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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 사는 프랑스인, 높은 정치 열정이 대단해

by 영국품절녀 2012. 4. 25.



이번 프랑스 대선 투표율이 약 80.2% 로 밝혀짐에 따라 주변 유럽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 얼마 전에 있었던 한국의 총선 (물론 대선은 아니지만)의 54.3%와는 상대도 되지 않아 보입니다. 어제 BBC 기사에서는, 영국인이 바라보는 "프랑스 대선 투표율이 왜 이리 높았을까?"에 대해 이런 저런 의견을 내놓아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먼저, BBC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요.

                                       프랑스와 영국의 투표률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지요.  

이번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율이 80% 이상으로 집계되었는데, 이 수치는 영국 1951년 투표율 (81.9%)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영국은 1990년대 이후로 투표율이 똑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한국보단 높아요). 사실 프랑스는 지난 대선 2007년에는 거의 84% 투표율을 보여 이번 선거는 다소 감소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주변국인 영국(66%), 독일(71%), 스위스(47%) - 가장 최근 투표율- 와는 비교할 바 안 되지요.

 

기사에는 프랑스 투표율이 높았던 이유를 나열하고 있어요. (영국인이 보는 시각이겠지요.)

1. 투표날이 일요일

투표일이 공휴일이었던지라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영국은 평일에 투표를 하는 반면, 프랑스는 일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일요일이 투표일이면 다들 투표 안하고 놀러갈까봐 걱정일텐데요.)

 

2. 젊은 세대 및 저임금 노동자들의 투표율 상승

지난 5년동안 젊은 정치인들은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무척 노력했다고 합니다. 또한 현재 높은 실업률로 고통을 받고 있는 젊은 세대와 노동자들은 투표를 통해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합니다. (한국과도 비슷한 상황으로 보아 집니다.)

3. 독특한 프랑스 정치 문화

프랑스 정치 관련 영국 교수의 의견에 의하면, 프랑스인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이유를 프랑스만의 정치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혁명을 통해 군주국에서 공화국으로 탈바꿈한 프랑스인들은 전통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큽니다. 즉, 그들은 효과적으로 강력하게 자신들의 소리를 낼 줄 아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 정치를 바꿀 수 있는 대통령을 뽑는 일이 자신들의 삶에 있어 무척 중요한 과업이라는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지요.

한 영국 기자는 이런 프랑스인들을 일컬어 "열성적인 시민들"이라고 평가를 하더군요. 이번 프랑스 영사관의 집계에 따르면 80,000명의 프랑스인들이 선거 등록을 했다고 하니까요. 특히 영국 대학을 다니는 20~30대 프랑스 젊은이들은 정치에 관심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프랑스 현지처럼, 이들 사이에서도 사르코지와 올랑드를 놓고 의견은 분분했습니다.  

 

참고로, 프랑스 국가에 대해 알려드릴까 합니다.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이즈"의 가사의 내용은 다소 소름끼칠 수도 있을 겁니다. 원래 혁명군의 군가였다고 하죠. 그러나 이 가사 속에는 피를 흘리면서까지 자유와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웠던 프랑스인들의 정신이 담겨 있는 듯 합니다. 바로 이런 전통이 있기 때문에 프랑스의 정치가 발전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영화 카사블랑카의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비록 조국은 독일군에게 항복을 하였지만, 국가를 부르며 독일을 제압하고자 하는 프랑스인들의 열정과 의지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나아가자,조국의 아들딸들이여
영광의 날은 왔도다!

폭군에 결연히 맞서서
피묻은 전쟁의 깃발을 올려라.
피묻은 전쟁의 깃발을 올려라!

우리 강토에 울려퍼지는
끔찍한 적군의 함성을 들으라.

적은 우리의 아내와 사랑하는 이의
목을 조르려 다가오고 있도다!

무기를 잡으라,시민동지들이여!
그대 부대의 앞장을 서라!

진격하자,진격하자!
우리조국의 목마른 밭이랑에
적들의 더러운 피가 넘쳐 흐르도록!

 

한국인들은 그저 현 정치에 대해 그저 입으로만 불만을 쏟아 놓지요. 예를 들어 "사는 게 팍팍하다, 정치인들은 다들 똑같다 등등" 욕만 하면 뭐하겠어요. 그렇다고 현 정치는 바뀌지도 않은데 말이에요. 말로만 할게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하는데 '내가 굳이 나서지 안해도 남들이 하겠지' 이렇게 수수방관만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래도 한국 젊은이들의 정치 관심 및 선거 참여 등이 과거보다는 점점 높아지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요. 현재 영국도 한국 만큼이나 낮은 투표율로 심각합니다. 1951년 이후로 현재 영국의 투표율은 급격한 하락세 입니다. 즉 젊은 영국인 유권자들이 투표에 흥미를 잃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현실을 바꾸려면 "남이 아닌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시끄럽게 끊임없이 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은 바뀌는 것 같습니다. 영국에 사는 프랑스인들의 투표 현장에 가보니, 길게 늘어선 프랑스인의 투표 행렬 속에서 이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내 한 표가 절실하게 중요하기에, 기꺼이 투표를 하겠다는 의지" 저 역시 이번 대선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영국에서 꼭 저의 소중한 한 표를 사용하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런던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프랑스 유권자들  (출처: bbc.co.uk)

 

정치 선진국의 조건은 별 것 아닐 수도 있습니다. 투표권을 가진 시민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요? 시민들이 더욱 더 눈을 부릎뜨면 뜰 수록 한국 정치도 바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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