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이혼과 재혼이 주변에서 워낙 잦은 일이다보니, 새삼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제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시대가 바뀐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혼과 재혼에 대한 저의 생각도 확실히 달라진 것 같습니다. 부부가 함께 살아서 행복하지 않으면 자식 혹은 부모님 때문에 참고 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얼마든지 이혼하고 더 좋은 배우자와 재혼해서 얼마든지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저는 주변에서 이혼과 재혼에 대해 보고 들었던 것만 해도 너무 많아서 그런지, 이 곳 사람들은 만남과 헤어짐이 참 쉬운 줄 큰 착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포스팅했던 글에서도 영국 부부들은 애정이 사라지면 쉽게 이별을 하고, 새로운 인연을 찾는다고 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부 국제 결혼한 부부들에게 비판도 많이 받았지요.) 물론 한국에 비해 영국이 부부간의 관계에 큰 비중을 두므로, 서로에게 더 이상 애정이 없는 경우에는 이혼을 결정하는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긴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영국인의 이혼과 재혼"에 대해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통 우리들은 영국과 같은 유럽 선진국에서는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면, 남자가 손해라는 말을 자주 들어서 알고 있지요. 이혼하면 "남자의 집은 물론이고, 재산의 반 이상이 여자에게 간다"는 등의 말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다만, 개인 차이가 있으므로 참고만 하세요.)
결혼 초창기부터 성격 차이로 불화가 있었던 영국 부부가 있었어요. 원래 이혼 시 부부의 말은 양쪽 다 들어봐야 하므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도록 할게요. 부부는 결혼 생활 내내 대화 자체가 없었지만, 사랑하는 딸 때문에 거의 십 여년 이상을 그렇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아내에게 가정 상담사를 찾아가 보자고 했답니다.
부부는 상담을 받게 되었는데요, 상담 결과는 "둘은 차라리 이혼하는게 낫겠다"로 나왔다고 합니다. (참, 영국인들은 이성적인 것 같아요.) 이혼을 하자고 결정 한 순간, 아내는 남편의 연봉, 남편이 벌어 들인 재산, 집 등에 대해 끈질기게 소송까지 불사했다고 합니다.
아저씨는 이혼 소송을 약 1~2년 넘게 하면서 했던 말은~
나의 높은 연봉이 나에게는 독이구나.
내가 돈이 없었다면, 쉽게 이혼을 했을텐데...
(source: www.theguardian.com)
아내는 남편의 돈을 조금이라도 더 갖기 위해, 전업 주부로서의 커리어 포기 - 사실 남편은 아내에게 결혼 생활 내내 커리어를 위해 일을 하라고 권유 했지만, 자신은 절대 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는데요 - 등을 내세워, 그 동안 남편이 벌어 들인 재산까지 모조리 다 가지려고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정말 제가 깜짝 놀랐던 사실은요,
그 아내는 남편의 연금까지도 원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여기에 있는데요, 만약 전 남편의 연금액 중에 1000원이라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나중에 언제라도 전 남편에게 재산 소송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다고 하네요. 다행히도 재판에서 "과하다" 라고 남편에게 손을 들어줘서 연금은 지킬 수 있었답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여자는"가족이 살았던 집", "남편이 벌어들인 재산 일부"소유 및 "5년 동안 매 달 전 남편의 연봉의 일부"가 자신의 통장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즉, 매달 받는 돈은 전업 주부였던 아내가 홀로서기를 할 때까지 전 남편이 도와야 하는 생활비 인듯 싶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5년 안에 여자가 재혼을 하게 되면 돈을 안 줘도 되므로, 영국에서는 전 부인이 재혼하면 남자들이 엄청 큰 재혼 선물까지 해 주면서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고 하네요. ㅎㅎ 그 아저씨도 전 부인이 얼른 재혼하기 만을 기다리지만, 누구 좋으라고 결혼하겠어요. 여자의 입장에서는 연애 혹은 동거만 하다가 전 남편으로부터 5년 동안 돈을 다 받은 후에 하면 되겠지요. 남자의 입장에서는 매 달 통장에 꽤 많은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엄청난 금액이 전처의 계좌로 빠져 나가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 같아요. 매년 돈은 조금씩 줄기는 한다고 하네요.
정말 흥미로운 것은, 이혼 시 남자는 거의 빈털터리 신세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이혼을 결심한다는 사실인데요, 설사 아내가 싫어도 참고 살아야할 것 같지만, 집과 돈도 다 필요 없을 정도로 같이 살기가 싫은가 봅니다. 그래서 영국 남자들이 결혼보다는 동거를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는데요. 한편으론 이해가 되네요.
요즘 영국은 점점 결혼 기피로 이혼률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사례일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전업 주부인 영국 여자들의 경우 부자 남편과 이혼 후에는 집, 재산 일부, 일정 기간동안 생활비 지원 (양육비 따로 지급)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이혼 몇 번만 하면 굳이 평생을 직업 없이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남편이 자신을 떠난 것이라면 상처는 상당히 클 것 같습니다. 실제 제 주변에도 남편이 부인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다면서 이혼을 요구했는데요, 아내는 남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이혼만은 하지 말자고 매달렸다고 해요, 그 다음 날 남편이 짐을 싸가지고 나가 버렸대요. 결국 집, 딸의 양육비, 생활비 등은 물론 받겠지만, 그 여자 분에게는 이혼이 큰 상실감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평범하지는 않지만 예외도 있는 것 같습니다.
(source: Mirror.co.uk)
사치 갤러리 설립자, 영국 재벌 찰스 사치가 요리사겸 방송인인 나이젤라 로슨과 전격 이혼을 했습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는데요, 레스토랑에서 부인의 목을 움켜 쥔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습니다. 그들 부부는 둘다 워낙 부자라서 그런지 전혀 재산 분배 없이, "신속하고 우호적"으로 협의 이혼을 했다고 하네요. 나이젤라는 이혼을 결심하면서 자신은 남편 재산의 단 십원이라도 (영어 표현으로는 1 penny)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답니다. 이처럼 둘 다 큰 부자이고 직업까지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재산 분배없이 이혼을 쉽게 하기도 하나 봅니다.
반면에 가난한 남자와 이혼하는 전업 주부는 이혼 시 생활이 더 비참하게 되기도 합니다.
집도 없고, 재산도 없고, 직업도 불안정한 남자와 살았던 여자는 맨몸으로 이혼하게 될 지경에 처하고 맙니다. 그래서 일부는 이혼 후에도 같은 집에서 살기도 한다고 하니까요. 실제로는 이혼 후에 부유한 여자보다는 가난해지는 영국 여자들이 더 많다고 하네요. 또한 재혼률도 남자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고요.
확실히 재혼도 전 남편으로 받은 집과 재산이 있는 여자들이 또 쉽게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도 그런 케이스가 꽤 있거든요. 대부분 여자들은 부자이고요, 남자들은 전처에게 집과 돈 다 주고 몸만 멀쩡~ 해요. ㅎㅎ
결국 영국이나 한국이나 이혼과 재혼에는 돈이 항상 문제인 듯 합니다. 물론 결혼도 돈 없이는 못하니, 정말 부부의 연을 맺고 끊는 것은 다 돈과 얽혀 있는 것 같습니다. 이혼이 절대 부정적인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장려할 필요까지는 없겠지요, 어떤 잉꼬 부부라도 서로를 완벽하게 배려하고 영원히 사랑하면서 행복하게 살지는 못할 것입니다. 부부가 오래도록 연을 끊지 않고 살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끊임없는 인내와 희생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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