다.


 

만체스터 사람들은 물론 자신들을 English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과 자신들이 사용하는 방언을 일컬어 Mancunian (만큐니언) 혹은 Manc (만크)라고 부릅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만체스터 사람들은 축구를 굉장히 사랑하고, 연고지 팀인 만체스터 유나이티드 혹은 만체스터 시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며칠 전, 잉글랜드와 네덜란드의 친선경기가 있었지요?
그 날 만체스터 출신 친구에게 울 신랑이 물어 봤답니다
.


신랑:
오늘 축구 몇 시에 하냐?

만체스터 친구: “음....잠깐만, 확인해 볼게…” 아, 저녁 8시네…”  (몇 시인지도 모르더라고요.)
신랑:
펍 가서 안볼거냐잉글랜드가 이길까?

만체스터 친구: (심드렁한 얼굴로) “I don’t care about England football team.” (축구 대표팀은 별 관심없어)

 


울 신랑은 지난 월드컵 때를 보면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만체스터 사람들은 잉글랜드 축구팀에 대한 기대 자체를 접은 것 같다고 하네요. 역시 이번 경기(네덜란드 3-2)도 만체스터 사람들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에 반해 만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가 있으면 다음 날, 박사 연구실에서 하루 종일 하이라이트를 틀어 놓고 본다고 하네요.

축구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음의 웹사이트를 참조하세요
. http://www.footytube.com/

 

또한 만체스터 악센트도 굉장히 특이합니다. 사실 저희가 듣기에는 리버풀 악센트가 더 강한 것 같기는 하지만요. 제가 지난 번에 한 주 동안 울 신랑 연구실에 있었는데, 만체스터 친구의 악센트가 굉장히 듣기 좋았답니다. 알고 보니 북부 방언 중에서도 만체스터 악센트가 굉장히 독특하다고 하더라고요. 울 신랑이 제가 만체스터 발음에 뿅~ 갔다고 말해 줬더니 무척 좋아했다는 후문이.....

 
다음은, 만체스터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에 대해 알아 보지요.

비록 만체스터 사람들만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그곳을 비롯한 북부 사람들이 사용하는 단어 중에 재미있는 것이 있어요. 바로 “Mither”라는 단어입니다. 만체스터 친구가 울 신랑과 미국 친구를 앉혀 놓고 Mither라는 단어을 설명하는데, 울 신랑은 그렇다 치고, 미국 친구도 무슨 저런 단어가 있냐는 투로 듣고 있더래요. 이 단어는 명사형과 동사형이 같고, 그 뜻은 성가시다, 걱정하다 혹은 짜증나다 정도의 의미가 들어 있어요.


How was your date yesterday? 어제 데이트 어땠어?

It was really mithering. 진짜 짜증났다.

Stop mithering. 성가시게 좀 하지마부산말로 ~”



그 외의 만체스터 방언 좀 알아 볼까요?  

A cup of tea - 'brew'  : Tea 대신 brew (차를 끓이다)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요.

Brother - 'Our Kid'  : 남동생을 우리 아이라고 말하나 봅니다.
Good - 'mint, sound' : 좋다는 표현도 다양해요. 우리 말과 비슷한게 있는데요.
너무 좋을 때 "죽여줘~~" 라는 말을 만체스터 사람들도 사용하네요.  "
dead good"

Bad - 'cack' : 영국 속어로 이라고 합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만체스터 사람들은 보통 영국 사람들에 비해 좀 다혈질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젊은 친구들은 어딜 가나 쉽게 흥분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영국 사람들은 술을 먹지 않는 이상 화가 나도 비교적 점잖은(?) 편입니다. 그러나 만체스터 사람들은 맨 정신에도 쉽게 흥분하고 제스처도 큰 편입니다. 목소리도 큰 편인데, 그 만체스터 친구는 전화할 때는 항상 나가서 문을 닫고 통화한답니다.

 

물론 지금까지 만난 일부 만체스터 사람들을 통해 만체스터를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영국 남부에서 오랫동안 살다 보니, 만체스터와 같이 북부 출신들에게서 의외로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곤 한답니다. 제 친구의 남부 출신 영국인 남편도 북부 사람들과 문화에 대해 호기심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즐겨 보는 드라마가 만체스터를 배경으로 만든 영국 드라마 Shameless 라고 하네요.


                                 영국 드라마 Shameless    (출처: 구글 이미지)

박지성 선수의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만체스터로 여행 가시는 한국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미리 만체스터에 대해 알고 가시면 축구뿐 아니라 만체스터 여행이 더 즐겁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반대로 만체스터인들은 영국 남부 사람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 집니다. (기회되면 포스팅 해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