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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부부도 가끔은 떨어져 있어봐야 하는 이유

by 영국품절녀 2011. 11. 21.


영국에는 자녀 교육으로 인해 기러기 부부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기러기 부부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해외 주재원, 부모의 학위 등을 이유로 영국에 나왔다가 자녀들의 학업을 이유로 남편만 한국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이렇게 기러기 부부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알 수 있을 거에요.

 

특히 기러기 부부들 중에는 불륜 및 이혼 등이 일어나기도 하고요. 한국에 있는 남편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자살을 하거나, 혼자 사는 그리움으로 인해 병에 걸리기도 하는 등 기러기 부부의 경우 가정 불화의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든 기러기 부부들이 다 문제가 있지만은 않아요. 남편들이 수시로 영국을 방문 혹은 방학마다 아내와 자녀들이 한국을 방문해서 가족들끼리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 등 원만한 가족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부들은 많은 노력을 하곤 하지요.

 

                                              
                                                   기러기의 비행 (출처: 구글 이미지)


하필 왜 기러기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걸까요?

기러기는 부부간 금실이 지극해서, 전통 혼례 시 신랑과 신부가 기러기 한 쌍을 주고 받는 것과 일맥 상통합니다.  암놈이 죽었을 때는 수놈이, 수놈이 죽었을 때는 암놈이 재가하지 않고 독신으로 여생을 마친다고 할 정도랍니다. 또한 기러기의 자식 사랑은 유별나다고 해요. 야산에 불이 나 위기일발에 처했을 때 품에 품은 새끼와 함께 타 죽을지언정 새끼 홀로 내버리고 도망갈 줄 모른다고 하는 군요. 이런 의미로 자녀의 교육을 위해 온갖 희생을 하는 부모를 "기러기 아빠", "기러기 엄마"라고 하나 봅니다.


 

그런데, 꼭 기러기 부부가 아니어도 가끔은 부부가 떨어져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상대방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


솔직히 매일 같이 살 때에는 몰랐었는데, 잠시 헤어져 있다 보니 서로의 소중함과 미안함을 새삼 알게 되더라는 거에요. 저희는 결혼을 하고 약 2년 동안 잠시도 떨어져 있었던 적이 없었어요. 또한 연애도 영국에서 했던 터라, 거의 매일 얼굴을 보았거든요. 

 

그런 저희들에게 잠시 두 달 동안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작년에 두 달 남짓 한국을 저 혼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요. 신랑이 일주일 내내 메신저를 통해 저에게 "보고 싶다, 이제까지 고생만 시켜서 미안하다, 더 잘해줘야 하는데.." 갑자기 평상시에 안 하던 말들을 막 하는 거에요. 그런 말을 들으니, 부부가 좀 떨어져 있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반면, 저의 경우에는, 솔직히 한국에 가기 전에는 신랑과 잠시 떨어질 생각에 슬프더라고요. 너무보고 싶을 것 같기도 하고, 혼자 잘 지낼 수 있을까 등등 걱정이 앞섰지요. 하지만, 한국에 도착하고 나서는 신랑 생각이 별로 나질 않더라고요. 한국에 오니깐 그리웠던 부모님, 친구들을 만나느라 정신이 없더라고요. 그런데, 신랑이 가장 생각이 나는 때가 맛있는 음식 먹을 때와 잠을 잘 때더라고요.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으면 좋을텐데..”, “잘 때 항상 옆에 신랑이 있었는데…”혼자 맛있는 것 먹고, 자려고 하니 참 보고 싶더라고요. 그러면서 한국가면 더 잘해줘야지 그런 생각도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일부는 임시별거를 너무 즐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대방의 부재에 쾌재를 부르며 좋아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거에요. 상대방의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 힘든 가정 생활 등에서 벗어나 FREEDOM을 외치는 사람들을 들 수 있지요. 작년에 저희 부부도 처음에는 전화도 자주 하고 그랬는데,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서로 시간대도 안 맞고 바쁘다 보니깐 거의 영국 돌아갈 때쯤에 통화를 했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  (기러기 부부의 전화 통화 내용)

신랑: 여보세요?

아내: 누구지? (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

        목소리가 너무 낯설어~~

신랑: .............. (어이없어 하는)

 


다시 연애하는 기분으로 돌아가는 시간

  

저는 작년에는 신랑과 통화를 너무 안 한 탓에 너무 낯설었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한국에 온 이후로 자주 신랑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도 묻고, 짧은 시간이나마 통화를 하려고 합니다. 신랑 역시 저에게 전화를 자주 해 주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신랑과 장거리 연애를 하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부부가 되고 나서는 연애 때와는 전혀 다른 통화를 했었거든요. 연애 때에는 잠자기 전까지 수화기를 붙잡고 그다지 의미 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 등을 나누잖아요. 하지만 부부가 되고 나서는 용무가 있거나, 언제 들어오냐, 어디냐 등의 위치 확인 목적 정도로만 통화를 하지요. 그런데, 제가 한국에 온 후로는 국제 통화로 서로의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닭살스러운 멘트도 하는 등 연애 때의 기분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이처럼 가끔은 서로의 부재가 남편 혹은 아내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 및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등 부부의 관계에 더욱 도움을 줄 수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