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오염에 대한 일본 유학생 반응, 기막혀

지난 주 바쁜 일정으로 인해 심신이 지쳐 포스팅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잊지 않으시고 블로그를 방문해 주시고 및 댓글까지 남겨 주신 많은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

오늘은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볼까 합니다. 한국 대학들은 이미 개강을 했지만, 영국은 빠르면 다음 주 늦으면 10월 초에 대학들이 새 학기를 시작합니다. 지난 주말 새학기 시작 전에 저희 집을 방문한 한국 유학생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일본 유학생들에게 직접 들은 방사능 오염에 대한 반응" 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최근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일본 방사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일본 방사능 위험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요. 아무래도 우리는 일본과 가장 가까이에 접해 있어 더욱 경계심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어제는 일본 교도 통신의 조사 결과 64%의 일본인이 아베 총리의 발언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완전 통제"를 불신한다는 기사를 봤는데요, 영국에서 만난 일부 일본 유학생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습니다. 한국 여학생은 실제 일본인 친구들이 방사능 오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여 조심스럽게 물어봤는데, 그들의 반응은 어쩌면 일본 정부와 똑같은지요.

 

 

 

아베 총리가 도쿄 올림픽 개최를 성사시키기 위해 "후쿠시마 지역만 위험하다" 고 설명하면서 "도쿄는 절대 안전하다"고 한 바 있지요. 일본인 친구들 역시도 "그 곳만 위험해~" 라고 정부의 대변인마냥 앵무새처럼 똑같이 대답하더랍니다. 정부의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신뢰하는 그들의 반응에 깜짝 놀란 한국 학생은 다른 일본인 친구들에게도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다들 똑같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다시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뉴스에서 보니까, 도쿄 사는 어린이 소변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 되었다는데...

그래도 안 위험할까?

 

그랬더니 일본인 친구들은 "혹시 그 어린이가 그 곳에 잠시 다녀온 거 아니야?" 라고 하더랍니다. 그 대답이 너무나 황당해서 말문이 막힌 그녀는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일본 학생들은 정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것일까요? 아니면 한국인이 그런 질문을 한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해서 일부러 그렇게 말을 한 것일까요? 오직 그들만이 알 뿐이지요.

 

 

BBC 뉴스에서는 일본의 마지막 원전기 Ohi의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난 일본인 친구들은 사뭇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정부의 말을 신뢰하지는 않되, 방사능 오염이 위험하다고 느끼지만 그 문제에 별 관심은 없습니다.
단지 후쿠시마 만와 그 주변 일부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내가 사는 곳과 그 곳은 꽤 멀기 때문에 남의 집 불구경 하듯이 쳐다보는 것이지요. 마치 외국인들은 북한의 핵 문제 및 전쟁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지만, 정작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말이에요. 물론 비교 대상이 될 수는 없겠지만요.

 

주변에서는 일본 유학생들에게 방사능 오염 및 공포에 대해 걱정하며 물어보지만, 정작 그들은 아예 무관심으로 일축하거나 반대로 아무 문제 없다는 정부의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만난 일본 유학생들의 방사능 이슈에 대한 반응이 실제 그들의 진짜 속마음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누구나 자국에 대한 자존심이 있으므로 외국인 특히 한국인이 자국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이 일부 일본인들의 입장에서는 불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비판하면 싫은 것처럼 말이에요.

 

그렇지만 방사능 오염 문제는 결코 자국의 자존심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바로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니까요. 또한 단순히 자국민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입니다. 하루 빨리 일본 정부는 분명하게 자신들의 문제를 노출시키고, 타국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더 이상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태도는 자국은 물론이고 주변국들에게 해만 될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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