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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 여자들이 열흘만 키우고 분양하는 펫 인기

by 영국품절녀 2012. 5. 10.



제목이 좀 이상하지요?  도대체 무슨 펫이길래 열흘만 키우고 분양을 한단 말인가...

요즘 일부 영국 여자들 사이에서 "펫 분양"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서 말하는 펫은 흔히 생각하는 강아지, 고양이가 아닌 빵 만들때 필요한 "이스트 반죽"  말합니다.  

 

                                  

그럼, 이스트 반죽을 왜 펫이라고 부르는지 궁금하시나요?

영국에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쭈욱~ 전해 내려오는 "여자들만의 우정 케이크"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정을 나누는 케이크, 일명 허먼 (Herman The German Friendship Cake)2012년에 다시 영국 여자들 사이에서 부활했어요. 영국 여자들은 이 반죽을 살아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반죽을 누군가에게 받게 되면 열흘 동안 밥도 주고, 이름도 지어 주면서 잘 자랄 수 있도록 키워야 합니다. 설명서대로 안하고 그냥 무관심하게 놔 두면 죽는다고 해요. 저번 달부터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영국 여자들 사이에서 "펫 키우기"가 시작되었어요.

저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저에게 "Herman cake"을 소개하면서 설명서와 이스트 반죽을 건네 주었어요. 작은 통에 들어있는 이스트 반죽에서는 특유한 이스트 향이 났으며, 거품(bubble)이 보이더군요. 그 친구는 저에게 이렇게 주의사항을 말해 주었어요.

"버블이 있다는 것이 이 반죽이 살아있다는 증거래~~. 열흘 동안 잘 키워 봐~~"

 

하나 더!  펫에게 이름이 필요해요~~

이 반죽을 받으면, 관심을 기울이면서 열흘 동안 펫처럼 키워야 한다고 해요. 펫은 이름을 가지고 있듯이 이 반죽에도 이름을 지어주면 좋아요. 저에게 펫을 분양해 준 친구는 다른 친구에게 받을 당시 거품이 너무 없었대요. 그래서 죽을까봐 겁이 나서 거품이 많이 생기라고 "버블"이라고 이름을 붙여 주고 매일 "버블버블" 이렇게 이름을 부르면서 반죽을 저어주었다고 해요. ^^

저는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라는 고심을 하며, 앞으로 열흘동안 키울 나만의 펫을 들고 집으로 왔지요. 그리고 무슨 이름을 지을까? 생각하다가 전 "키티"라는 이름을 짓기로 했어요. 키티라는 이름은 전에 신랑이 어렸을 때 집 어항에서 키웠던 미꾸라지 이름으로 시아버지께서 붙여주신 이름이래요. 키티가 먹이를 주는대로 잘 받아 먹는 바람에 살이 통통하게 쪘다는 말을 듣고, 열흘동안 건강하게 잘 크라고 지어 준거에요. 실제로 열흘동안 설명서에 따라 키웠더니 엄청 부풀고 양이 상당히 많아졌어요. (이름대로 가는 가 봅니다. ^^)

 

그럼, 키티를 열흘 동안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알아 봅시다.

Herman The German Friendship Cake (허먼 우정 케이크)
Hello, my name is Herman.
I am a sourdough cake. I'm supposed to sit on your worktop for 10 days without a lid on.
You CANNOT put me in the fridge or I will die. If I stop bubbling, I am dead.

(절대로 냉장고에 넣지 마세요. 내가 버블이 없으면 죽은 거랍니다.)


Day1: Put me in a large mixing bowl and cover loosely with a tea towel.
Day 2: Stir well
Day 3: Stir well
Day 4: Herman is hungry. Add 1 cup each of plain flour, sugar and milk. Stir well.
Day 5: Stir well
Day 6: Stir well
Day 7: Stir well
Day 8: Stir well
Day 9: Add the same as day 4 and stir well.

Divide into 4 equal portions and give away to friends with a copy of these instructions. Keep the fourth portion.

                                                            (출처:www.hermanthegermanfriendshipcake.com)

설명: 하루가 다르게 반죽이 엄청 부풀어 깜짝 놀랄 거에요. 그러니 처음부터 큰 통에다가 반죽을 보관하세요. 뚜껑은 덮지 말고 티 타월로 덮어 놓으세요. 첫날은 그냥 실온에 티 타월을 얹어 놓고 놓아두면 되요. 둘째 날부터는 힘있게 잘 휘저어 주세요. 단, 4일, 9일째 되는 날에는 배고픈 펫에게 밀가루, 설탕, 우유를 꼭 줘야 해요. 참, 단 것이 싫은 사람은 설탕은 반컵만 넣으면 될 거에요.

 

이제, 이 케이크가 왜 우정을 나누는 것인지 알려 드릴게요.

위에서 보셨듯이, 9일째 되는 날에는 펫에게 밥을 주고 세 명의 친구에게 분양을 해야 하기 때문에 4분의 일로 나눠 통에 담습니다. 미리 자신이 키운 이스트 반죽을 분양할 친구들을 찾아야 해요. 펫을 키울 때까지는 크게 걱정할게 없어요. 그런데 9일째가 다가오면 약간의 고민이 생깁니다.

1. 누구에게 내 아끼는 펫을 분양해야 할까?  그 친구가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까?  등등 ....

전 제 주변에 크게 줄 사람이 없는 거에요. 제가 아는 영국 분들은 거의 교회 분들인데, 이미 펫 키우기를 하고 계시니 말이에요. 그래서 전 알고 지내는 한국인 친구에게 주기로 했어요. 그녀는 아주 흔쾌히 분양을 받겠다고 하네요. 그래서 전 그녀에게 1/2을 주기로 했어요.

2. 내가 열흘동안 키운 펫으로 어떤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까?

친구에게 1/2를 주고 나니 저에게는 1/2이 남았어요. 이제 Day 10에는 열흘동안 키운 저의 펫으로 맛있는 허먼 케이크를 만드는 것으로 펫 키우기는 끝이 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저희 집에는 오븐이 없으니 케이크를 구울 수 가 없는 거에요. 고민끝에 아는 한국인 동생 집에서 케이크를 굽기로 약속을 했지요. 하지만, 시간이 맞질 않아 Day 13에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어요.

 

열흘 후 부터는 이스트 반죽이 오래 되다보니, 막걸리 냄새로 변했습니다. 외출했다가 집에 오니 막걸리 냄새가 진동하는 거에요. 신랑과 저는 집에 있으면 왠지 막걸리 냄새로 취한 것 같았어요. 맛있는 한국의 막걸리가 먹고 싶어서 참느라 힘들었어요.

드디어, 펫 키우기에 막을 내리는 "허먼 케이크"를 만드는 날이 왔어요.

Day 10: Now you are ready to make the cake.

Stir well and add the following:
 1 cup of sugar (8oz or 225g)    2 cups plain flour (10oz or 300g)   half tsp (teaspoon) salt
 2/3 (two thirds) cup of cooking oil (5.3oz or 160ml)    2 eggs     2 tsp vanilla essence
 2 cooking apples cut into chunks  1 cup raisins (7oz or 200g)  2 heaped tsp cinnamon  2 heaped tsp baking powder

Mix everything together and put into a large greased baking tin. Sprinkle with a quarter of a cup of brown sugar and a quarter of a cup of melted butter. Bake for 45 minutes at 170 ‐180C. You may need to cover in tin foil and bake for a further 20 minutes to make you’re your Herman is done in the middle. When cold cut into finger pieces. The cake freezes well and is also delicious warm with cream or ice‐cream.

                                                                                                 (출처:www.hermanthegermanfriendshipcake.com)

                                           Herman the friendship cake  (출처: cherishedbyme.com)

 

저는 오리지날 허먼 케이크 레서피를 무시하고, 저만의 "키티 바나나 케이크"를 만들기로 했어요.

 

 

막걸리 냄새가 풀풀~ 나는 이스트 반죽에 바나나, 설탕, 밀가루, 버터, 우유를 넣고 삼십분 정도 구웠어요.

신랑은 케이크를 맛 보더니 하는 말~

 

저의 키티 바나나 케이크는 한국의 토속적인 술빵과 같은 맛이 났어요. 그래도 맛있다면서 저희 일행은 싹~ 다 먹어 치웠습니다. 이렇게 십 삼일 동안 저는 펫을 분양받아 잘 키우고 또 분양도 하고 마지막으로 맛있는 케이크까지 만들어 주변 친구들과 함께 먹었습니다. 제가 분양해 준 친구는 줄 사람이 특별히 없어 혼자 허먼 케이크 두 판을 만들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참, 몇 달 전에 가디언에 허먼 케이크 인기 부활에 대한 기사가 있었어요. 댓글을 보니 허먼 케이크가 우정 케이크가 아닌 "절교(unfriendship) 케이크"라고 불리우기도 한다고 해요.

내 친구들사이에서는 허먼은 절교 케이크로 알려져 있다. 사실 허먼 케이크의 맛을 좋아하긴 하지만, 나는 이 케이크와 관련해 나쁜 기억이 있다. 난 펫에게 하듯이 말도 걸어주고, 밥도 잘 주고 설명서에 따라 이 반죽에 관심을 온갖 기울였다. 그리고 9일 째에는 친구들에게 분양까지 끝내고, 마지막 내 몫으로 남은 반죽을 가지고 케이크를 만들었다. 그런데, 너무 맛이 이상했다..그래서 버릴 수 밖에 없었다 ㅠㅠ. 그 기억이 정말로 싫다~~

 

다행히 전 맛있는 케이크를 구워 다행이네요. 제 블로그 팬인 영국 아줌마는 저에게 허먼 케이크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올렸냐고 물으셨어요. 제가 "아직이라"고 하니까 어서 올리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오늘은 생각난 김에 이렇게 영국 여자들이 열흘동안 키우는 펫 "허먼 케이크"에 대해 소개를 했습니다.

요즘 한국에도 베이킹에 관심이 있는 한국 여성분들 많잖아요. 혹시 관심있는 분들은 친구들과 우정을 확인하는 "허먼 케이크" 한 번 만들어 보는 것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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