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에 석사 하러 영국에 왔을 때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웃음이 절로 나곤 합니다. 어디를 가든지에 상관없이 무조건 외출시 매일 아침마다 풀 메이크업에, 하이힐, 짧은 치마, 작은 핸드백 등 꽃 단장을 하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캠브리지에 놀러간 날에도 전 생각없이 짧은 치마에 하이힐을 신고 갔었지요. 그런데, 그 곳에서 펀팅(노 젓는 배타기)을 하게 된 것입니다. 함께 간 친구들이 저를 태우고 다들 힘겹게 노를 젓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네요. 그런 경험이 있다보니, 이제는 영국에 온 한국 여학생들의 외모만 보아도 한국에서 온 지 얼마 되었는지를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가능하답니다.
그러면, 영국 생활 환경에 너무 적응한 한국 여자들의 외출 시 모습과 변해버린 외적 특징에 대해 살펴 볼게요.
영국에 올 당시에 제가 가져온 신발은 거의 다 굽이 있는 샌들 및 구두였어요. 그런데, 석사를 시작하면서, 저는 오로지 운동화나 플랫슈즈만 신게 되었어요. 제가 다닌 학교가 언덕에 있었던 것과 영국 시내 바닥이 고르지 못한 것도 한 이유가 되었지요. 또한 하이힐을 신고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거의 없다는 것과 비싼 교통비로 인해 걷는 시간이 많은 것도한 몫 합니다. 그렇게 2년 정도 보내고 나니, 이제는 하이힐 신는 것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러나, 귀국하자마자 저는 다시 하이힐을 신고 다니기 시작했지요.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외출 시 잘 갖춰 입고 나가기 때문에 의상과 맞추기 위해서는 단연 하이힐이 필요합니다. 또한 주변의 친구들이 다들 높은 굽을 신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어떤 글에서 보니, 한국으로 여행을 갔던 영국인이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거리에 다니는 한국 여성들이 신은 하이힐이었다고 할 정도이니까요.
신발 착용과 함께 옷차림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외출 시 (특별한 행사가 아닌),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 옷차림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냥 평상 시 입는 편한 옷차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교회를 가거나 가끔식 멋을 한 껏 부리고 가게 되면, 교회 분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그 분들의 립서비스 일지도 모르겠으나, 주변에서 제가 튀기 때문일 거에요. 하지만, 중요한 파티 행사 같은 곳에서는 영국인들은 정말 튀는 복장을 한 답니다. 저는 한국에서 올 때 블라우스, 정장 등 세탁하기 어려운 실크, 모, 울로 된 옷들을 가지고 왔는데, 영국의 궂은 날씨와 비싼 드라이클리닝 값으로 인해 자주 입기도 그렇고, 입고 갈때도 솔직히 없습니다. 그래서 자꾸 편한 옷들만 구입하고, 입게 되는 것 같네요. 주위 한국 여학생, 아줌마들을 봐도 다들 비슷한 이유에서 편한 옷차림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영국에 오기 전에, 한국 여자들은 화장품을 엄청 들고 옵니다. 혹시 있을 피부 트러블에 대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영국 현지에서 나에게 맞는 화장품을 구하기 힘들까 봐서요. 또한 한국에서 평소 사용했던 풀 메이크업 세트를 다 가지고 오지요. 영국에 와서 몇 달 정도는 아침마다 공들여 화장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화장을 안 하게 됩니다. 아마도 학업 및 힘든 해외 생활을 하다보면 화장마저 귀찮아 지는 가 봅니다. 또한 주변을 보아도 화장을 진하게 하는 사람을 찾아 보기도 힘든 이유도 있지요. 저는 이제는 화장을 너무 안해서 화장하는 감도 없어진 것 같네요. 주변의 한국 여자들을 보면, 처음에는 진한 화장을 하다가 몇 달 후에 보면, 그저 피부톤만 정리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답니다.
서양 여자들의 외모는 중, 고등학교 때가 가장 예쁜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20대 초반) 가끔 외모가 너무 늙어 보이는데 아직 30세도 안 된 여자들을 많이 볼 수 가 있어요. 이에 반해, 동양인 여자들은 정말 어려보입니다. 그래서 서양인들이 우리를 볼 때, 정말 어리게만 봅니다. 그러니 한국 여자들은 어느 곳에서나 항상 동안이라는 말을 듣고 살다보니, 나이에 무감각해지지요. 저의 경우도, 일부 어린 외국 학생들이 자꾸 나이를 물어보는데, 제가 결혼한 30대라고 하면, 모두 다 말도 안된다라면서 경악을 합니다. (제가 한국에서도 동안 소리를 늘 들었거든요 ^^;) 그런데, 영국에서 만나는 외국 친구들은 너무 어립니다. 거의 10대에서 20대 초반입니다. 이러니 가끔은 30대라는 말을 하기가 좀 난감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그냥 제 맘대로 나이를 말해버릴 때도 있긴 해요. (분위기 싸~하게 안 하려고요). 이렇게 살다가 귀국한 한국 아줌마들이 들은 공통점인 말은 "왜 이리 늙었냐"면서, "피부 관리 좀 하라"는 것이 었대요.
(출처: 영화 "미녀는 괴로워")
한국에서는 나이를 불문하고 워낙 미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뚱뚱하면 자기 관리 못한다는 질타를 어김없이 받는 환경이지요. 하지만, 영국에서는 한국 여자들이 아무리 뚱뚱해도 워낙 비만인 이들과 비교하면 그냥 보기 좋게 통통한 것이거나, 마른 편에 속합니다. 한국 여학생들이 영국에 와서 몇 달동안 있다보면 다들 살이 3-5kg정도 확~ 늡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외국 친구들은 다들 무슨 살을 빼냐고 핀잔을 주거든요. 워낙 체격이 크고 뚱뚱한 여자들이 많은 영국이므로, 그들에게는 몸집이 작고 말라보이는 한국 여자들의 다이어트가 이해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안심하는 사이에 몸무게는 점점 증가하여 나중에는 심각한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영국의 중소 도시에 사는 한국 여자들은 마사지, 헤어 스타일 관리 등등이 힘듭니다. 왜냐하면 값이 비싸기도 하고, 원하는 스타일을 하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질끈 묶고 다니거나, 집에서 숱가위로 주변 사람들끼리 서로 다듬어 주면서 살곤 하지요. 저도 가끔 거울을 볼 때마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나' 싶기도 하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영국에서 만난 한국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그 친구가 저에게 한 말이 생각나서 입니다. "영국에 처음 와서는 화장, 옷차림 등등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너무 편했는데, 이제는 이런 환경이 자신에게는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 는 말을 하더군요. 저도 완전 공감했던 것이, 영국에서 2년 정도 살고, 한국으로 돌아 갔는데, 너무 멋지게 꾸미고 다니는 한국 여자들 사이에서 완전 주눅이 들더군요. 역시 주변 환경이 사람의 외모까지 바꾸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말까지 나왔나 봅니다. 인천 공항에서 보면, 영국에서 오래 살다가 온 여자들이 가장 촌스럽고 이상하다고요.
물론 한국의 외모 지상주의는 큰 문제이지만요, 특히 여자들은 외모로 말미암아 자신감마저 상실 될 수 있으니, 어느 정도의자기 관리는 어디서나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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