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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빈부 차에 따라 다른 슈퍼마켓 이용하는 영국인

by 영국품절녀 2012. 4. 10.

영국에는 한국의 재래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 마켓"이 있습니다. 특히 런던 마켓으로 가장 유명한 곳을 꼽는다면 영화로 인해 알려진 노팅힐에 포토벨로 마켓을 들 수 있겠어요. 요즘 그 곳이 너무 유명해진 탓에 여행객들이 많아 너무 정신이 없고 가격도 무척 비싸진 것 같아요. 이 외에도 런던에는 다양한 물건을 파는 마켓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물론 런던 이외에도 도시마다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거리에 장이 서기도 해요.

 

런던 노팅힐의 포토벨로 마켓

 

제가 사는 캔터베리에도 매 주 수, 금요일마다 캔터베리 시내에 다양한 물건을 파는 거리 마켓을 볼 수 있습니다. 값은 때에 따라서 대형 마켓보다 비싸기도 하고 싸기도 하지요. (특히 과일과 채소는 막 밭에서 가져온 것이라 싱싱해서 인기가 많은 편이에요.)

 

                                               여기 노점상은 매일 볼 수 있어요. 

                                               항상 제철 과일과 채소들을 팔지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형 슈퍼마켓을 선호합니다. 보통 영국 도시(중소 도시 포함) 에는 아스다(Asda), 테스코(Tesco), 새인즈베리(Sainsbury'), 막스앤스펜서(M&S), 웨이트로즈(Waitrose)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가격이 저렴하다고 알려진 모리슨, 알디, 리들, 아이슬란드 등 많은 슈퍼 마켓 체인점이 있지요.

 

제가 영국 대형 마켓에서 장을 보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어요.

영국인의 쇼핑 습관에서 그들의 소득 및 경제 형편이 보인다는 겁니다.

 

제가 테스코, 아스다, 새인즈베리, 막스앤스펜서, 웨이트로즈에서 쇼핑을 해 본 경험을 말씀드리면요. 슈퍼에 따라 쇼핑을 하는 주 고객이 조금씩은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스다, 세인즈베리, 테스코: 보통 영국인 및 영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가장 애용하는 곳 이에요. 특히 한꺼번에 장을 왕창 보는 맛벌이 부부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건 종류가 우선 다양하며 많고, 많이 살수록 이득인 곳이거든요. 제가 사는 곳의 테스코 익스프레스는 보통 어린 학생들, 대학생들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층이 많습니다. 물론 대형 테스코는 아스다, 세인즈베리 등의 고객과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세인즈베리나 테스코는 클럽 카드를 제공해서 정기적으로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해서인지 젊은층에게 더욱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막스앤스펜서: 건강을 생각하시는 노부부, 양질의 음식을 선호하는 중년 부부 등 소량을 구입하면서도 까다롭게 좋은 음식만을 고르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보통 중산층 이상의 중년 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해요. (제가 만난 영국 아줌마, 할머니들은 거의 50% 이상의 주제가 "막스앤스펜서에서 쇼핑한 이야기"에요.)

웨이트로즈: 나이에 상관없이 그 지역의 중상층 사람들이 주 고객인 것 같습니다. 이 곳에서는 특히 캔터베리에서 가장 비싼 사립 학교 학생 및 그 가족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특히 웨이트로즈 음식 재료만 먹는 영국인들도 있을 정도에요. 저희가 장을 보다가 울 신랑의 학교 교수님을 만났지요. 그 영국인 교수님은 좀 먼데 사시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여기서 장을 보는 이유가 사모님이 여기 음식만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하셨지요. 전에 캔터베리에 웨이트 로즈가 없었을 때에는, 타 지역까지 가서 쇼핑을 하는 켄터베리 주민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얼마 전 한국 기사를 보니 "미식가 쇼퍼(gourmet shopper)"가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이는 좋은 음식 재료를 찾아서 먹거나, 구매하려는 부류를 뜻한다고 해요. 저희들도 사실 영국에 와서 돈 아낀다고 테스코에서 파는 값싼 식재료만을 사서 먹곤 했답니다. 그런데 달랑 둘 뿐이라서 버리는 재료가 더 많은 거에요. 잘못 사면 과일, 채소, 고기 등 맛이 없고요.

그러다가 저희 집 바로 앞에 웨이트로즈가 생겼어요. 처음에는 이런 비싼 곳은 우리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보기에 음식 재료가 상당히 싱싱하고 좋았습니다. 제가 먹어 본 결과 과일, 채소, 고기, 생선이 맛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차라리 소량이지만 좋은 음식 재료를 먹자는 생각에 최근에는 이 곳을 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남기거나 버릴 음식물 쓰레기도 없고, 식재료가 맛있으니 음식 맛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아예, 일부 중산층에 해당되는 영국인들은 비싼 유기농(organic)음식만을 먹기도 할 정도에요. 그래서 그런 집에 한국인 학생들이 홈스테이를 하게 되면, 몇 달 못 버티고 나온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유기농 음식은 비싸니깐 소량만 음식을 주는 거에요. 한국 학생들은 너무 배가 고파서 주인에게 음식을 더 달라고 요구하지만, 유기농 음식 값이 비싸므로 더 많이 줄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고 합니다. 

 

      유기농 채소 및 과일, 우유, 빵, 요거트, 치즈 등을 배달해 줍니다.   (www.abelandcole.co.uk/)

저도 얼마 전에 알게 된 유기농 채소, 과일만 파는 상점을 알게 되어, 사과를 샀는데요. 영국에 와서 그렇게 맛있는 사과는 처음 먹어 본 것 같아요. 그 곳 상점 식재료가 좋다는 말은 익히 들었는데,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다만, 유기농이라서 그런지 값은 비싸지만, 물건이 대형 마켓과는 다르게 싱싱하고 좋아 보입니다.

 

한국이나 영국이나 먹고 살만해 진 사람들은 점점 자신에게 투자하는 비용을 늘립니다. 물론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명품 백, 자동차 등을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요, 특히 자신의 건강을 위해 양질의 음식을 먹으려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일부는 무조건 백화점 및 대기업 슈퍼마켓 물건이 좋은 줄 알고 그 곳에서만 장을 보는 경우가 있지만요, 한국은 재래 시장에서도 싸게 얼마든지 좋은 양질의 식 재료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영국은 비싼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저 만의 착각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