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부모님 소포 받고 경악했던 이유

영국에 오신 분들은, 적어도 한 번 이상은 한국에서 소포를 받아 본 경험이 있을 거에요. 저도 그랬지만, 제 주변에는 소포 때문에 골치가 아픈 사건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저는 이제까지 항상 별일 없이 받았던 소포를 작년 겨울에 아주 힘들게 받은 적이 한 번 있었어요. 영국에서는 종종 검열을 강화하는 달이 있으며, 복불복으로 잘 못 걸린 소포는 세금을 왕창 물기도 합니다.

                            한국 우체국 택배 박스는 언제나 눈물나게 반갑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작년 겨울에 한국에서 부모님이 두 상자를 한꺼번에 보내주셨던 적이 있지요. 한 상자는 마른 음식, 다른 상자는 중고옷과 책, 신발이었어요. 그런데 음식 상자는 잘 받았는데, 옷과 신발 등이 든 상자가 오지 않는 거에요. 문제가 생겼다라는 사실은 직감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세관에 걸려, 세금을 내라는 편지가 온 것이지요. 저희 아빠가 100불을 상자에 적어 약 36파운드 정도의 세금이 나왔습니다. 세관 검사는 완전 복불복이므로, 두 상자가 같이 왔어도 하나만 걸린 것이지요.

 

36파운드라는 세금을 내고 난 후 약 몇 일 후에 옷과 신발이 든 상자를 받았지요. 그런데, 저희가 완전 경악했던 이유는 상자 안에 있던 신랑 양복, 넥타이 세트(결혼할 때 받은 고가)와 저의 비싼 롱부츠가 사라진 것이지요. 아마도 세관에 걸려있는 동안 누군가가 빼간 것임이 틀림이 없었지요.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요. 그냥 욕만 하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런데, 저희만 그런 게 아니더군요. 아는 동생의 경우에는 박스가 아예 열려서 안에 있는 물건들이 다 터져서 오기도 했었고요. 어떤 학생은 다른 물건들과 함께 악세서리를 보냈는데, 악세서리 박스만 누군가가 빼갔다고 합니다. 이런 경험을 당하다 보니, 참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오만정이 다 떨어집니다.

이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분 중에는 우체국이나 파슬포스에 항의를 했다고도 하던데요. 이런 경우 구제 방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절차도 까다롭고 무엇보다도 시간이 엄청 오래걸린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자란 한국 친구의 말로는 파슬포스, 로얄메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종종 물건을 빼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생기는 겁니다. 신뢰가 중요한 영국 사회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떻게 남의 물건에 손을 댈 수 있는지, 절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소포를 아예 안 받는 게 속은 편할 수 있으나, 해외에서 살다 보면 소포를 안 받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소포를 붙여달라고 한국 가족에게 부탁할 때 꼭 알아두면 좋을 유의사항에 대해 알려드릴까 합니다.

 

 

                                     국외 소포를 담당하는 파슬포스입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소포 받는 Tip!

 

1. 영국에 소포를 보낼 때, 운이 안 좋으면 세관에 이유 없이 걸릴 수가 있어요. 그러므로 항공이나 배편으로 보낼 때 상자 내용물 가격은 30불 이하로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적으세요. 그래야 세관에 걸리더라도 세금을 적게 내고 받을 수 있죠. 그리고 내용물은 꼭 used(중고)를 써 넣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절대로 비싼 옷, 신발, 악세서리, 귀금속 등은 보내지 않는 게 좋습니다.

 

2. 만약에 세관에 걸렸을 경우 세금이 너무 높다면, 그냥 한국으로 보내 버린다고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해요.

 

3. 한국에서 소포를 보낼 시 꼭 송장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세요. 우체국 사이트에서 바로 소포의 진행 상황을 볼 수 있고요. 보통 영국에서는 국외 소포는 로얄 메일이 아닌 파슬포스에서 담당한다는 사실은 꼭 알아 두세요. 이 곳에서 직접 진행 상황을 알 수 있으니 확인해 보세요. (http://www2.parcelforce.com/) 또한 배 편으로 보내도 송장 번호로 확인이 가능하니, 꼭 챙겨 놓으세요. 배 편은 보통 한달 반 정도 걸린답니다.

 

4. 혹시라도 부재 중인 경우에는, 파슬포스 직원이 부재 중 편지를 놓고 갑니다. 저희 집의 경우에는 옆에 슈퍼마켓에 맡겨서 저희가 찾아 온 적이 있었어요. 부재 중이면, 다시 갔다 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5. 한국 우체국에서 항공 소포를 보내는 경우, 거의 5일이면 도착합니다. 그런데 간혹 주말이 끼면 늦을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월요일 아침 일찍 보내면 목요일에는 소포를 받을 수 있으니 좋습니다.

 

6. 소포 상자를 싸실 때, 남들이 쉽게 뜯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모서리를 다 테이프로 감아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받을 때 상자가 손상되는 위험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답니다. 그리고 함부로 뜯을 수도 없게 말이지요.

 
해외 생활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날 중에 하나가 가족, 친구에게 받는 소포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기쁨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반드시 소포 포장은 확실히 하시고, 물품은 used인 것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없어져도 손해가 크진 않겠지요. 힘든 해외 생활에 단비같은 값진 소포가 해외에 사시는 모든 분들에게 아무 탈없이 잘 배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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