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현재 부활절 휴가 기간입니다. 오늘이 부활절 주일이므로 거의 모든 상점들이 휴무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렇게 긴 휴가가 가장 곤란한 사람은 바로 부모님입니다. 긴 부활절 휴가 동안에 아이들과 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할지 참 막막하거든요. 보통 영국인들은 휴가 기간에는 여행을 떠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BBC 기사를 보니 영국 경제 불황 때문인지, 아니면 진정한 휴가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는 것인지 매년 영국인들이 해외 여행을 포기하고 그냥 자신들의 집 및 가까운 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해요. 우리는 흔히 "방콕"이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영어로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라고 부르더군요. 머물다(Stay)와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바쁜 일상을 보낸 현대인들은 붐비는 휴가지 대신 그냥 자신의 집에서 여유롭게 보낸다는 새로운 휴가"라고 할 수 있겠어요. 사실 여행가는 것도 어찌 보면 참 피곤한 일이 될 수도 있거든요. 아예 럭셔리한 여행으로 편안하고 안락하게만 다녀 올 수 있는 것 아니면요.
스테이케이션이라는 단어 알아 두세요. (출처: 구글 이미지)
저희 역시 이번 부활절 휴가는 스테이케이션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집에서 신랑과 함께 오래간 만에 한국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와 예능 프로그램인 "라디오 스타"를 보면서 신나게 깔깔 거리면서 휴식을 취하고, 저녁에는 삼겹살을 맛있게 구워 먹었답니다. 제 주변의 한국인 친구들은 다들 해외로 여행을 떠나서 좀 부럽기도 하지만요, 저희의 경우에는 신랑이 지난 주 내내 심한 감기 몸살에 시달려서 이번 부활절 휴가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잘 먹고 푹 쉬는 기간으로 정하게 되었어요.
여행 가기까지 준비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아요. (출처: 구글 이미지)
스테이케이션의 장점은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우선 해외 여행을 하게 되면 예상했던 것보다 경비가 많이 지출되는 경향이 있어요. 또한 여행 준비를 위해 사야할 것도 많지요. 그렇게 되면 한동안 경제 상황이 무척 힘들어지곤 하지요.
이번 부활절 휴가를 맞이하여 한 영국인 엄마는 두 딸을 데리고 런던으로 5박6일 여행을 왔어요. 그들(세 명)이 첫 날 기차 타고 런던에 도착, 서커스 보고 점심 식사와 차를 마셨는데 하루 동안 쓴 돈이 200파운드(36만원)였다면서, 앞으로 런던에서 5박 6일 동안 지낼 경비를 약 1,500파운드(270만원) 정도 예상한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영국인 부모들은 긴 휴가동안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돈을 써야 할지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부담을 느낀다고 했어요. 이렇게 영국의 높은 물가에, 영국인들뿐 아니라 영국에 온 외국인들은 영국 여행을 포기하기도 할 정도로 영국 여행이 너무 비쌉니다. 이 기사의 댓글에도 나와 있듯이 차라리 해외 여행을 하는 편이 더 낫다고 할 정도였어요. 부활절 금요일인 어제는 런던 역사 박물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45분 동안 줄을 길게 서서 입장을 기다려야만 했고요. 너무 많은 아이들로인해 박물관 안이 놀이터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하네요. 어제 캔터베리 시내도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모들이 너무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요.
(출처: bbc.co.uk)
이 기사를 보면서 전 "그래, 그냥 집에 있는 게 돈 굳는 거야, 괜히 나가면 사람에 치여서 피곤하기만 하고...." 이렇게 놀러가고픈 욕구를 잠재우면서 집에 있기로 한 저의 결정을 합리화했답니다. ^^
자신의 정원에서 여유롭게 휴가를 보내는 모습 (출처: 구글 이미지)
올 2012년은 영국에게 있어서 굉장히 특별한 해입니다. 올림픽 개최 및 여왕 왕위 60주년 기념일이 있거든요. 현재 영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올 여름 휴가는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보낼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해요. 이에 따른 조치로 영국 전 역 특히 런던에 있는 많은 호텔 및 숙박 업소에서는 특별 할인을 하기도 하고요. 런던 및 유명 도시에서는 많은 다양한 볼거리 및 행사를 무료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영국인들이 올 여름 휴가에 해외가 아닌 영국 내에서 스테이케이션을 할 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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