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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영국에서 본 한국인의 모습, 진짜 불행할까?

by 영국품절녀 2013. 10. 2.

오늘은 제가 여러분에게 질문 하나를 먼저 던지고 시작하겠습니다.

 

당신의 삶은 행복한가요?

(Are you happy with your life?)

 

영국에서는 "happy" 라는 말을 참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저에게 뭔가를 요구했을 때 저에게 괜찮은지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happy 하냐고 묻습니다. 저는 happy 라는 단어를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인지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영국인들이 실생활에서 happy 라는 단어를 늘상 사용하는 것을 들으면서, "기쁘다, 기분 좋다, 혹은 만족한다" 라는 뜻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만난 지인 분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난 요즘 한국이 너무 그리워서,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카톡을 하면서 푸는데... 어쩌면 다들 힘들다고만 하는지...하는 말은 늘상 시댁 비난, 돈이 없다, 남편과의 불화 등등 이런 우울한 이야기만 듣다보니..

갑자기 나는 이들에 비하면 "행복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저 역시 이 분의 말에 백배 동감입니다. 제 주변의 가족, 친구, 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너무 우울하기만 합니다. 왜 모두들 행복하다는 말은 하나 없고, 다들 불행한 이야기들 뿐일까요? 누가 누가 더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지 내기라도 하듯이, 우울한 사연들만 털어 놓습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주제는 "돈, 집 문제 (대출금 등), 직장 상사 및 시부모 욕" 등등

그러면서도 제가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는 사람들의 돈 타령"입니다. 돈이 없어서 힘들다고 하면서도 남들 하는 것은 다 하고 삽니다. 철마다 해외 여행, 비싼 브랜드 옷 입고, 비싼 유기농 음식 구입, 비싼 영어 유치원 및 취미 생활 등... 경제적 형편이 안 되면, 안 하거나 줄여야 하는 것이 보통인데, 요즘은 안 그러나 봅니다. 돈이 없어도 남들 하는 것은 다 해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삶이 얼마나 힘들면 이럴까 싶어서 저는 대부분 맞장구를 치면서 위로를 합니다. 그런데 어쩔 때에는 지인들의 투정이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어요. 그런 날에는 이렇게 말을 하기도 합니다.

 

너의 좋은 면을 바라봐~~

이미 집, 차도 있고, 애들도 잘 크잖아.. 남편도 잘 해주고...

 

그렇게 말하면, 그래 그렇긴 해~ 이렇게 말을 얼버부리지요. 하지만 다음에도 역시나 부정적인 말만 쏟아 냅니다. 제가 보기에 한국에서는 가까운 지인들과 대화할 때 "나는 행복해" 라는 말을 하면 별로 탐탁지 않아 하는 것 같습니다. 다들 힘들다고만 하는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나도 불행하다" 라고 해야 합니다. 마치 이들은 남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나는 그나마 괜찮구나' 하면서 위안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어떤 때에는 진짜 불행한건지? 아니면 그러는 척 하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World Happiness report 2013' 을 보니, 한국이 41위를 차지했다고 하는데요, 그것은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해서 수치화 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행복이라는 감정은 주관적이어서 그 순위가 절대적일 수는 없겠지요. 제가 보기에 현재 한국인의 상대적 행복 수치는 그 보다도 훨씬 더 낮은 순위일 것만 같습니다.

 

지난 주 아빠와 통화를 했어요, 친정과 시댁에서는 항상 저희가 걱정입니다. 경제적인 면이 가장 크겠지요. 그런데 제가 아빠에게 이렇게 안심시켜 드렸습니다.

아빠, 나는 요즘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이 있는데요...

내가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사실 요즘 가을을 타서 그렇지, 걱정이 별로 없어요.)

돈이 좀 없는 것이 불편하지만, 어떻게든 살아가잖아요.

 

저희 친정과 시댁을 포함해서 남들이 보는 저희 부부는 진짜 불행하게만 보일 수도 있어요. 늦은 나이에 신랑은 공부하고, 집, 차도 없고, 아직 애도 없고.. 앞길도 막막하잖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신랑과 오순도순 살면서 매 순간 행복을 느낍니다. 물론 돈이 없어서 힘든 일도 없지는 않지만요, 어쩌면 이 곳이 영국이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저희는 외국인이니까요. 한국은 남들과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분위기이고, 외모, 직업, 돈으로 사람을 쉽게 판단하잖아요. 저도 앞으로 한국에 가면 불행하다고 할까요?

 

저의 개인적인 바람은 좀 더 발전적이고 즐거운 대화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가까운 친구들에게 힘든 점을 토로하면서 위로도 받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만 항상 습관적으로 불행 바이러스를 남들에게 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불행과 행복은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갖고 있는 좋은 점들을 더욱 나누고, 이야기할 수 있는 행복한 대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드립니다. Be Happy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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